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제는 몇 개나 될까요?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는 2019년에 등록된 지역축제만 무려 884개가 된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기억하는 축제는 몇 개나 될까요? 아마 많아야 열 개나 스무 개 정도 아닐까요. 그래서 축제 기획자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기획한 축제가 기억에 남는 축제가 될까를 많이 고민합니다. 지난달에 이 주제로 강의했던 내용 중 스토리텔링으로 기억에 남는 축제 만드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1. 축제 속에 큰 그림을 그리자

필자는 세종시에서 열리는 ‘세종축제’를 맡아서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필자의 세종축제 기획은 행정수도 세종시 시작의 의미를 담고자 기획한 제1회 세종축제 슬로건은 ‘세종대왕 납시오!’였습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의미로 서울에 있는 세종대왕이 세종시로 행차를 한다는 스토리를 담아 광화문에서 세종시까지 여정을 스토리로 담았죠. 실제로 세종실록에도 훈민정음 창시로 눈병을 앓던 세종대왕이 세종시 전의면에 납시어 ‘전의초수(全義椒水)’로 안질을 치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의면에서 예전부터 ‘왕의물 축제’가 진행되었고요.

축제를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방법은 사람들의 인식에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겁니다. ‘세종대왕 납시오!’라는 큰 그림으로 세종축제의 의미를 스토리텔링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엮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물론 주민참여와 경제논리로 진행 과정에서 변했지만 3회 때 ‘세종대왕 납시오!’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2.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관지하자

일이관지(一以貫之)란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말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구슬을 꿰는 그 줄이 바로 스토리죠. 즉 큰 그림을 그렸다면 그 주제로 전체 축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꿰어야 스토리가 완성됩니다.

횡성하면 한우지만, 토마토축제도 유명합니다. 벌써 8년째인 횡성군 ‘둔내 고랭지 토마토축제’는 토마토 수확량이 너무 많아 고민하던 주민들이 만들어낸 축제로 버려지는 토마토로 즐거운 축제를 만들면서 자연스런 홍보를 이끌어 냈죠. 작은 축제지만 프로그램은 토마토홍보관, 토마토품종전시관 등 볼거리와 방울토마토 따기, 토마토 풀장, 토마토 댄스파티 등 체험거리, 또 토마토 막걸리 빨리 마시기, 토마토 높이 쌓기, 토마토 무게 맞추기, 토마토 항아리 넣기, 빨리 나르기 등 각종 이벤트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토마토’로 일이관지하며 스토리텔링한 셈이죠. 토마토로 잘 스토리텔링된 이 축제가 올해는 8월 9부터 11일까지 열린답니다.

#3. 인물, 배경,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자

인물, 배경, 사건은 스토리 3요소입니다. 축제 스토리텔링에도 이 3요소가 중요합니다. 역사 속 인물을 찾아내 축제를 스토리텔링할 수 있고,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배경이나 그 사건 자체가 큰 그림 속에서 훌륭한 스토리텔링거리가 될 수 있죠.

오는 9월 27일부터 3일간 진도대교 아래에서 대형화포가 불을 뿜고 하늘 가득 새까맣게 불화살이 날아다니는 해전이 벌어집니다. 421년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13척의 아군선은 남해바다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서해를 돌아 한양으로 진출하려는 133척의 일본 수군을 울돌목에서 맞아 격파하는 위대한 명량대첩을 재현합니다. 바로 전라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개최하는 ‘제12회 명량대첩축제’가 열립니다. 이 축제는 이순신 장군, 민초, 진도 앞바다, 울돌목, 전설적인 명량대첩 등 인물, 배경, 사건이 잘 짜여진 축제 스토리텔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