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불멸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저그 종족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휘 체계를 가진 것으로 묘사됩니다. 저그의 왕으로 묘사되는 오버마인드가 지시를 내리면 야전 사령관인 오버로드가 공중에서 군대를 지휘하기 때문입니다. 즉, 오버마인드에서 오버로드로 작전명령이 하달되면 저글링과 히드라, 무탈리스크 등이 이에 맞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명확한 한계가 있으나 하나로 통합된 명령체계는 이들을 공포의 군단으로 변신시킵니다. 저그 종족 개개인이 가지는 전투력이 배가되는 셈입니다.

 

이를 클라우드와 5G로 설명하면 어떨까요? 클라우드는 오버마인드나 오버로드처럼 다수의 저그 병사들에게 동시에 명령을 내리는 두뇌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다수의 병사들을 연결하고 지휘합니다. 그리고 5G는 오버마인드와 오버로드처럼 다수의 객체들에게 엄청나게 빠른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그 병사들은?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로봇이 각광을 받고 있어 흥미로움은 배가됩니다.

하나로 묶는다...5G 초저지연 눈길
네이버의 기술기업 네이버랩스는 25일 밋업을 열어 HD맵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자율주행 및 매핑 기술을 자랑했습니다.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해 3D가 지원되는 실시간 정밀 지도를 통해 A-CITY의 청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주변 지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리해 데이터화시키는 능력은 네이버랩스의 커다란 성과입니다. 라이다와 같은 고가의 장비가 아닌 저가 하드웨어 중심으로 'GPS의 악몽'까지 떨쳐내려는 시도는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네이버랩스의 A-CITY에 대한 다양한 비전이 공개된 가운데, 로보틱스 경쟁력 자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로 다양한 로봇들의 향연이 이어진 가운데 5G 브레인리스 로봇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게인 체인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및 백종윤 리더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5G 브레인리스 로봇은 무엇일까요? '브레인리스'라는 표현부터 살펴보면, 쉽게 말해 뇌가 없는 무뇌(無腦) 로봇을 말합니다. 인간의 뇌와 비견되는 CPU(중앙처리장치)가 없는 로봇이라는 뜻입니다. 희한합니다. 로봇이라 하면 정교하게 설계된 장치는 물론이요,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의 두뇌가 필요한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브레인리스 로봇이라는 개념이 탄생했을까요?

클라우드의 개념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다량의 기술을 구름 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가 브레인리스 로봇의 두뇌가 되어줍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하나의 클라우드가 다수 로봇의 두뇌가 되어주는 그림도 가능합니다. 저그의 오버마인드처럼 클라우드가 하나의 뇌로 작동하고, 이에 연결된 로봇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순간입니다.

여기에 5G가 나옵니다. 5G는 무엇일까요? 데이터라는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대한 고속도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데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이 네트워크가 클라우드와 로봇을 연결하는 것이 5G 브레인리스 로봇인 셈입니다. 5G는 여기서 속도 만큼이나 지연시간, 즉 최소 레이턴시를 통해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왜? 클라우드로 브레인리스 로봇을 움직인다고 가정합시다. 사용자가 '오른쪽으로 움직여'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1초 정도 후에 로봇이 움직인다면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5G의 초저지연이 위력을 발휘합니다. 명령을 내리는 즉시 로봇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니까요. 그것도, 엄청 많은 로봇이.

이러한 행보는 네이버랩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네이버랩스의 기술력이 등장한 25일 SK텔레콤은 LG전자와 함께 '5G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5G와 ICT 기술을 집약한 초저지연 로봇 클라우드, 물리 보안·안내 로봇, 하이퍼 스페이스 플랫폼(eSpace) 제작 로봇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클라우드로의 연결은 MEC(Mobile Edge Computing, 모바일 에지 컴퓨팅), 양자 암호 등이 적용된 SK텔레콤의 5G 기술이 담당하고 LG전자는 홈 로봇, 안내 로봇, 청소 로봇, 웨어러블 로봇,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입니다. SK텔레콤이 오버마인드와 명령체계를, LG전자가 저그 병사인 셈입니다.

▲ SK텔레콤과 LG전자도 클라우드와 로봇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SKT

클라우드와 5G, 그릇의 미래는?
클라우드와 5G, 로봇이 만날 때 5G의 초저지연 기능이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두뇌가 없어도 되니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작할 수 있으며, 다수의 로봇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치 오버마인드의 명령 하나로 프로토스 포토캐논 밭에 죽음을 불사하는 돌격을 감행해 기어이 파일럿을 부수는 저글링처럼.

▲ 오버마인드의 이미지. 출처=갈무리

클라우드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이 5G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다수의 로봇에 실시간으로 전달, 일사분란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곧 로봇 제작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결론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로봇은 뇌가 없어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가의 로봇도, 구름 위 클라우드로부터 명령을 받는 순간 최신식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여기서 로봇을 빼고 게임 플랫폼을 넣으면 구글의 스태디아가 됩니다. 클라우드 방식의 스태디아는 저가의 게임 하드웨어로도 고성능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클라우드와 5G의 등장으로 하드웨어 플랫폼이 반드시 '고가'일 필요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는 제조업 중심의 전자 생태계를 가진 국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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