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사태 관련 발언

8월 18일 일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서 입장을 발표했다.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중국이 폭력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이 홍콩 시위에 폭력을 사용하면, 미중 무역협상도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홍콩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미중 관계는 물론 미중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사실 홍콩 사태 처리 방식은 미중 관계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여타 주변국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에 중국 경찰 병력이 투입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일단 그렇게 되면, 중국은 고립된다.

그렇다고 10주를 넘어선 홍콩 시위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홍콩의 공권력은 제대로 행사되지 않는다. 계속 시위대를 내버려둔다면, 홍콩이 문제가 아니다. 홍콩의 영향을 받아서, 중국 내부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발발할 여지가 있다.

어떤 문제든, 동작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적기가 있다. 홍콩 사태는 중국 정부의 개입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적기를 놓친 느낌이 든다. 국제적인 여론은 물론이고, 장기간 이어지는 홍콩 사태에 대해서 중국 내부에서조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는 지금 난감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미국 고립주의의 전통

미국 고립주의는 유럽 국가의 내부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동맹관계의 체결이나, 국제기구 참가를 거부하는 태도이다. 이런 미국 고립주의는 건국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국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 의해서 공식화되었고, 이후 건국시대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유럽 문제에서 발 뺀다는 것이다.

유럽 팽창, 각축 시기에, 고립주의는 현명한 외교 원칙이었다. 유럽 각국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미국은 국가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정 국가와 밀접한 동맹관계를 맺지 않은 고립주의 덕분이었다. 미국은 고립주의를 지속적으로 견지해나갔다.

그러나 19세기를 거쳐,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국민총생산에서 영국을 넘어섰고, 국제질서를 조율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따라서 미국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패권을 다툴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제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에 이르러, 고립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윌슨 대통령의 시도는 연방 상원의회 반대로 좌초되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국제연맹의 참가를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사태는 급변했다. 미국은 윌슨 대통령의 주도하에 고립주의를 극복해나갔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유럽 선진국에 대해서는 계속되었다. 대신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후진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므로 미국의 고립주의는 유럽 국가의 세력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팽창 논리였던 셈이다.

 

홍콩 사태 관련 외신 보도

최근 홍콩과 관련된 외신 보도는 일단 양적으로는 줄어들었다. 시위대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8월 18일 일요일의 보도를 보면, 170만 명이 참가한 시위가 4주 만에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현장 스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찰이 더 이상 폭력 진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본토의 매체들은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격렬한 비난을 내놓고 있다. 홍콩 시위 지도부가 학생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나, 대만에 대해서 홍콩 문제에 간섭을 중단하라고 한 것 등은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심중을 노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중국 정부는 홍콩 사태에 대해서 긴장하고 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홍콩의 시위를 과연 얼마만큼 중국 정부가 인내하며 지켜보느냐 하는 점이다. 무력 진압이 가져올 후유증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 시위가 지속되는 한, 중국 정부는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쫓기는 쪽은 오히려 시위대가 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중국 정부의 무반응에 시위대가 먼저 지칠 수 있다. 결국 시위대는 홍콩 관공서를 침입하거나, 지난 번 공항 점거와 같은 불법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중국의 고립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가 오해한 것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가 미국의 고립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나, 미국의 전통적 외교 원칙인 고립주의는 다른 것이 아니다. 같은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 팽창주의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고립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일까? 미국의 고립은 특정 유럽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뜻이다. 19세기에서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세계는 산업혁명에 먼저 성공한 유럽 국가들의 시대였다. 후발 선진국 미국은 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유럽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맺지 않고, 중립적 상태인 고립을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결코 외톨이가 아니었다. 후발 선진국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세력을 확장하며, 선발 선진국 유럽 국가들의 라틴 아메리카 식민지배에 반발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독립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국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전략이었다.

이런 미국의 고립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었다. 미국은 특정 유럽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맺는 대신,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이것이 미국식 고립주의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이다. 동맹이 필요 없는 절대 강자 미국이 세계 질서를 조율하며, 세계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전략이다.

홍콩에서 벌어지는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에 개입한 미국. 미국 고립주의는 미국의 팽창주의이지, 결코 미국의 고립 추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고립주의, 다시 말해 미국의 팽창주의로 인해 고립될 나라는 오히려 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