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발(發) LCD 공습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생산라인 대거 축소에 돌입한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나, 당장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의 구조조정이 벌어지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비전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 LGD의 OLED가 보인다. 출처=LG

중국의 공습, 탈출구 찾아야 하는 한국
현재 중국은 글로벌 LCD 시장에서 완전한 패권을 차지했다.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원리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비현실적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무작정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박리다매 전술을 바탕으로 경쟁사를 고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제조사들은 사실상 시장을 쓸어담고 있다. BOE는 2018년 허페이 공장 B9에서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성공했고 2020년 양산을 목표로 B17라인도 건설하고 있다. 차이나스타도 올해부터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에는 9만장 규모의 라인을 더 건설한다.

중국의 LCD 박리다매 전략이 불을 뿜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장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TV 판매량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이 심해지며 LCD 가격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7월 43인치 LCD 패널 평균 판매 가격은 77달러로 지난해 1월 대비 무려 23%나 떨어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중국의 LCD 공략이 빨라지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으로 업황 악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한일 경제전쟁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하며 주춤하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손실을 두고 “미중 무역분쟁 등 매크로 우려 확대로 유통사와 세트사들이 구매를 보수적으로 전환하며 패널 수요 위축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 가격이 급락해 실적이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중소형 OLED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나 대형 LCD에서는 주춤하고 있다. 2분기 중소형 분야에서 1회성 수익 발생과 리지드(Rigid) 제품 판매 확대를 끌어냈으나 당장 3분기를 기약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나빠짐에 따라 삼성 및 LG디스플레이는 생산라인 축소에 나설 채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9만장의 LCD 패널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사업장 8.5세대 LCD 생산라인 일부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8.5세대 LCD 생산라인 P8-2 가동 중단, P7 라인의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명확하게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생산라인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 LGD의 OLED가 보인다. 출처=LG

반전 가능할까
글로벌 LCD 시장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프리미엄으로의 반등을 준비한다는 각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정이 다소 복잡하다. 일단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가 주력하는 OLED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태에서, QD-OLED가 급부상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QD-OLED 제조를 위해 다양한 업체와 접촉했다. 충남 아산사업장 LCD 라인을 멈추는 것을 고려하는 것도 QD-OLED로의 체질개선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회사는 아직 QD-OLED 투자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중심의 전략을 조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QD-OLED는 발광 구조로 보면 OLED와 동일하다. 무기물인 퀀텀닷을 활용하면 OLED의 고질적 약점인 번인 논란에서 자유롭고, 삼성은 이미 QLED TV를 통해 퀀텀닷 기술에도 익숙한 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밀고있는 QLED TV는 기본적으로 LCD 기술의 일종이며, 사실상 홀로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OLED 진영의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QD-OLED 카드는 더욱 부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에 집중해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마이크로LED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QD-OLED가 OLED의 연장선에 있고, 결국 OLED의 약점을 모두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퀀텀닷 기술로 OLED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여전히 온도차가 크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LG전자의 OLED TV에 기술적 결함이 많다고 비판했던 전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퀀텀닷으로 보완한다고 해도 QD-OLED를 택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난감한 지점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마이크로LED의 경우 8K 시장까지 염두에 뒀을 때 기술적 난관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전체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간결하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OLED로의 체질전환을 꾀하고 있다. QD-OLED냐, 마이크로LED냐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삼성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었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실적발표와 동시에 3조원 규모의 OLED 투자를 발표한 이유다. 파주 P10 공장 내부의 10.5세대 OLED에 3조원을 투자해 OLED 대세화를 이끈다는 구상이며 LCD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바꾸는 한편 OLED로의 전환을 서둘러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 10.5세대 생산라인에서는 65인치 이상 초대형 OLED를 중심으로 2022년 상반기에 초기 투자한 월 3만장 규모의 양산을 시작하고, 월 1만5000장의 확장 투자분은 2023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OLED의 맹주로 활동하며 다양한 생태계 연합군도 거느리고 있다.

▲ 마이크로LED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중국의 LCD 공습에 대비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활로찾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LCD에 집중된 매출구조가 여전한 상태에서 실적악화에 따른 부담을 감내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곳간에 돈이 텅텅 비어가는 상황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전환 속도가 '제대로 날 수 있을까'라는 우려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생산라인 축소 및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매출 비중을 옮기는 가운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LG디스플레이 내부 구성원 일부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LCD에서 OLED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인력 재배치가 일어나는 한편, 많은 직원이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에 대한 명확한 공지는 아직 없다"면서 "일부 직원들의 동요에 대한 논란도 성립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 진영에 많은 생태계 일원들이 참여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LCD 시장을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비슷한 패턴이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중국의 OLED 패널 생산 능력은 한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만, BOE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공격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역시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