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사진을 찍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 사진을 '나이든 모습’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 페이스앱(FaceApp)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이 앱이 전화기의 사진 전체를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출처= Dwayane Wad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하나의 앱이 바이러스처럼 퍼질 때, 그것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정부에 당신의 얼굴을 보내는 사생활 침해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의 사진을 찍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 사진을 '나이든 모습’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 페이스앱(FaceApp)이 이번 주 애플과 구글 앱 스토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직후,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은 러시아제 앱의 모호한 합법성에 대해 경고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앱이 허위 정보 캠페인일 수도 있고 당신의 사진첩 전체를 몰래 다운로드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이 앱을 ‘즉각’ 삭제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두려움은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한데 모여 나온 것이지만, 앱의 서비스 조건에 흔치 않은 단어들이 있고, 한 트위터 개발자가 "모든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다"는 주장(검증되진 않았고 지금은 삭제되었음)과 함께 이 앱을 만든 회사의 주소가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욱 증폭됐다.

이번 페이스앱 소동은 미국 기술 업계의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하다는 프라이버시 스캔들이 1년 넘게 지속됐지만, 소비자들은 민감한 개인 정보를 넘겨주기 전에 여전히 해당 서비스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가 기업들이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그들이 그 정보에 대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도 새삼 깨우쳐 준다.

페이스앱에 대한 경고를 처음 제기한 개발자 조슈아 노지와 다른 보안 연구자들은 나중에 페이스앱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 전체를 몰래 업로드하고 있다는 초기 주장을 철회했다. 또 이 앱의 개발 회사가 러시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자동적으로 러시아 정부의 도구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기사를 게재한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보낸 장황한 성명에서 "대부분의 이미지는 업로드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서버에서 삭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되는 것은 앱의 서비스 조건에 사용된 언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서비스 조건을 설명한 섹션에는 "사진을 업로드한 사용자는 업로드한 사진에 대해 페이스앱에 영구적이고, 철회할 수 없으며, 비독점적이며, 로열티 없이 양도 가능한 하위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페이스앱은 사용자에게 달리 보상하지 않고도, 모든 미디어나 포멧에 업로드한 사진의 파생 저작물을 재생산, 수정, 변형, 출판, 번역, 제작, 배포, 공연, 표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페이스앱은 당신의 셀카 사진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면 페이스앱은 꽤 좋은 회사가 된다. 다른 유명 기술 회사들도 수 년 동안 서비스 조건에 사용자가 공유하는 이름, 사진, 기타 콘텐츠를 사용할 권리를 주장하는 이와 비슷한 언어들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서비스 조건에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공유하면, 페이스북에 사진의 저장, 복사 및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사진을 먼저 공유하고 나중에 의문을 제기한다.

▲ 기술회사들이 우리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선뜻 사진 같은 개인정보를 올리는 사용자의 부주의도 심각한 문제다.    출처= Metro

페이스앱이 지난 2017년에 처음 선보이면서 논란이 퍼졌을 때부터 이번 주에 앱 스토어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폭발하기까지 여러 차례 기술회사의 프라이버시 스캔들이 있었다. 그 모든 사건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최소한 자신들이 기술 회사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지 다시 생각하도록 하기에 충분히 충격적인 사건들이었다.

페이스북에서 매우 만만하게 보였던 성격 테스트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사용자도 모르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 개입했던 데이터 회사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에게 제공됐다. 또 인기 있는 배란주기 추적 앱도 페이스북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도 글로벌 팀을 고용해 사용자가 에코 스마트 스피커와 대화하는 것을 녹취했다.

그러나 우리의 셀카를 더 늙어 보이게 하거나, 명화와 어울리게 만드는 등 페이스앱의 화려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 저장되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조심하는 마음은 바람에 던져버리고 우리 얼굴 사진을 기꺼이 건네 준다.

기술 회사들은 분명히 그들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행에 대해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소비자인 우리 자신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