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동안 개발 기대감으로 들썩였던 강남 재건축 단지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정부정책을 지켜보자는 관망세와 함께 당분간 재건축이 힘들어질 것이란 예상에 매수자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112.40㎡는 19억원 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이달 초에만 해도 급매물 가격이 19억3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일주일사이에 3000만원이 하락했다. 지난 4월부터 매매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꾸준히 가격이 상승했던 이 단지는 19억원 후반 대까지 호가가 올랐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이야기가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타깃이다 보니 가격 상승과 하락에 대해 쉽사리 언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분위기에 대한 말을 아꼈다.

강남구 대치동 역시 시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지방에서 강남 아파트를 사고자 원정오던 매수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이다.

대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에만 해도 시장에서 큰 반응이 없었다”라면서 “정부가 여러 번 언급을 하고 거의 기정사실화가 되다시피 하면서 재건축 단지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 아파트’ 전용면적 76㎡는 보름사이 호가가 3000만~4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집값을 누르기 위한 정책 시도는 이번만은 아니다. 앞서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강화하며 분양가 잡기에 나섰지만 강남을 비롯한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으로 선회하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규제가 필요한 곳에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등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가 주 타깃이 될 것이란 대목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준을 ‘물가상승률의 1.5배 초과’로 세울 것이란 예상도 이어진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부터 6월까지 주택가격과 소비자물가 지표 비교해 적용대상을 추정한 결과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는 배율, 시점에 상관없이 무조건 적용되고 다른 지역은 배율과 시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공급절벽이 올 것이란 예상이 파다하다. 강남3구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고분양가 규제를 피해 공급되는 후분양 역시 공급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후분양을 할 경우 건설사는 대출을 통해 주택을 준공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구조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선분양제에서는 주로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을 이용해 공사비를 조달하지만 후분양제는 시행사의 PF대출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후분양은 낮아진 사업성으로 분양가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주택가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라면서 “특히 금융비용 증가는 건설사 부담으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공급이 감소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