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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호의 작은 경제 이야기] 지금은 경제한국의 비상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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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아베도 정치인이다. 그들은 국가 이익을 앞세우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정치적 속셈을 달성하고자 경제 이슈를 내걸고 있다. 트럼프는 정글리즘으로 불리는 자국이기주의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지만 경제적 성과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베는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그는 항상 국가경제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고수한다. 두 사람 모두 국가경제를 잘 풀어서 일자리를 만들고 장기불황을 탈출시켰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믿는다. 한국정치가 경제 현안을 볼모로 정치를 앞세우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아베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도발을 감행했다. 한국의 정치적 카드에 경제적 카드로 반응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불가결한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해 수출제한조치를 취했다. 한국이 가장 잘 나가는 분야인 반도체의 목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다. 이번 조치에는 경과기간 조차 두지 않았다. 트럼프가 새롭게 열어놓은 세계 경제질서, 정글리즘 시대엔 오직 주고 받는 일만 있을 뿐 경과기간이라는 매너는 없다.  

아베의 도발은 최소 6개월 여간을 연구하고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외교라인은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전 준비가 됐다고 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 대응을 하고 있다. 준비된 펀치는 찾아볼 수 없다.

아베는 이번 선전포고로 두 가지를 겨냥한다. 한 가지는 전쟁이 가능하도록 평화헌법을 개정하기위해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의 연립내각의 3분 2이상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이번 기회에 한국이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과 5G기술을 사전에 제압하려는 의도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면 경제순위가 바뀔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5G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로봇 등에 필수적이다. 사실상 미래경제의 코어들이다.

일본은 미국이 중국을 대하듯 한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자세 전환이다. 정글리즘이 지배하는 신경제질서에 일본도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낸 셈이다. 앞으로가 녹록지 못할 이유이기도 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멀고도 먼 나라, 사사껀껀 반대를 할 나라로 등장하고 있다.

아베의 이번 도발이 선거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면 이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베가 참의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곧바로 수출규제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과연 그럴까. 수많은 비난을 들으며 꺼내든 이 카드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을 것 같지 않다. 한국의 비메모리와 5G기술이 본격 성장한다면 현재의 일본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당정청은 일본의 규제 발표에 대응하여 반도체 부품 소재 산업에 매년 1조원씩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너무도 재빠른 반응이어서 마치 준비된 것인 듯했다. 그런데 과연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일까. 그 내용은 하루 이틀 만에 발표할 정도로 간단한 사안이었을까.

한국 정부는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하겠다는 발표로 면피하기에 바쁜 인상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해결되면 투자계획이 흐지부지되곤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결판이 알파고의 승리를 끝난 2016년에도 정보통신부는 바로 인공지능에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한해 수조원을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인식의 큰 차이를 엿볼수 있었다. 

얼마 전 삼성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향후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니 정부도 함게 10년간 1조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투자예산과 얼마전 당정청이 발표한 반도체 부품 투자비 한해 1조와 중복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우리의 산업 투자계획은 늘 이런식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뒤집힐 단기 플랜만이 있을 뿐이다. 길어야 5년짜리 플랜으로 한국이 미래에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임기응변식 미봉책으로는 우리를 가상의 적으로 여기는 경쟁국가들과의 싸움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정부의 주요 공직자와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이다. 이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파놓은 대일(對日) 의존증 탓이라고 진단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섬뜩할 지경이다. 이들은 마치 딴 나라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국가적으로 위중한 시기인데도 총선에 나갈 장관들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걱정하는 모습들도 보이고, 이번 사안의 주무장관인 외교수장은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다.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다. 지금은 믿었던 한국 ICT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비상시국이다.

임관호 기자 limgh@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7.12  07: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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