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환 백패커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소비자들이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수공예품’만큼 적절하고 접하기 쉬운 소재가 있을까. 하지만 멀티 브랜드와 공산품이 난무하는 요즘 자신만의 물건을 얻기 위해선 직접 만들거나 적잖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공급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실력있는 판매자들도 가게를 차리거나 거래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체 ‘백패커’는 이 같은 수요·공급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수공예품 거래 플랫폼 ‘아이디어스(idus)’를 2014년 출시했다. 개성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거래 플랫폼에 대한 시장 요구가 맞물리며 아이디어스로부터 적잖은 성과를 창출했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모바일 앱을 가장 잘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울트라 프로듀서(Ultra Producer)’로 소개한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기획·마케팅 업무를 수행했고 IT 플랫폼 개발업체 인사이트미디어의 해외 지사장을 맡기도 했다. 아이디어스를 통해 작가의 인생을 바꾸고 메이커 문화를 조성한다는 포부를 품은 그로부터 사업과 국내 창업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도예과 사촌동생 돕다 ‘수공예 시장’ 잠재력에 눈 떠

아이디어스는 8월 초 기준 36개 범주의 수공예품을 취급하는 모바일 상거래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2012년 11월 백패커를 설립했다. 1년 반여 지난 2014년 6월 애플 앱스토어를 시작으로 아이디어스 앱을 제공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앞서 명문 사립대 도예학과에 진학한 사촌동생과 함께 자취생활하다가 수공예 시장의 잠재성을 우연히 발견했다.

김 대표는 “동생을 따라 수공예품 플리마켓을 다녀보니 제품을 사고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많은 작가들이 제품을 만들 작업실을 마련하기 어렵고 상품을 잘 만들어도 판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곤 아이디어스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스에서는 현재 1만명에 가까운 작가들이 입점해 있다. 백패커에 따르면 아이디어스 거래액은 최근 들어 월 100억원 이상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백패커에 따르면 입점 작가들의 전체 평균 수입은 200만원 수준이며 상위 10% 작가들은 월 평균 1200여만원씩 벌어들이고 있다.

▲ 백패커는 본사 뒷쪽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공유 공방 아이디어스 크래프트랩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아이디어스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경력단절여성, 학생 등 수공예 실력을 갖췄지만 사업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의 창업을 돕는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아이디어스 앱을 통해 작품을 홍보할 뿐 아니라 결제, 물류 배송 등 거래 전 과정을 위탁한다. 백패커는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기존 이커머스 관행보다 낮춰 책정해 입점 작가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수수료율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설정한 수수료율인 30~4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작가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백패커는 작가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듦으로써 맞춤형 제품의 취약점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김 대표는 “소비자 주문에 맞춰 제품을 매번 다르게 생산한다고 해서 공임이 많이 추가되는 건 아니다”라며 “상품성에 대한 고집이 센 작가들의 손에서 좋은 자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가성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아이디어스 입점을 시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앱에서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패커는 ‘작가영입팀’을 통해 매주 예비작가의 입점 신청을 철저히 검토한 뒤 수락하거나 반려하고 있다. 10명이 입점 신청하면 3명 정도가 입점 자격을 얻는다. 이미 입점한 작가들도 30일 이상 앱에 접속하지 않는 등 계정을 충분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퇴출될 수 있다.

백패커는 플랫폼의 성장 지표 가운데 하나인 입점 작가 수를 대폭 늘려 성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작가들을 확보하는 것이 구매 경험 수준을 향상시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길이라 판단해 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앱에 본인 이름을 등재했다는 점이 아이디어스 소속 작가로서 프라이드(pride)를 심어주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작가의 자부심이 고조되는 점은 아이디어스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패커는 앞으로 아이디어스를 통해 수공예품 작가들이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시적’ 목표를 제시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개인 취향을 가지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큰 꿈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아이디어스를 통해 획일화한 진로 목표에서 벗어나 수공예품 작가를 직업으로서의 한 대안으로 여기게 되길 바란다”며 “백패커는 직업 외에도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찾고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아이디어스 크래프트랩 5층에 진열된 수공예 작품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김 대표 “창업 성공하려면 고객과 활발히 소통해야”

백패커를 견실히 이끌어온 김 대표는 성공적인 창업의 요건에 대해 설명하며 아이디어스 작가들의 사례를 들었다.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내온 아이디어스 입점 작가의 공통적인 덕목으로 성실함과 인내를 꼽았다.

김 대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대부분 작가들은 앱에 입점한 뒤 점진적으로 실적을 높여간다”며 “고객 반응이 시원찮으면 제품을 보완하거나 새롭게 시도하는 등 사업 역량을 꾸준히 보완·개선해나가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가 가장 경계해야할 점으로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지목하기도 했다. ‘비결’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책상에서 기획하는데만 힘 쏟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건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고집이 생길 것이란 지론이다.

김 대표는 “예비 사업자가 아무리 오랜 기간 자신이 원하는대로 상품을 개발해도 소비자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상품을 꾸준히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얻으면 적극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는 등 혁신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