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모 대기업 임원인 김진만 씨(58)는 요즘 고민이 많다. 회사에서는 이제 슬슬 퇴임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들어온다. 이리저리 눈치가 보여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퇴직을 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 노환으로 나란히 병원에 입원 중이신 부모님의 진료 비용을 부담하고, 내년에 결혼이 예정돼있는 아들에게 전세자금이라도 쥐어 주려면 적어도 2년 정도는 회사에 붙어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부터 2년을 더 일하더라도 부모님과 아들에게 큰돈이 나가면 노후자금이 부족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한동안 일을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이사가 갑자기 자기 방으로 부른다. 불안하다. 
    
#영업직으로 오래 일한 노경민 씨(59)는 건강이 쇠약해져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 그간 모아 놓은 돈으로 남편과 함께 경기도에 주말 농장을 꾸리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인생 2막’을 설계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던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시더니 급기야는 치매 판정을 받으시면서 요양병원 입원을 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들어가는 큰 돈 으로 전원주택에서 편히 인생 2막을 구상하려던 경민 씨의 계획은 일단 무기한 연기됐다.  
 

자산 관리의 측면에서 통상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20대부터 10년 간격으로 구분한 시기에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연령대는 어느 시기일까. 인생으로 보면 20~30대 등 젊은 연령대를 ‘인생의 황금기’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자산 관리의 중요도 측면에서는 50대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다. 50대는 20대에서 4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에 이르는 근로 혹은 자산관리로 쌓은 자산이 축적돼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시기다. 그러나 50대가 단순히 보유 자산이 많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보유 자산이 많은 만큼 미리 준비해야 할 것과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문제들도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50대, ‘변수’의 시기

우리나라 공무원 근무를 기준으로 현재 정년퇴직의 나이는 60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기업 임직원들의 실질 정년은 최장 55세이거나 혹은 그보다 약 2~3년 빠른 50대 초반이다. 50대의 소득 수준은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은 시기이지만 퇴직이 가까워지는 나이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고정적 수입이 중단된다는 변수가 있다. 단순히 개인 소득이 줄어드는 것뿐이라면 연금이나 보험 상품 혹은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시기는 본인의 문제가 아닌 직계 가족들에게 발생하는 여러 변수들로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에 50대의 자산관리는 여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의 50대는 소위 말하는 ‘샌드위치 세대’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모두 돌봐야 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현재의 50대는 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 부담을 주는 것을 포기한 세대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중 부모와 성인자녀 모두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전체 34.5%의 비중을 차지하며, 이 중에서 자녀의 자녀까지 챙겨야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즉 현재의 50대는 본인이 축적한 자산으로 부모님과 성인 자녀 그리고 자녀의 자녀까지도 책임져야 할 세대인 것이다. 

이 때의 변수로는 자녀로부터의 변수와 부모로부터의 변수가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50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의 자녀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연령대는 결혼 적령기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20대나 30대가 결혼을 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만으로 가정을 꾸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 때 50대 부모들은 결혼 비용, 신혼집의 전세자금, 주택 매입 지원 등으로 한 번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부모로부터의 변수 중 바로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이다. 50대의 부모 세대라면 최소 70대에서 80대 이상의 세대로 경제적 활동 능력의 소진과 더불어 건강상으로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시기다. 때문에 중병으로 인한 장기 입원 혹은 치매 등 질환에 수반하는 간병과 진료비용 지출이 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뜻하지 않은 부모의 사망으로 인한 장례준비 비용 등도 50대가 지출해야 하는 큰 비용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우선은 무엇보다 안전성 

자본 축적의 양이나 상황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50대에 요구되는 자산관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안전성’이다. 근로를 통한 장기적 고정수익이 40대 이전보다는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은퇴를 몇 년 남겨두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위험 고소득 투자군에 대한 자산 분배는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종류나 상품에 관계없이 장기간 거래한 금융권에 월수입 중 10~20%는 저축을 지속해 두는 것이 좋다. 이자수익이나 투자수익은 높지 않으나 안전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으며, 근로를 오래 지속해온 50대라면 기본적으로 월 단위 수익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저축을 유지한다면 유사 시 여유자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무리한 고위험 고소득 투자로 원금 손실을 크게 입으면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예·적금 등 수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축적될 수 있는 자산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두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그 외로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투자 자산은 30% 정도로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특별히 금융자산 중에서는 ‘연금보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50대가 정년퇴임을 한 이후의 시기를 ‘노후’로 보면 현재 전 국민이 납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노후비용으로 충분치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금융사나 보험사의 연금보험 상품을 가입해서 납입해 두는 것이 좋다.  
 
금융자산 중에는 우선 연금보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정기간 납입 후 통상 10년 이상 중도 인출 없이 계약을 유지하면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과 더불어 다양한 연금 수령방식과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원금(부분)보존추구형 ELF나 채권혼합형 펀드처럼 수익률은 예금 이자율보다 최대 2% 높고 손실위험은 낮은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안전자산의 경우 우선 세금우대종합저축과 생계형 저축 등 세제적격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남은 자금은 연금보험 및 장기 저축성 보험에 가입해두면 좋다. 반면 주식형 펀드 등 투자자산은 최대 10%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시에서의 두 사람들처럼 50대의 부모 세대는 여러 가지 병환으로 급작스러운 입원 혹은 치료가 필요한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부모님이 주택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를 주택연금으로 전환해 부담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 이덕재 LP는 “50대는 그간 쌓아놓은 자산으로 인생의 큰 변수들을 대비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시기”라면서 “과감한 투자보다는 기존의 자산을 잘 지키면서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론들을 잘 알아보고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50대에 접어들었다면 이 준비는 가능하면 빠를 수록 좋다”라고 말했다.    

‘인컴 자산’ 확보해야 

자산 관리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라면 그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투자성향의 자산 관리도 필요하다. 50대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장기간 일정 비율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인컴(Income) 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가 있다. 인컴 자산은 투자재화의 가치(혹은 가격)가 오르는 것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대하는 가격 변동성의 투자와는 궤를 달리한다. 가격 변동성의 투자로는 대표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이 있다.    

 인컴 자산 투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부동산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신탁) 펀드, 주식 배당주 투자, 자율 포트폴리오 구성 펀드 그리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MMF(Money Market Funds·단기금융상품 집중투자 펀드) 등이 있다. 이들 모두는 투자원금에 대한 연 4%대 이상의 수익률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배당형’ 투자 방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 수익보다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지만, 우선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1%대에 머물러 있는 기본 예금이자보다는 높은 수익률로 장기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경록 소장은 “월 단위 고소득의 수익이 들어오는 40대 혹은 50대 초반이라면 여력에 따라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가치가 오른 만큼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자산 관리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50대 중반이 지난 이후라면 이런 투자에 자산의 비중을 너무 많이 두지 말 것을 권한다”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은 변동의 폭이 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투자로 인한 소득이 아닌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주식이나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들이나 자산 배분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