[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전까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유통·물류산업의 결합으로 최근의 물류는 분명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 편의까지 고려하는 이전에 없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반영한 물류의 확장된 카테고리를 ‘생활물류’라고 사람들은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업계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현재의 생활물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어떤 궤적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을까? 미디어, 현업 그리고 학계 유통·물류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았다. 

도움 =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민정웅 교수
           유통
·물류 미디어 비욘드엑스 김철민 대표 에디터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이사

1. 현재 우리나라의 ‘생활물류’가 과거 명확하게 구분됐던 유통 혹은 물류산업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점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민정웅: 저는 크게 2가지로 생각됩니다. 하나는 서비스의 폭이 넓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의 폭이 넓어진 것입니다. 생활물류는 소비자에게 과거에는 제공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물류와 유통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그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박찬재: 과거와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의 온라인화’ 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소매 거래액인 300조원 중 무려 100조원이 온라인으로 거래됐으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다가오는 2023년에는 50%이상인 189조원이 온라인으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온라인화되면 단순히 결제나 유통과정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조·물류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은 크게 두 축으로 귀결됩니다. 첫 번째는 본격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의 도래, 두 번째는 ‘물류의 서비스화’ 입니다. 

김철민: 차별화보다는 ‘서비스 관점 변화’ 혹은 ‘행위의 고도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통과 물류는 태생부터 상호보완적 관계로 양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왔습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 물류의 역할은 상품 이동의 효율성에 주력했다면(제조, 유통 등 공급자 관점의 생산성 향상), 이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 영역에서 물류는 소비 패턴 변화를 이끄는 서비스 가치(소비자 등 수요자 관점)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생활물류는 ‘판매자의 물류 서비스는 소비자의 소비 경험을 만족시키는 또 하나의 브랜딩(마케팅) 요소’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여러분이 보시기에 유통·물류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은 긍정적인가요? 부정적인가요? 

민정웅: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보다 많은 편익이 주어질 것이고, 기업에는 (물론,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과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하고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박찬재: 저도 민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기존의 유통이나 물류가 생산자 방식의 산업이었다고 평가한다면, 최근의 생활물류는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로 인한 출혈경쟁이 유통업계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부정적입니다. ‘계산된 손실’에서 만일 계산이 잘못 되었다면 그로 인해 너무 많은 근로자와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철민: 저는 긍정이나 부정이라기보다는 이를 자연스러운 ‘시장의 변화’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동네 어딘가에 있던 쌀집과 야채(과일)가게, 문방구, 철물점, 세탁소 들은 이제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흡수됐거나, 모바일 앱으로 대체돼 생활 편의형 서비스 형태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제품의 혁신에서 가격의 혁신으로, 그리고 물류(배송)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유통산업의 변화는 IT 등 기술적 진화가 이끄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맞물려 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우리나라의 ‘생활물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화하면서 점점 완성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생활물류의 긍정적 가치가 발현되고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개선되어야 하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김철민: 이커머스와 생활편의형 O2O, 모빌리티 서비스의 성장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생활물류 서비스가 나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떻게 거주하며, 움직일 것인가 등 인류의 삶에 대한 질문과 생활 변화에 따른 가치 소비의 고민 자체가 생활물류의 영역인 셈입니다. 물류업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다양성 차원에서 세대 간, 업종간의 장벽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사고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민정웅: 생활물류 서비스를 제공주체들의 변화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서비스 비용’에 대한 개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비스가 무료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값을 지불하고 받는 것이라는 생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찬재: 아직은 생활물류에 대한 수많은 모델이 시장 안에서 실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어떤 모델들은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자연스럽게 쇠퇴할 것이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모델들은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실험 자체를 가로막는 규제와 정책들이라고 봅니다. 현재 다른 업종에서도 시도하고 있는 규제나 정책들이 물류·유통업계 안에서도 활발히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통과 물류가 좀 더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시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혁신을 계속하게 되면, 생활물류는 그 자체만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우리가 앞으로 맞이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의 생활물류는 어떤 모습일까요?  

민정웅: ‘생활’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생활이란 것은 결국 사회의 변화, 공통된 가치관의 변화가 반영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사회가 변화하고 우리의 일상 생활속 가치관이 변화할때, 그에 걸맞은 ‘물류’적인 가치를 생활물류가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김철민: ‘유통을 위한 물류에서 물류를 위한 유통으로’ 미래의 유통 혁신은 물류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류는 기능상 늘 유통 매장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매장 진열대에 오를 상품을 사전에 보관하고, 분류하고, 포장하고, 또 배송하는 작업은 굳이 전면에 보일 필요가 없었죠. 이 관점을 바꾼 것이 코스트코(costco)의 창고형 매장과 허마셴성 신유통 채널입니다. 창고와 매장을 합쳐 유통과 물류비용을 낮추고 가격 할인이라는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 혁신을 일궜습니다. 생활물류는 효율화를 위한 혁신 관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재: 5G가 보편화되면 이커머스 유통에서 또 다른 혁신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다품종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창고업도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산업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 중심의 물류’라고 생각합니다. 생활물류는 소비자 혹은 근로자 중심에서 균형잡힌 방향으로 건강하게 성장해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