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23일 추가 보복관세 카드를 빼들었다.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응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필요없다”는 날 선 반응을 쏟아냈다. 이어 추가적인 관세부과 카드를 꺼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약 5078개 품목, 약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1일과 12월 15일 발효될 예정이며 이 외에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5%를 12월 15일부터 발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실무 무역협상 후 중국에 추가관세를 시사하는 한편 자국의 크리스마스 쇼핑객을 위해 관세부과 시일을 일부 12월로 늦추는 전략을 그대로 답습했다.

중국의 보복관세조치가 발표되자 뉴욕증시는 크게 주춤거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무려 623.34포인트(2.37%) 급락한 25,628.90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중 경제전쟁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미 국채 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 현상이 또 벌어지는 등 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며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중기 사이클 조정’을 뒤집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통화정책이 무역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미 연준이 당장 기민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미중 경제전쟁이 확전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응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없다”면서 자국기업과 중국기업의 거래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웨이와 자국기업의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을 유예하면서도 화웨이 46개 기업을 새로운 규제명단에 넣은 장면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중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건은 미국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대응조치는 즉각 나왔다. 내달 1일부터 적용되는 3000억달러의 10% 관세를 15%로 올리고, 이미 25%를 부과하고 있는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기존 25%에서 30%로 올린다. 중국의 관세보복에 대응해 기존 관세율을 올리고, 추가 시행 보복관세도 올려버린 셈이다.

다만 미 산업 및 언론은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고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중국을 무시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워싱턴포스트도 미국 대통령이 자국기업에 특정국가와의 협력을 막을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미중 경제전쟁의 확전이 불가피해졌으며, 이를 기점으로 두 수퍼파워의 신경전도 극에 달할 것으로 본다. 두 나라는 G20을 기점으로 경제전쟁 휴전에 돌입했으나 실무협상이 빈 손으로 끝난 후 사실상 전투를 재개했고,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한편 추가관세 카드를 꺼냈다. 이에 중국은 희토류 전략 무기화를 시사하는 한편 이번에 보복관세 부과방침을 정하며 강대강 전투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중 경제전쟁은 한일 경제전쟁과도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다. 최근 미국과의 경제협상을 앞 둔 일본이 미국의 국채를 대거 사들이는 한편 미국의 농수산물 구입을 약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일본을 대상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중단에 돌입한 장면이 중요하다. 한일 경제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미국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면서 일본과 여전한 밀착관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힘의 역학관계가 출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중국이 한일 경제전쟁의 조정자 역할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