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택시업계와 협력한 카카오를 중심으로 요동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확장 전략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과정에서 자금력이 약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류긍선, 정주환 대표가 보인다. 출처=카카오

국토부 상생안 발표..카카오 '전격전'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상생안은 택시산업과 ICT의 만남을 골자로 한다. 법인택시 사납금 폐지 및 월급제 도입을 비롯해 택시 감차, 나아가 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 확대 보급을 꾀하는 한편 면허 양수 조건도 완화됐다. 

기사 자격 심사 강화 및 법인택시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택시 운송종사자 자격시험을 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했고 차량 내부 냄새, 법규 준수 수준 등 서비스 질적 제고를 위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골자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새로운 시도인 플랫폼 택시다. 가맹, 중개, 운수(혁신)로 나눠지며 가맹의 대표 플레이어는 웨이고와 마카롱택시다. 중개는 택시 호출 앱으로 볼 수 있으며 카카오T와 SK텔레콤의 T맵택시가 해당된다. 혁신의 대표 플레이어는 쏘카 VCNC의 타다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맹에 있어서는 웨이고를 가동하는 한편, 최근 법인택시회사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진화택시 인수에 나서는 한편, 16일 업계에 따르면 택시면허 82개를 가진 중일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것이 골자며 당연히 택시업계, 특히 법인택시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자회사 TJ파트너스까지 설립해 체계적으로 법인택시 인수전에 나설 태세다.

가칭 라이언 택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카카오 모빌리티는 10월 스타렉스를 활용한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가칭 라이언 택시를 내세워 법인 및 개인택시 조합과 연이어 접촉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의 허가 및 차량 종류를 두고는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스타렉스는 LPG를 사용할 수 있으며 카니발은 영업용 택시로 개조할 때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막판 조율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또 라이언을 전면에 걸었을 때 카카오프렌즈와의 IP 협의도 해야 한다는 번거러움도 있다. 그러나 일정정도 논의가 끝나면 가맹 부문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중개는 이미 카카오의 텃밭이다. 최초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했던 카카오택시가 핵심이며 이를 카카오T로 묶어 대리운전, 주차, 내비, 카풀, 마이크로 모빌리티까지 연결했다.

▲ 박재욱, 이재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최강자 등극 초읽기..괜찮을까?
카카오 모빌리티의 초반 움직임은 기민하다. 가맹에서는 웨이고의 성공을 바탕으로 법인택시회사를 연이어 인수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라이언 택시도 가맹으로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중개에서는 모빌리티 특유의 촘촘한 플랫폼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 때 모빌리티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카풀은 아직 논의 과정이 남았으나 제한된 시간에만 운영이 허락되는 등 정상적인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라는 통합 플랫폼으로 택시호출과 대리운전 호출, 주차와 내비, 카풀,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모두 연결해 최강자의 자리를 더욱 굳힐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플랫폼 택시의 영역 중 혁신 부문이다.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현 상황에서는 VCNC의 타다만 해당되지만 카카오 모빌리티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아직 혁신 부문에 진출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11인승 대형 승합차를 통한 라이언택시, 즉 가맹 부문에서 VCNC의 타다 전략과 교집합이 생기는 지점이 눈길을 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가맹의 몸집을 불려 라이언 택시까지 동원해 장기적 목표를 대형택시로 잡은 상태다. 이 지점에서 혁신 부문의 타다와는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진입장벽이 높은 혁신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 상태에서, 혁신 부문과 비슷한 가맹을 통해 비교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 가장 좋은 '그림'은 중개와 가맹의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혁신 부문까지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좁혀진다. 이미 촘촘하게 생태계를 짠 카카오T의 가맹 부문에 중개 기능을 넣는 방식이 1단계다. 현재 웨이고가 카카오T 앱에서 호출되는 것처럼, 추후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에 웨이고는 물론 법인택시회사와 협력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라이언택시도 포함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이언택시의 11인승 대형택시 서비스까지 가동해 혁신 부문의 VCNC 타다와 경쟁을 펼치는 것이 2단계다. 택시업계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당연히 자본력이 약하고 긱 이코노미 등 특유의 정체성도 상실한 타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VCNC도 활로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택시와 협력하는 타다 프리미엄의 실제 가동을 적극 타진하는 한편 타다 베이직에 이어 프리미엄, 법인 전용 서비스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VCNC가 맞춤형 스타렉스를 준비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어렵다'고 본다. VCNC 타다가 최초 등장했을 때는 카풀 논란이 벌어지며 택시업계의 질낮은 서비스에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고, 타다는 반사이익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11인승 차량에 친절한 서비스라는 모호한 경쟁력으로 일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택시업계가 ICT와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타다의 경쟁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타다를 공격하는 택시업계의 행보도 집요하다.

심지어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쩐의 전쟁으로 비화되며 자본력을 가진 카카오 모빌리티의 손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VCNC는 물론 카풀 서비스 등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의 종말이 시작된 지금,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