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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창업의 비밀] 미네르바대학이 보여준 미래형 창업교육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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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버드나 스텐포드보다도 더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이 있다. 합격률이 2%도 채 안 되는 미네르바스쿨이다. 이 대학이 개교한 때가 2014년이니까 불과 이제 6년밖에 안된 신생대학임에도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교명 ‘미네르바’에 함축된 의미를 담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미네르바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기술의 여신이다. 요즘말로 풀면 지식과 기술을 융합한 첨단학교라 하겠다. 게다가 이 대학은 에드테크(Ed-Tech)시스템을 도입했다. 교육(Education)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해서 학생들의 실용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교훈은 비판적 지혜(Sapientia Critica)다.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역량으로는 ①비판적 생각(Thinking Critically) ②창의적 상상(Thinking Creatively) ③원활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ng Effectively) 등 3가지다. 교명의 어원, 그리고 교훈만 들어도 대략 교육방향이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역량 세 가지는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우선 ‘비판’을 보자. 여기서 비판이란 어떤 생각에 대한 평가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문제에 대해 계속 질문해서 가장 가까운 답을 내 보라는 의미다.

예를 들면,

"왜 밀폐된 설탕은 굳는 것일까?"

"아 그건 통풍이 안 되기 때문은 아닐까?“

“아, 그렇다면 바늘구멍 하나 내주면 될 것 같은데...”

“하수구를 손 안대고 뚫는 방법은 없을까?”

“이산화탄소(CO2)로 강하게 뿜어주는 방법은 어때?”

“아, 그럼 카트리지를 개발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을 이어가거나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역량 '상상'은 어떤가? 상상은 과거를 생각해 보는 재생적 상상과, 과거 여러 체험들에서 추출한 요소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창의적 상상이 있다.

예컨대 "육지에서 달리는 자동차가 물에서도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 수륙양용 자동차가 나온 것이고, "풍력발전기는 꼭 날개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상상해서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를 개발한 것과 같다.

예시가 전문적이라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런 건 어떤가.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택배가 문제되고 있는데 해결 방법은 없을까?”

“지금도 인근 편의점과 제휴해서 받아가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은퇴자들에게 아파트단지 입구에 작은 창고를 마련해 주고 그곳을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어때?”

“물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고, 노인 일자리도 늘어나고 효과도 있겠구나.”

이렇게 이어지는 토론을 통해 “택배박스를 만들어서 제품에 붙은 바코드를 읽으면 박스 문이 열리고, 동시에 고객에게 문자로 전송되는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모델”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키워드는 '커뮤니케이션'

현대 창업에서는 인적.물적 네트워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그 네트워킹에 필요한 역량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창업하면 일단 돈이 필요하다. 이걸 만들려면 IR(Investor Relations) 즉, 기업설명회에 나가서 발표를 해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 발표하느냐에 따라 투자를 받고 못 받고가 결정된다.

투자를 받으면 제품을 만들어 유통을 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파트너에게도 어떻게 대화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유통한 후 소비자들이 모두 칭찬만 하지는 않는다. 게 중에는 강하게 컴플레인 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인 것이다. 그러니까 기업의 제품개발에서 소비까지 순환되는 전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창업가들은 제품이나 기술만 우월하면 성공할 것으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처럼 보이지 않는 자산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

미네르바 대학의 또 다른 특징은 '지정된 강의실이 없다'는 것이다. 토론과 현장체험이 주요 학습수단이기 때문이다. PDA(Professional Development Agency)라고 우리나라 대학으로 치면 교무처가 있긴 하지만 교육은 화상채팅으로 하며, 현장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미네르바스쿨은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서울 등 세계 7개 주요 도시에 기숙사를 두고 각 도시를 순회하면서 교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업은 대부분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교수가 화두를 던지면 학생들은 조별로 토론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교수가 수업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늘은 한일 간 경제전쟁에 대해 애기해 봅시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요?”

이런 질문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일본은 정치적 문제에다 경제를 무기로 보복함으로써 국제적인 신뢰를 잃을 것입니다.”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재산업의 독립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겁니다. 국가 간에 유기적인 공급사슬이 끊어지면 생태계가 교란되서 서로에게 이롭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겠군요.”

이런 대화는 모두 저장돼서 언제 어디서라도 누구나 꺼내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능동학습(active learning)'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소위 학생을 따라 움직이는 강의실인 셈이다.

교육장소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지금 홍콩은 쓰레기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만일 획기적인 쓰레기 처리방법에 관심이 있다면 홍콩가서 창업하면 훨씬 유리할 것이다. 홍콩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고, 그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과 협업할 기회도 많을테니까.

또 식용곤충을 키우려고 하면 서울보다는 국립농업과학원이 있는 전주나, 전남 곡성, 강원도 영월 같이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으로 가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미네르바대학은 실제 수업보다 기업체 인턴과정을 더 중시한다. 20명 단위로 실제 수업은 오전 3시간만 하고, 오후에는 그 나라 문화를 배우면서 시장에 나가 인턴으로 일해보고 아이디어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어느 나라, 어떤 분야의 창업을 원하느냐에 따라 가장 필요한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나누는 훈련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결론을 내 보자. 이 대학의 특징을 딱 두 가지로만 요약하자면 첫째 "질문하라". 둘째 "문제 중심으로 참여형 학습을 하라"로 규정할 수 있다. 비판도 질문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고, 상상도 질문을 통해 구체화 시킬 수 있으며, 관계도 질문을 통해 보다 깊이 있게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스쿨의 성공요인은 우리의 창업교육이나 스타트업 육성사업들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leebangin@gmail.com

기사승인 2019.08.14  09: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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