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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판] 분만 중인 ‘태아’에게 발생한 상해도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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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자녀가 출생하기 전인 2011년 현대해상화재보험(이하 보험사)과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수령하는 수익자를 A씨,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피보험자를 태아로 하는 어린이 CI보험 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A씨는 2012년 자녀 B를 출산했는데, A씨의 분만과정에서 B에게는 영구적인 뇌손상이 생기는 사건(이하 이 사건)이 발생하여 A씨는 보험사에 1억 22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 특약에는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는 규정이 있어 “사람은 출생 시부터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분만중인 태아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보험사가 A씨에게 판매한 보험상품은 요즘 자녀를 임신한 예비 부모라면 대부분 가입하는 이른바 ‘태아보험’으로, ‘태아는 출생 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특약의 규정에 비추어 분만 중 상해에 대해서도 이 사건 보험이 보장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상법 상 상해보험 규정에서는 태아가 보험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은 없으며,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있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계약자나 보험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되는 태아에게도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나 민법 제103조 상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계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보험사가 A씨 및 B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판시를 하였습니다. 태아는 출생 시 이 사건 보험이 보호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특별약관에 대해서도 보험사와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A씨의 자녀가 태아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료를 지급해 보험기간을 개시하였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대법원이 소위 피보험자의 지위와 관련하여 태아에 대해서도 ‘권리능력’을 인정하였다는 점입니다. 민법은 사람이 생존한 동안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 즉 ‘권리능력’을 가진 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3조), 대법원 판례는 태아가 분만과정을 거쳐 신체가 외부에 전부 노출된 때로부터 태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신체의 전부가 외부에 전부 노출되지 않은 때, 즉 태아인 상태라도 민법은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상속, 유류분, 유증, 연금 수급 등과 관련해서는 이미 태어난 것으로 보는데(제762조, 제1000조 제3항 등),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성한 특별약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당사자 간에 별도의 개별 약정이 이에 우선한다는 이유로 태아에게 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격, 즉 피보험자로서의 지위도 함께 인정한 셈입니다. 물론 여기서 주의할 점은 태아의 권리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태아가 출생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만약 태아가 태어나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에는 태아는 이번 판결이 인정한 피보험자로서의 지위는 물론, 앞서 언급한 권리능력자로서의 지위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학설에 따라서는 태아가 태아일 때부터 즉시 이 같은 권리능력을 가지다가 출생하지 못하고 사망하면 그 때부터 소급하여 권리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해제조건설)와 태아는 출생한 시점부터 권리능력이 인정된다는 견해(정지조건설)가 있고, 대법원은 태아가 출생한 시점부터 권리능력이 인정된다는 정지조건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어쨌든 두 학설 모두 태아가 출생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만약 이번 사건과 달리 태아가 출생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라면 A씨는 보험사에 B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7.08  09: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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