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창고 '네오'. 출처= SSG닷컴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아마존, 월마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이끌고 있는 업계의 변화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온라인(e-commerce) 기반 플랫폼 구축과 물류(Logistics) 역량의 강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에서 시작된 일련의 변화는 최근 몇 년 간 국내 유통, 물류업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는 글로벌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이전에 물류 전문업체들의 고민이었던 배송 서비스를, 물류업체들은 만족도 등 소비자 접점의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각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생활물류? 

‘물류(Physical Distribution, 物流)’는 세상의 모든 물건(物)이 있는 장소가 이동되는 흐름(流)을 의미한다. 과거에 ‘물류산업’이라고 하면 해운, 대형 물류센터 등 규모가 큰 물리적 인프라의 운영과 역할들이 주로 강조됐다. 그만큼 과거의 물류는 한정적인 분야에 대한 것을 업계의 주된 담론으로 삼았다. 그러던 물류가 인프라의 운영이 상품을 직접 전달받는 개별 소비자의 편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상품을 무사히 가져다주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가능하면 빨리)에 배송하거나 이전에는 배송하지 않았던 상품을 배송하는 것, 배송 직원들이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생활물류의 발단, 유통 ‘무한경쟁’  

생활물류 확산의 전개 순서는 대략 이러하다. 국내 온라인 마켓들은 시장 내에서 격화하고 있는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물류’를 선택했다. 물류와 함께한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을 목도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업계에서 점점 좁아지고 있는 입지에 위협을 느끼고 온라인에 비해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거점의 활용과 대형 물류 센터 구축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물류업체들은 중요한 고객사인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물류 관리 시스템을 제시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유통과 물류업계는 소비자 생활에 깊숙이 관여한 밀착형 물류를 줄여 ‘생활물류’라고 부르면서 이전에 없던 카테고리에 대한 담론을 나누게 됐다.    

현재 생활물류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가장 적은 비용을 부과해 가장 좋은 상태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의 구축이다. 우리나라의 생활물류는 서비스 관점으로는 익일·당일·신선·새벽배송 등으로 구현됐고, 인프라의 관점으로는 첨단 물류센터 구축으로 구현됐다.  

S, 그리고 C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생활물류는 공통의 관심사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물류에 접근하는 방향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각자가 물류로 보완하고자 하는 약점이 무엇인가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는 크게 S·P·C 3가지가 있다. 첫 번째인 S는 취급(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나 가지 수를 의미하는 구성(Selection)이다. 구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된다. 두 번째인 P는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가격(Price)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 혹은 그 이하로 판매하는 것은 유통업의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이다. 세 번째인 C는 편의성(Convenience)이다. 원하는 상품을 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있다 하더라도 그 위치가 에베레스트 산 정상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C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구매행위를 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경쟁력이다. 

2016년 이마트와 쿠팡의 대결구도로 시작된 온·오프라인 최저가 경쟁으로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업태를 막론하고 P가 거의 하향평준화를 이뤘다. 모든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파는 유통업체는 없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소비자의 구매 시점 혹은 유통업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격경쟁력의 우위는 계속해서 변동된다. 

문제는 나머지인 S와 C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상품의 구성(S)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압도적으로 앞선다. 단적으로,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배송하는 상품의 가지 수는 약 300만가지에 이르지만,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지 수는 최대 약 5만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대면(對面)이 거의 없는 비즈니스의 특성, 지역 거점의 부족으로 인한 전국 단위 서비스의 한계 그리고 신선식품 판매의 제한 등 편의성(C) 측면의 약점이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상품의 구성(S)에서 온라인보다 뒤쳐지지만 편의성(C)에서는 온라인을 압도한다. 국내 전역에 퍼져있는 유통 거점 그리고 각 지역 거점에 마련된 신선식품 보관 체계는 오프라인 유통만의 강점이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추구하는 생활물류는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의성(Convenience) 강화의 성격이 강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생활물류는 온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성(Selection)을 다른 물류 편의성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