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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컨틴전시 플랜 가동...한일 경제전쟁 '요동'

90일 이상 재고 비축 요청, 정면충돌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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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협력사들에 공개적으로 일본산 소재 및 부품을 두고 90일 이상의 재고를 비축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일본의 소재분야 수출규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한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자 준비했던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 두 나라의 신경전이 격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 변경을 통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비롯해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3개의 수출 규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두 반도체 및 가전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재고로 남으면 삼성이 부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 및 부품 비축분 90일치 이상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재고 확보 시한은 이달 말과 내달 15일이다. 

일본이 추가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광복절인 내달 15일 실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대한 물량을 비축해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만약 협력사들이 재고 확보와 관련해 보관비 등 비용이 발생할경우 이를 삼성전자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나아가 물량이 예상처럼 소진되지 않아도 그 부담은 온전히 삼성전자가 책임지겠다는 뜻도 밝혔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력사의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이 전격적인 금수조치까지 취하지는 않아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발 빠른 움직임은 현재 상황이 심상치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제재는 3대 소재에 집중되고 있으나, 이미 추가제재를 시사하는 한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종료되고 24일 전후 2차 수출 규제로 한국을 압박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여기에 내달 초까지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삼성전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추가 제재로는 집접회로 및 이온주입기, 블랭크 마스크, 웨이퍼, 전력반도체 수출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블랭크 마스크와 웨이퍼는 일본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내 산업계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 기업들이 플랜B를 가동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면에도 집중하고 있다. 

당장 SK하이닉스도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김동섭 사장은 일본의 원자재 협력사 방문을 위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현지 주요 협력사 경영진들과 만나 원자재 수급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 불화수소 국산 대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본이 아닌 중국 기업으로부터 불화수소를 수급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김동섭 사장이 협력사와 원자재 수급 관련 협의를 위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출처=SK하이닉스

격렬해지는 전장의 포성
일본이 내달 초, 혹은 중순까지 추가제재에 나서는 한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두 나라의 신경전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여야 5당 대표와 회동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제재를 보복으로 규정하는 한편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공동 발표문까지 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걱정되는 시기에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가 여야 5당 대표의 공동 합의문 채택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경 추가 편성, 소재 부품 국산화를 거론한 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한일 정상회담 및 대일 특사 파견을 주장하는 등 이견을 보이고는 있으나 큰 틀에서 일본의 제재 부당성에 대해서는 뜻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추가제재 및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시아 안보 협력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검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대일 강경 기조는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중론이다.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낮춘 것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후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으나, 한국은행의 선택은 속도전으로 결정됐다. 당장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어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일본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한국에서 불고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한편 자국의 추가제재 가능성에 당위성을 실어주는 행보에서 확장,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후지TV 히라이 후미오 논설위원은 "한국은 강제징용 판결을 바꿀 수도 없고 레이더 조준을 인정할 수도 없고, 위안부 재단은 해산했으며 한국은 일본에 내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만이 해법이라는 말이 한국 재계 인사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 일본 오사카 항구가 보인다. 출처=뉴시스

다만 경제제재를 두고는 유연한 접근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NHK는 18일 일본 경제산업성 관료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와 관련해 군사 전용 우려가 없으면 신속히 수출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제재가 금수 조치는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규제 철회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수출 공급선을 자의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NHK의 보도가 한일 경제 정상화 의지가 아니라, 물량을 조절하면서 한국의 목줄을 쥐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7.19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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