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박씨(40세·여)는 돌아 오는 이달 결제일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기어코 월급으로도 원리금을 상환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박씨가 이렇게 된 데에는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과 지인 빚이 한 몫을 담당했다. 

그의 빚은 모두 4000만원. 은행 빚 700만원이외에 이웃에게 빌린 2000만원과 8개월 전에 대출 받은 대부업체 빚 1300만원(이율 24%)이 박씨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박씨는 한 봉사단체에서 받는 급여 200만원으로 생활했다. 불분명한 소득원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이 거절된 이유였다. 박씨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이유이기도 했다. 자영업을 한 남편의 소득은 사업자금을 만드느라 생긴 빚을 갚는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박씨가 매달 내는 원리금만 8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업체 이자만 월 34만원(1700만원*연24%)이었다. 월 200만원의 급여에서 이 돈을 뺀 나머지 120만원에서 월세 55만원, 보험료 30만원 . 나머지 돈으로 초등학생 아이와 생활해야 했다.  

결제일이 다가오자 박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일수' 명함이 박씨의 눈에 들었다. 
                                                                                    -주빌리은행 상담사례- 

 

◆ 채무조정이 능사 아닐 때도 있다?

빚 고민, 묵힐수록 고생이다. "빚 걱정을 빨리 털어놓을 수록 다양한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채무조정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박씨가 이용할 수 있는 채무조정제도는 무엇일까? 소득은 있으나 지인들에게 빌린 돈이 있다? 개인회생이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소득을 밝힐 수 있으면 개인회생신청이 가능하다. 여기에 금융권 채무와 대부업 채무를 비롯해 사채까지 모두 채무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도 개인회생 제도뿐이다. 

문제는 박씨의 생활이다. 개인회생은 매달 소득에서 법원에서 인정해 주는 생계비를 뺀 나머지를 빚을 갚도록 하는 제도다. 채무자회생법과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박씨에게 적용될 생활비는 1인 생활비 100만원이다. 남편이 경제활동이 가능해 개인회생에서 적용된 법정 생계비다. 

박씨의 월급 200만원에서 개인회생 생계비 100만원을 빼면 박씨는 월 100만원씩 빚을 갚아야 한다. 기존 생활보다 더 허리를 띠를 졸라야 하는 상황. 

채권 소각운동와 채무상담을 하는 '주빌리은행'의 유순덕 상임이사는 "매월 원리금 80만원을 갚던 사람이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해 매월 100만원을 갚아나간다면 빚을 빨리 갚을 수 있겠지만 생활이 되지 않는다"며 "개인회생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질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는 이어 "박씨의 경우 지인에게 빌린 돈이 있어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도 적용이 어렵다"며 "채무조정이 아니라 채무의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제도는 지인 빚(사채)도 조정할 수 있지만 워크아웃은 지인의 빚을 조정할 수 없다. 자료=이코노믹리뷰 DB

◆ 필요하면 '합리적 대출' 찾아야... 어디로 가야 하나?

때론 공적 채무조정 제도가 채무자에게 가혹할 수 있다면 기존 채무 구조를 파악해 채무의 질을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부업체 채무를 제도권 금융으로,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꾸는 것이 그것이다. 요컨대, 대출도 채무조정의 한 방법이다. 

다만 어디에서 어떤 제도를 선택하는지 또 고민이다. 자칮 불법 대출중계업자에게 걸리면 빚 조정은커녕 빚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박씨의 빚 구조에서 효율적 변화를 가져올 대출상품을 찾아야 한다.

서민금융 가운데 하나인 '바꿔드림론'이 이와 같은 역활을 한다. 바꿔드림론은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받은 고금리 대출을 국민행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바꾸어주는 서민금융 제도다.  신용 6등급 이하의 채무자가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 빚을 6개월 이상 갚았을 때 신청자격이 된다. 기존 대출이 연체되면 바꿔드림론 신청자격이 없다. 연체 전에는 바꿔드림론 설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

바꿔드림론은 연 6.5%~10.5%의 금리가 적용된다. 박씨가 바꿔드림론을 받아 채무구조를 저금리로 조정하면 기존 대부업체 이자 34만원이 약 14만8000원(1700만원*연 10.5%)으로 줄어든다. 약 20만원의 생계비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박씨는 채무조정을 할지 대출을 받아야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제때 채무조정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전문지식이 뒤따른다. 대환 등으로 빚 구조를 바꾸는 경우 가계 재무설계를 다시 짜는 노력도 필요하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서민융금융 제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채무자가 추가로 대부업체 대출을 받거나 불법사채에 늪에 빠지는 것도 문제고, 채무조정을 받아야 할 사람이 서민금융 상품에 접근하는 것도 문제"라며 "서민금융통합센터에서는 맞춤형 채무조정과 서민금융의 설계가 가능하고 채무자가 일자리와 주거 등 복지영역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전국 47곳에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