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꿈틀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호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부진한 행보를 거듭하던 케이뱅크도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뱅크 컨소시엄,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 및 키움의 컨소시엄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정국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가운데 이들의 추후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카카오뱅크의 사세가 확장되고 있다. 출처=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청신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법제처는 24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금융위원회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의장을 불러싼 논란이 해소되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청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인터넷은행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자는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 과정에서 계열사를 누락한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논란이 됐다. 김 의장이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김 의장을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지난 5월 14일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체성을 살리고 제2의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ICT 기업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그 연장선에서 김 의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법제처 해석으로 해소됨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당장 금융위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한도초과보유주주 관련 심사를 이른 시간에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흑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2020년은 되어야 간신히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1분기에 65억66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세를 몰아 카카오뱅크는 대규모 경력 개발자도 모집하고 있다. 모집 직무부분은 최고책임기술자(CTO) 산하의 ▲채널모바일개발 ▲채널서버개발 ▲플랫폼 기술 ▲빅데이터 ▲코어뱅킹 파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일상 생활에서 더 쉽게, 더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스템과 모바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ICT기술을 금융에 접목해 금융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카카오뱅크에서 우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요인은 네이티브 앱 등을 동원한 간편한 사용자 관리 및 모바일 온리 등 탁월한 로드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만간 1000만 고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6주 적금, 간편이체, 모임통장, 비대면 전월세대출 등 히트상품을 연이어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다.

컨소시엄의 형태도 신의 한 수다.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카카오가 10%의 지분만 가지고 있지만, 지분율 규제에서 자유로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가진 상태에서 발 빠른 증자에 나서는 등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콜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기 때문에 추후 은산분리 완화 규제가 정점에 이를 경우 '선수교체'도 용이하다. 이번 법제처 해석에 따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에 올라설 경우 또 한 번의 외연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은 4월 기준 카카오뱅크 앱 사용자가 지난해 4월 313만명에서 올해 4월 579만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은행 앱 중 1위며 1년 만에 사용자가 85% 늘어났다. 스마트폰에 은행 앱이 설치되어 있는 중복되지 않은 사람의 수(설치자)를 기준으로도, 카카오뱅크는 1위를 기록하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918만 명이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 4월 기준 은행앱 사용 현환. 출처=와이즈앱

비틀비틀 케이뱅크...우리금융 나설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의 현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카카오뱅크처럼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34%를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김 의장이 대주주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법제처 해석을 통해 확인됐으나, 케이뱅크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KT는 지하철 광고 회사와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카카오와 사정이 비슷하지만,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달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현안 자체가 정무적인데다 혐의도 구체적이다.

케이뱅크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답은 각 주주들의 유상증자로 귀결되고 있다.

▲ 케이뱅크의 반격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케이뱅크

최초 대주주 리스크에 자금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최근 NH투자증권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계획도 나왔으나 이 마저도 제한적인 대책일 뿐이다. 산업자본으로 분류되어 지분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 13.79%의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중간배당 및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약 1조5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 29.70%를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은행은 다른 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지만,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DGB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 피움랩 개소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자본확충에 도움되는 쪽으로 투자를 한다면 당국은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은 물론 기타 주주들이 모두 유상증자에 나서 4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러한 행보가 현실이 되면 당장 영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 반격의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한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제3 인터넷전문은행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분위기다. 고배를 마신 토스뱅크, 키움뱅크 컨소시엄 모두 당장 뚜렷한 행보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