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라인이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을 카피해 글로벌 서비스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상생하며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던 라인의 모회사 네이버가 아이디어 카피를 통해 염원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라인이 베트남에서 출시한 ‘겟잇’이 자사의 아이디어를 카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출시됐으며 라인의 겟잇은 베트남에서 2018년 12월 출시됐다.

▲ 당근마켓이 주장하는 두 서비스의 유사성. 출처=당근마켓

당근마켓은 겟잇의 홈화면이 자사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동일한 위치에 지역명이 들어가고 일부 알림 형태가 비슷하다. 사진 위치 모양도 비슷하고 그 외 유저 인터페이스가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동네 변경하기, 동네 검색 등 부가 카테고리의 형태도 동일하다는 것이 당근마켓의 주장이다. 이 외에도 프로필 페이지와 비매너 평가 유저 인터페이스도 대동소이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라인의 모회사는 지금까지 스타트업 몇 곳을 카피해 서비스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내에서 문제가 되니 카피한 서비스를 해외에서 공개했는데, 이러면 국내에서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많은 국내 스타트업도 해외에 진출하는 시대”라면서 “라인이 우리 서비스를 카피해 베트남에 진출하면, 우리가 만약 베트남에 진출했을 때 후발주자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당근마켓은 조만간 이와 관련된 명확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그는 “대기업이 아디이어만 가진 스타트업 서비스를 카피하면 스타트업은 고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지금은 호소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인의 겟잇이 당근마켓 서비스를 표절한 것이 사실이라면,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논란이 예고된다. 먼저 국내 ICT 업계의 큰 형님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카피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지점은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라인의 입장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최근 배달의민족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라인이 아이디어 카피를 전제로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불편한 전례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라인은 당근마켓의 주장을 반박했다. 라인은 “모바일 화면 내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경우, 현지 유저 정성조사 및 피드백을 참고해 썸네일 제품 정보 등의 배열 조정을 통해 다양한 포맷으로 지속적으로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진화시킬 예정”이라면서 “이미 해외에서도 로컬 지역 내의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앱부터, 위치 기반의 소셜 데이팅앱 등 다양한 지역 기반의 서비스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다.

라인은 또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겟잇을 출시했고, 중고거래 서비스를 포함한 O2O 및 소셜기능을 덧붙인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는 라인과 모회사의 진심에 주목하면서, 당근마켓과의 논란이 순조롭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