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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잃어버린 10년 또 다시 오나

“저성장·저인플레이션 계속땐 유로존 해체 주장 다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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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낮은 이자율, 낮은 성장은 이제 뉴 노멀이 되었다.   출처= 위키피디어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럽은 10년간의 경기 침체를 겨우 견뎌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힘든 10년을 맞이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유럽 경제가 겨우 회복세를 보였지만 그것은 부활이 아니었다. 유럽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낮은 이자율, 낮은 성장은 이제 뉴 노멀이 되었다.

유럽이 다시 불안에 빠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위험스럽다. 또 침체에 허덕이며 10년을 보낸다면 도심과 농촌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정치적 불안정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독일 지점에 근무하는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인터뷰에서 유럽의 또 다른 침체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블록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너무 늦게 잠에서 깨어나면서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하고 후회해도 때는 늦습니다.”

저성장 신드롬

유럽의 상황은 흔히, 저성장 저인플레이션에 빠졌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교된다. 장기 침체의 주요 증상, 즉 '일본화'가 만연돼 있는 것이다.

2018년 말 이후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정한 목표치인 2%에도 한참 못 미쳤다. 지난 6월에는 1.3%까지 떨어졌다. GDP 성장률은 2018년 1.8%로 선방했지만 올해에는 1.2%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오는 가을 혼란스러운 브렉시트에 직면하게 되면 내년은 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금리 역시 사상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재임 8년 동안 한 번도 금리인상을 하지 않고 오는 10월에 사임할 것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9월에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

유럽의 무기력함의 근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이 세계 금융위기로부터의 회복 자체가 균일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2013년 유럽연합(EU)의 실업률은 지난 2013년에 2650만 명으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후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낮은 1570만 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스페인 북서부, 이탈리아 남부, 그리스 같은 곳은 여전히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ING의 베르트 콜린과 조안나 코닝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많은 지역이 이제서야 겨우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서의 회복은 지난 수 년간의 초저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무색할 만큼 미지근했다. ECB가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2011년에 포르투갈의 부채는 정크 상태로 격하되었고 그리스는 또 다른 구제금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일랜드도 바로 그 전 해에 구제금융을 받았었다.

오늘날, 금리 인상은 빨라야 2021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와 다른 것은

유럽의 이런 상황이 저성장, 저인플레이션, 저금리의 3번째 시대를 마감하고 있는 일본을 점점 더 떠올리게 만든다.

유럽은 일본처럼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고, 연금 수급자들은 소비보다는 저축을 많이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지지부진하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대출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자본만 깎아 먹는 좀비 은행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침체라는 병과 싸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보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하나의 정부에 하나의 중앙은행 체제다. 일본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이 비록 지금까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더라도, 일본 중앙은행은 결단력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의 경제적, 정치적 통합은 미완의 프로젝트다. 유로화는 1999년 1월 1일에 도입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EU 국가들은 통화 연합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보완적인 재정 정책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다.

EU 국가들은 ECB로부터의 차입을 제한한다는 규칙의 틀 안에서 자체 예산을 세우고 자체 세금 계획을 수립한다. 이런 상황에서 ECB는 지난 10년 동안 각국의 조치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UBS 자산관리(UBS Asset Management)의 조나단 그레고리 영국 채권투자팀장은 "유로존은 여전히 하나의 실린더에 의지하며 절뚝거리고 있는데도, 곧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고 신호

전문가들은 만일 ECB가 각국 정부의 지출을 조율할 수 있다면, 유럽을 침체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충격 요법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ING의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같은 비교적 여유 있는 나라들과 이탈리아 같이 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 간의 정치적 분열에 주목하면서, "ECB가 국가의 예산을 조정하고,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실제로 실행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도 지금보다 더 긴밀한 협력에 합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꾸물거릴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이자는 현재 일본보다도 낮다. 이는 이 지역의 장기적 경제 전망에 대한 암울함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이 금리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JP모건체이스의 존 노맨드 연동자산 기본전략팀장은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유럽의 채권시장은 일본이 30년 걸려 도달한 지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의 은행들을 계속 압박하는 한편, 유럽 채권 시장의 매력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현재 시점으로는, 투자자들이 10년 만기 독일 채권을 만기가 될 때까지 보유한다면 손해를 볼 것이 확실하다.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은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지역의 경제가 부진해지면서 각 국가와 유럽 사이의 이해 관계 줄다리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그것이 유럽 연합이라는 틀에서 유럽을 벗어나게 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다른 방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입니다. 바로 이 틀을 해체해야 한다는 세력들이 다시 부상하겠지요.”

홍석윤 기자 syho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7.19  14: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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