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거주자들을 위해 설계된 보클락(BoKlok) 커뮤니티.    출처= SilviaB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스웨덴은 어떻게 하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고령자들을 돌볼 수 있을까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구 거인 이케아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이케아가 친환경 서민주택을 짓는 스웨덴 건설회사 스칸스카(Skanska)와 합작으로 세운 보클락(BoKlak, 스웨덴어로 ‘지혜로운 삶’을 뜻함)을 통해 치매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선보이고 있다.

1996년에 세운 이 합작회사는 지난 25년 동안 이케아 모델을 사용해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전역에 1만 1000채가 넘는 모듈식 주택을 지었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공장에서 주택 부품을 대량 생산해 비용을 줄임으로써 저소득층 고객들에게 주택을 공급해 왔다. 

이케아는 이 보클락이 짓는 주택 개념을 약간만 수정하면, 기억 상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가정생활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을 돌보기 위한 정부 예산도 절약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다. 마침내 이케아는 스톡홀름 외곽에 치매 환자를 위한 최초의 맞춤형 주택을 건설했다.

보클락은 욕실에서 거울을 없애고, 주방 가전제품을 디지털 조절식이 아닌 옛날식 스위치로 맞추는 등 일부 설계를 변경했다.

또 거주자들이 야외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도록 치중했고, ‘치료 효과’가 있는 정원, 사교를 위한 클럽하우스 등도 단지 안에 포함됐다. 이런 시설들은 치매 환자의 배우자도 함께 와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보클락의 요나스 스팽겐베르그 CE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노인을 돌보기 위해 정부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그들을 (요양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준다면 비용이 크게 절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실비아보(SilviaBo) 아파트는 욕실의 색상, 옛날식 주방 제품 스위치 등 치매 환자들을 위한 특별한 설계가 포함되어 있다.    출처= SilviaBo

심각해지는 노인 돌봄 문제

일본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은 인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다. 스웨덴은 2040년까지, 네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이다.

스웨덴은 예상 수명이 매우 높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그러나 그것은 지출과 자원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시설을 갖춘 주택의 공급이다.

스팽겐베르그 CEO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지 않는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각종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이나 아파트에서 보다 편안하게 계속 살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케아는 ‘그런 생각이 이 프로젝트의 원동력’이라며 이 프로젝트 이름을 실비아보(SilviaBo)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로 고생했던 스웨덴의 왕비 실비아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였다.

이케아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 치매 환자 돌봄에 대한 교육을 해온 실비아 왕비의 재단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거액을 기부했다. 실비아 왕비는 이 프로젝트 운영위원회의 일원이며 주택 설계 과정에도 관여했다.

▲ 자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로 고생했던 스웨덴의 왕비 실비아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였다.   출처= People.com

이케아 모델

보클락은 첫 시장인 스웨덴에서 실비아보를 출시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회사는 토지 확보와 구역 설정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기 시작했다. 스팽겐베르그 CEO는 내년에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파일럿 프로젝트로 스톡홀름 바로 외곽에 6채의 아파트를 지었다. 아직 이웃들과의 허가 가 해결되지 않아 실제 입주하지는 않았지만 회사는 법적 해결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보클락의 접근방식은 이케아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 2011년에 스칸스카의 블로그 게시물에는 이런 글이 게시된 적이 있다.

"보클락은 철저하게 이케아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바로 대량 생산으로 저렴한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산업화된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 다시 말해서 같은 제품의 생산을 반복함으로써 가격을 낮추고 주택을 계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벤처 기업은 또 토지 매입, 공장 생산, 현장 건설, 판매, 마케팅 등을 포함한 전 공급망을 관리한다. 이것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실비아보 주택은 전통적인 보클락 주택과는 기능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지만, 주민들이 세금과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으로만 집 값을 지불하는 ‘생계형’(Left to Live) 지불 방식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스팽겐베르그 CEO는 "아직은 모든 가구의 평면도가 똑같지만, 특정 상황에서 치매 환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는, 치매 환자들이 겁을 먹거나 혼란스러워하는 거울이나 어두운 색의 바닥을 모두 없애 버렸다.

또 65세 전후의 노인들이나 새로 은퇴한 사람들을 위해 구조를 약간 변경하고 특정 접근성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을 갖춘 주택 버전도 제공할 계획이다.

스팽겐베르크 CEO는 회사의 그런 노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바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