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임블리’의 운영사 부건에프엔씨가 나름의 해결방안을 내놓으며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이전의 소비자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건에프엔씨는 임지현 상무가 7월 1일자로 사임하고, 오는 29일 소비자 간담회를 열겠다는 대책을 내놨으나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한번 소비자 신뢰를 얻기까지의 과정도 굉장히 어렵지만 유지하고 회복하는 것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19일 소비자 불만을 2회 내 해결할 수 있는 신속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관련 절차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고객서비스센터에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면 즉시 제품 제조사로 넘긴 뒤 정리한 데이터를 받아 관련부서가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계속 문제가 되어왔던 클레임을 해결하기 위함으로, 고객 응대는 전문 상담원이 대응하는 방식이다. 또한 소비자 불만 해결 업무에 분쟁 조정 담당자와 서비스 품질 담당자를 추가로 배치하고 고객서비스센터 직원들에 대해서도 정기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부건에프엔씨 관계자는 “임블리를 더욱 친숙한 소비자 중심 브랜드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이러한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수차례 소비자가 문의하고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컴플레인을 제품제조사로 넘긴 뒤에 데이터를 전달받아 관련부서가 해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제조사 잘못이 아닌 본사의 보관 잘못으로 일어난 곰팡이 사태였다.

▲ 임블리에서 판매되던 호박즙 상품. 출처=임블리 홈페이지

화장품 같은 경우는 대부분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들이 대다수로, 마케팅만 제외하고 제품 기획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 클레임을 맡겨서 해결을 보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부건에프엔씨가 책임을 회피하고 제조사에 전가한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생각은 부건에프엔씨의 진실된 반성과 소비자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임지현 상무는 지난 21일 임블리 공식 인스타그램에 오는 29일 서울의 한 카테에서 ‘소비자 간담회’를 열고 고객들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임블리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예정된 소비자 간담회는 ‘호박즙 사태’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들과 만나는 자리다. 이전에 유튜브에 40분가량의 해명 영상을 올린 바 있지만 고객과는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셈이다.  임 상무는 최근 인플루언서 논란 등 부건에프엔씨와 자신을 향한 소비자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제 직접 사과하고 고객님들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소비자 간담회도 그러한 피드백의 한 예다.

부건에프엔씨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소비자 클레임과 피해 제보 등에 대해 소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부건에프엔씨의 소비자 응대 서비스를 더욱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지현 상무는 지난 21일 임블리 공식 인스타그램에 오는 29일 서울의 한 카테에서 ‘소비자 간담회’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임블리 공식 SNS 캡쳐

이번 소비자 간담회는 추첨을 통해 고객 70여명을 초청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부건에프엔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프라인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간담회 신청을 안내한 임블리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 아직 해결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부건에프앤씨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임블리’에서 ‘블리블리’ 화장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피부질환 등 피해를 입었다며 임블리 측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들을 대리하는 강용석 법무법인 넥스트로 변호사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 부건에프앤씨를 상대로 3억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는 37명이며, 청구금액은 1인당 1000만원이다.

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블리블리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에는 이 사건 피해 사실과 같은 피부과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블리블리 화장품을 사용한 직후부터 접촉성 피부염으로 인한 여드름, 홍반, 가려움 및 두드러기가 생기고 얼굴과 몸이 붓는 등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또한 “화장품을 사용하는 동안 이런 부작용이 계속되다가 사용을 중단하자 증상이 호전됐다”면서 “부건에프엔씨 측에서 잘못을 부인하고 피해자들을 계속 회유·협박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50여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2차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다시한번 등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의 반응은 “소비자 고소부터 철회하는 게 순서 아닐까요?”, “간담회 가서 고소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홈페이지 탈퇴한 기존 회원들은 신청도 못 하네”,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을 땐 잠수 타더니 이제 와서 간담회요?” “추첨? 팬미팅 하세요?” 등 각종 비판의 댓글이 이어졌다.

▲ 소비자 간담회에 대한 소비자 반응 댓글. 사진=해당 SNS캡쳐
▲ 소비자 간담회에 대한 소비자 반응 댓글. 사진=해당 SNS캡쳐

실제로 이번 간담회는 추첨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홈페이지에 탈퇴한 회원들은 간담회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 추첨도 공정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본인들의 유리한 입장을 가진 회원들을 섭외해 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을까하는 의심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소송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당장 보여주기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성급한 모습으로 비쳐지기 쉽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임지현 상무가 자리에서 내려왔다지만, 여전히 고객을 대응하고 계속해서 고객을 화나게 하는 것은 임블리의 태도”라면서 “이에 본사에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전문 대응인을 내세운다고 했지만 한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임블리 사태는 전형적인 가족경영 기업이 운영했을 때 나타난 결과”리면서 “여전히 아직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으니 문제 해결의 중요 순위를 잘 따져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