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 조감도. 출처=한화건설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역 북부역세권이 지난달 우선협상자 선정을 한 이후에 한 달째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1조6000억원 규모의 강북판 코레일 사업이라고 불린 서울역 북부역세권은 발주처인 코레일이 우선협상자로 한화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일각에서 형평성에 어긋난 방식으로 특정업체를 미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레일 측은 공모지침서에 따라 선정을 한 것일 뿐, 오히려 메리츠 컨소시엄측의 준비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진실공방이 지속하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북부역세권을 둘러싸고 발주처인 코레일과 우선협상자에서 제외된 메리츠 컨소시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메리츠 컨소시엄 측은 가처분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조만간 법정싸움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달 가까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번지 일대에 위치한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해 개발하는 사업이다. 컨벤션을 비롯해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코레일은 지난 7월 우선협상자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은 총 3곳으로 한화 컨소시엄을 비롯해 메리츠 컨소시엄, 삼성물산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입찰 당시 가장 많은 금액인 9000억원을 써내면서 유력한 우선협상자로 떠올랐지만 금융사인 메리츠종금이 사업주관사라는 이유로 코레일이 금융위원회에 출자 비율에 대한 승인을 받아올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선정 후보에서 제외됐다. 메리츠 컨소시엄이 제외된 이후 7000억원을 써낸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화 컨소시엄은 한화역사와 한화호텔앤리조트, 한화갤러리아가 호텔과 리테일 분야 등의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과 한화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다.

문제는 최고가 입찰가격을 써냈음에도 금산법 위반으로 제외된 메리츠 컨소시엄 측에서 발주처인 코레일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메리츠 컨소시엄에서 메리츠 금융그룹 지분율은 메리츠 종금35%, 메리츠화재 10% 등으로 총45% 수준이다. 금산법 제24조1항에 의하면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20% 이상을 소유할 경우 미리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산법에 따라 코레일은 메리츠 컨소에 50일간 승인을 받도록 요청했지만 신청하지 않은 관계로 결국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 컨소측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에는 금융위 승인을 요구하지 않았다”라면서 “동일한 요건을 가지고 평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레일 측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은 불공정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입찰에서 공공성이 제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점수를 다 공개하지 않고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메리츠 컨소 쪽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또다른 하나는 바로 코레일의 지분참여 여부이다.

철도사업법 제42조 1항에 따르면 “국가가 소유 및 관리하는 철도시설에 건물 그 밖의 시설물을 설치하고자 하는 자에게 시설물의 종류 및 기간 등을 정해 점용허가를 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2항에서는 “1항 규정에 의한 점용허가는 철도사업자 및 철도사업자가 출자·보조 또는 출연한 사업을 경영하는 자에 한하며 시설물의 종류와 경영하고자 하는 사업이 철도사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메리츠 컨소 측은 코레일이 발주처이지만 철도시설에 영구시설을 설치하는 만큼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법률에 나와 있는 대로 출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 컨소 관계자는 “법률에 따르면 코레일은 출자를 할 수 밖에 없다”라면서 “점용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사용허가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출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껏 코레일이 철도시설에 사업을 해온 방식을 보면 거의 출자를 해온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메리츠 컨소 주장에 대해 코레일은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코레일은 약 50일간 메리츠 컨소시엄에 금융위의 승인을 받도록 요청을 했지만 메리츠 컨소시엄을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결국 관련 법령에 대한 법률자문과 보완기회 부여, 전문가 심의 등을 거쳐 메리츠 컨소시엄을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초 금융계열사를 주관사로 내세운 점에 대해 메리츠 컨소시엄 측의 준비 미흡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코레일 측 관계자는 “금융위 승인과 같은 중요한 법률적 요건은 미리 득하고 있거나 금융계열사를 주관사로 내세우지 말고 원천적으로 문제를 차단했어야 했다”라면서 “한화 컨소시엄과 삼성물산 컨소시엄 모두 금융계열사를 주관사로 내세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코레일의 지분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분 참여를 하지 않을 것이란 말로 쐐기를 박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코레일 지분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메리츠의 주장일뿐”이라면서 “법률사항도 아닐뿐 더러 그간 코레일의 손해가 커 지분 참여는 하지 않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지분 참여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 컨소와 코레일 간의 진실공방이 길어지면서 법정싸움이 곧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더해지고 있다.

메리츠 컨소 관계자는 “당장 소송에 나서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소송준비를 철저하게 하기 위한 단계였다”라면서 “현재 우선협상자 선정 가처분 소송을 준비 중으로 부지불식간에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