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G20을 기점으로 휴전에 돌입하나 싶었으나, 실무 협상단의 회의가 사실상 빈 손으로 끝나며 재차 전면전이 벌어질 태세다. 미국은 추가 관세부과 방침을 꺼냈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전략 무기화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개의 협상카드를 노골적으로 꺼내 눈길을 끈다. 바로 홍콩과 화웨이다.

두 개의 카드

범죄인 인도법 논란으로 촉발된 홍콩시위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때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했던 시위대는 물러났으나, 현재 200만명이 넘는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폐, 나아가 홍콩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군 병력 투입 가능성까지 밝히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을 둘러싼 충돌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섰다. 그는 18일(현지시간) "그들(중국)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다시 말해 그것이 또 다른 천안문 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안문 광장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한 지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1989년 중국을 격랑속에 빠지게 만들었던 천안문 사태는 현재 중국의 가장 뼈 아픈 과거며, 가장 민감한 대목이다. 일종의 금기어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론하며 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국을 압박하는 셈이다.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천안문 30주년이라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티베트 봉기 60주년, 5.4 운동 100주년, 신장 위구르 사태 10주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홍콩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압박하는 장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홍콩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심도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언은 필요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고려하면 중국의 불만은 쉽게 이해된다.

현재 미국은 미중 경제전쟁을 바탕으로 G2로 급성장한 중국의 기세를 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명분은 국가안보라는 정치적 패러다임이며, 이를 통해 중국의 대국굴기를 차단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미국이 지난 5월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CCTV 최강자 하이크비전, 드론의 DJI에 대한 규제에도 돌입한 이유다. 하이크비전과 DJI는 각각 CCTV와 하늘을 나는 드론을 제조하는 곳이며 중국의 국민감시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당연히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이 5월 20일(현지시간) 중국의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에 보내고, 중국 정부가 여기에 접근한다고 발표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화웨이 백도어와 비슷한 혐의를 받는 셈이다.

미국은 한 발 물러나기는 했으나 대만을 정식국가로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가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몽고를 우방국가로 표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4개 나라가 자유와 개방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시하는 한편 중국 주변국을 포섭해 일종의 압박전술을 가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심지어 대만에 20만달러 규모의 무기도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홍콩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천안문 사태까지 언급하자 중국은 분노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이 홍콩사태를 미중 경제전쟁 협상 카드로 활용할 방침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력이 있다면 (미중 경제전쟁 합의를) 하기에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며 중국의 굴기를 꺾는 한편, 정치 및 외교적 무기를 총동원해 미중 경제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다. 여기서 중국이 군 개입을 저울질하는 홍콩사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엿보인다.

▲ 화웨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화웨이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제한을 90일 유예하면서도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추가로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화웨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화웨이는 성명을 내고 "미국이 현시점에 이런 결정을 선택한 것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결과라는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화웨이를 미중 경제전쟁의 협상용 카드로 쓰겠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12월로 유예하는 한편 화웨이에 대한 규제까지 연기, 자국 기업이 받을 타격을 최소화시킨 후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완화하면서도 관계사들을 대거 규제,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트럼프' 될까?

미중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협상의 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한편 중국의 도전을 막아야 하는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사회주의체제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핸디캡이다.

그 연장선에서 홍콩과 화웨이 카드가 미국의 협상카드로 부상한 가운데, 업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홍콩은 대만과 함께 중국의 일국양제가 통용되는 실험무대며 중국은 이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단순한 시위의 문제가 아닌 체제의 정당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홍콩사태를 빠르게 안정시키지 못하면 중국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이 홍콩을 협상 카드로 삼는 것은 매력적인 전략이지만, 중국의 주장대로 내정간섭 역풍이 불면 새로운 국면 전환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상징하기에 미국의 타격이 '좋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나, 촘촘하게 연결된 글로벌 ICT 공급망에서의 화웨이 입지를 고려하면 역시 미국에게도 부담스럽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의 충돌이 예상된다. 홍콩과 화웨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효과적인 '트럼프(Trump)'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