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물로 남아 있는 창동역사.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정경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의 M&A에서 철수한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투자자가 등장해 법원이 투자자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 기업은 떠나고 새 인수의향자가 등장하면서 창동역사의 법정관리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19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의 인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창동역사의 회생생계획안 제출기한은 오는 21일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결정을 내려야 M&A 회생계획안 제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생계획안 제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회생법원(제3부)이 창동역사의 회생계획 제출기간을 연장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모두 여섯 차례에 이른다.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현대산업개발을 위해 회생계획 제출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제출기간 내에 계획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재판부는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앞서 법원은 현대산업개발을 창동역사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의 조건부 예비인수인으로 낙점하고 M&A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 인수인을 조건부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지정하고 이후 다시 공개매각절차를 밟는 회생절차 M&A 기법이다. 

업계는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 개발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창동역사의 채무는 모두 2253억원. 현대산업개발은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약 600억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했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은 우발채무를 방지하기 위해 분양피해자들에게 향후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불제소합의서의 날인도 조건으로 내 걸었다. 분양피해자의 약 40%가 불제소 약정에 합의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창동역사의 채무 중 분양피해자들이 보상받아야 금액 약 770억원에 대해 모두 공익채권으로 인정했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를 통해서도 감액될 수 없는 성질의 권리를 의미한다. 인수인이 한 푼도 깍지 못하고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인수대금으로는 분양피해자의 피해금액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 회생절차에서 손을 떼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분양피해자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창동역사의 한 분양피해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명목으로 시간만 끌었다”며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올 기회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창동역사 인수절차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새 투자자 유에스케이 인베스트먼트, 창동역사 백기사 되나

이런 가운데 창동역사의 새 투자자가 나타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동역사의 일부 분양피해자가 지난 14일 채권자 자격으로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더홀딩스코리아를 새로운 예비인수인으로 하는 M&A안이다.

<이코노믹 리뷰>가 입수한 채권자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더홀딩스코리아는 부동산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이다. 회사는 미국 텍사스에 본점을 두고 있는 유에스케이 인베스트먼트앤캐피탈(USK INVESTMENT&CAPITAL INC.)투자회사로부터 인수자금을 조달한다. 창동역사에 대한 투자금액은 8000만달러, 우리 돈 약 936억원이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600억원보다 336억원이 높고, 분양피해자들의 채권 770억원을 상환할 수 있는 금액이다.

회사는 자금조달을 증명하기 위해 ▲유에스케이로부터 받은 투자확약서 ▲제이피모건(JP MORGAN CHASE BANK)발행 수표 사본 ▲수표발행확인서 ▲외국환반입신고증 사본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동역사의 분양피해자들은 술렁이고 있다. 더홀딩스코리아가 현대산업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새 투자자의 인수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교차되는 상황이다.

회생법원은 조사위원으로 하여금 즉각 조사에 나섰다. 중점적으로 조사할 내용은 인수회사의 실체와 자금조달의 신빙성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회생계획 제출기간이 한 차례 연장될지도 주목된다.

서울회생법원 이주헌 공보판사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배제결정을 하거나 심리 및 결의에 회부할 수 있다”며 “창동역사 회생절차에 채권자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가디언(변호사 나종태)이 채권자의 회생계획안 수립을 대리했다.

 

◇ 효성건설의 결단?... “파산은 모두 불행...사회적 관점에서 풀겠다”

파산법조계는 이번 채권자의 새 회생계획안이 관계인 집회에 회부될 경우 효성건설의 결정에 창동역사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동역사는 효성건설에 약1200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효성건설이 못 받은 공사대금이다. 효성건설은 이 같은 공사대금 채권의 확보를 위해 창동역사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해 왔다.

분양피해자들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더라도 효성건설이 동의하지 않으면 회생절차는 무산된다. 법원은 일반채권액의 66%, 담보채권자액의 75%의 동의가 있어야 회생계획안을 인가결정한다. 법원이 인가결정을 해야 회생계획안은 법적효력이 생긴다. 담보채권자인 효성건설이 반대하면 회생계획안은 인가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효성건설이 창동역사 회생계획에 인가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창동역사에 어느 투자자가 들어오더라도 효성건설이 배당받을 금액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효성에 대한 변제율은 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투자금에 따르면 5%이고 채권자 회생계획안에 따르더라도 10% 남짓이다.

효성건설은 창동역사의 문제를 자본논리로만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래도록 흉물로 방치된 건물로 인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과 10년 동안 고통을 받은 분양피해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효성건설 관계자는 “분양피해자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창동역사가 파산절차로 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 관리인과 분양피해자, 코레일 등이 원만히 합의를 할 수 있다면 회사도 창동역사의 회생계획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창동민자역사는 10층짜리 쇼핑몰을 올린다는 계획으로 2005년부터 야심차게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약 500억원의 자본잠식과 불법대출이 대표의 구속으로 이어져 2010년 11월 8일 부터 28%의 공정률을 남겨둔채 공사가 중단됐다. 창동역사는 그 사이 시공사만 세번이나 바뀌었지만 공사는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흉물스런 구조물만 남아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