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영류왕 11년 고구려는 당 태종에게 사신을 보내 그가 돌궐의 지배자인 힐리가한을 생포한 것을 축하하며 고구려의 봉역도(강역도)를 바쳤다’는 기록이다.

왜 지도를 바쳤을까? 지도는 현존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며 이를 바치는 행위는 곧 ‘모든 것’을 바친다는 의사표시기 때문이다. 민감한 군사정보와 각 요새의 위치 및 마을, 성읍의 모듬 것이 망라된 지도는 말 그대로 ‘현실의 모든 것’이다. 한 때 구글이 국내에서 정밀지도를 반출하려 할 때 엄청난 반발이 나온 이유다.

▲ 석상옥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네이버의 도시

네이버랩스는 25일 A-CITY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A-CITY는 다양한 형태의 머신들이 도심 각 공간을 스스로 이동하며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만들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분석·예측해, 최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들이 자동화된 도심 환경을 뜻한다. 특정 부지에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의 이상향이다.

네이버는 이를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를 활용, HD맵 제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 리더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 자체에 집중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을 종합예술이라고 묘사하며 “매핑·측위·인지·예측·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어우러지는 정점에 자율주행기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백 리더는 “올해 서울시의 2000Km의 로드 레이아웃을 완성할 것”이라면서 “HD맵과 GPS, Wheel Encoder, LiDAR, 카메라 등의 센서를 결합해 10cm 이내의 정밀도로 끊김없이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측위 기술도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3차원 실내 지도 제작 로봇 M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M1X를 활용해 스캔한 대규모 실내 3차원 인천공항 제2 청사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대비 제작 단가를 절반으로 낮추면서 위치 정확도가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3시간 스캔하면 20만장의 사진이 만들어진다. 용량은 200GB다. 석 대표는 “M1X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동굴 스캔 로봇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Visual Localization) 기술을 비롯해 실외 자율주행로봇 및 차량을 통한 매핑 기술도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HD맵이 완성된다. 백 리더는 “항공사진과 R1을 통해 도로 HD맵을 제작하는 독창적인 솔루션”이라면서 “항공사진은 화각을 높여 촬영하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도로에 있는 정보를 추출, RI으로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백 리더는 “도로의 높낮이, 항공사진의 높낮이 등을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는 3D로 바꾸는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노면 기호 및 차선을 자동으로 태깅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꿈꾸는 A-CITY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네이버는 실내외 공간을 모두 매핑해 정밀한 HD맵을 완성한다. 해당 HD맵은 정교하게 지형을 반영하며 실시간으로 변경된 데이터가 적용된다. 이러한 HD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율주행 로보틱스다. 네이버랩스는 저렴한 기기로 무장한 양산형 자율주행 로봇과 차량을 통해 HD맵을 완성하는 영악함도 보여줬다.

▲ A-CITY의 개념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모든 것 연결하는 네이버의 꿈...왜?

A-CITY는 ‘왜’ 탄생했으며, HD맵은 ‘왜’ 중요한 수단일까? 그리고 네이버는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할까?

네이버라는 기업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당연하지만 온라인 기반 포털에서 시작한 기업이며, 무게 중심을 가상공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가상공간, 즉 온라인 중심 사업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O2O 시대가 열리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실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역은 여전히 오프라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마냥 온라인의 강자로 남아 오프라인을 버릴 수 없기에, O2O 시대를 맞아 전격적인 오프라인 진격이 필요하다. 여기에 네이버랩스가 로봇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타났다. 최고가의 초정밀 로봇이 아닌, 양산형에 가까운 중저가 로봇으로 최소한의 플랫폼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네이버는 오프라인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셈이다.

그 연장선에서 핵심 타깃을 HD맵으로 설정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진격의 카드로 로봇에 집중하고 있으나, 오래 전부터 지도에 집착한 바 있다. 그것도 단순한 지도가 아닌 3D 매핑을 통한 ‘살아 움직이는 지도’에 집중했다.

네이버가 지난 2017년 3월 인수한 에피폴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피폴라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이후 서울시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WebGL 기반의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나아가 3D 지도 콘텐츠는 물론, 건물 사진 촬영으로 해당 건물의 POI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기술을 확보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으로 여겨진다.

네이버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 로봇을 주요 매개로 삼아 3D HD맵을 꾸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도에 오든 오프라인이 담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보를 통해 네이버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미션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를 도시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인 A-CITY의 본질이다.

▲ 자율주행로봇이 매핑의 선봉에 선다. 출처=네이버

‘일단은 연결에만’

네이버가 꿈꾸는 A-CITY가 성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시는 네이버의 위에서 모든 것이 연결된다. 자율주행로봇과 차량이 도시를 오가며 실시간으로 지형을 업데이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통 및 물류는 물론 개개인의 일상생활도 엄청난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지도는 오프라인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단순히 과거 데이터만으로 서울 강서에서 강남까지 차량으로 1시간 걸린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실시간으로 각 도로의 상황과 사고현황 및 미묘한 차량의 흐름까지 계산해 정보를 제공한다면 무엇이 성공할까? 이동하는 모든 것은 플랫폼이 되고, 이 플랫폼은 정치 및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석 대표가 밝혔듯이 150년 전 개발된 엘리베이터가 수직 이동으로 고층빌딩의 시대를 열며 도시의 체질을 바꾼 것처럼, 네이버의 A-CITY는 등장하는 순간 연쇄적인, 예측 불가능한 파급력을 모든 영역에서 발휘할 것이 확실하다.

관건은 네이버의 미래 행보다. 네이버는 당분간 기본적인 연결에만 집중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백 리더는 25일 A-CITY에서 ‘네이버의 역할이 기간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가’라는 질문에 “당분간은 연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모바일 홈화면 개편 당시 “우리가 제일 잘 하는 연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네이버의 기본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여지는 열어뒀다. 백 리더는 “일단은”이라는 전제로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CITY의 로드맵이 아직은 청사진에 불과하고 성공여부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네이버가 최초 모든 것을 연결하는 A-CITY의 그림을 그릴 때 스스로의 역할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는 추후 연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