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증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죠? 다른 사람의 빚을 보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채권자에게 돈을 갚아야 할 시점에 그 빚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비로소 안전하다 할 수 있을 것인데, 당장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다른 사람이 특정 시점이 되어 돈을 갚을 수 있을지, 갚을 의사가 있을지에 대해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결론적으로 빚보증은 서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부득이 빚보증을 서게 된 경우라도 우리 법원은 보증계약의 성립과 범위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보증인을 보호하고 있으니 최근 판례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 A업체는 2016. 9. 공장을 신축하기로 하고, B건설사와 공장 신축을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B건설사는 공장 신축에 필요한 레미콘을 C주식회사로부터 공급받기로 하였는데, C주식회사는 B건설사의 자력을 믿을 수 없으니 A업체가 B건설사의 C주식회사에 대한 레미콘 대금 지급채무에 대한 보증을 서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A업체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B건설사와 C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레미콘 공급계약서에 연대보증인으로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B건설사와 C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레미콘 공급계약서에는 계약기간, 공사현장명, 대금지급조건, 레미콘의 규격과 ㎥당 단가 등은 기재되어 있었으나, 총 레미콘의 공급량과 보증채무의 최고액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후 공장 신축 공사는 진행되어 B건설사는 C주식회사에 레미콘 공급과 관련한 대금 일부는 지급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약속한 나머지 레미콘 대금은 지급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송은 C주식회사가 연대보증인인 A업체에 대하여 B건설사가 C주식회사에 변제하지 못한 나머지 레미콘 대금채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A업체가 B건설사를 위하여 C주식회사와 보증계약을 체결하였고, 그것이 유효하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보증채무의 범위였습니다. B건설사와 C주식회사 간의 계약을 보증한 A업체의 보증채무는 계속되는 보증, 이른바 ‘근보증’이라 할 수 있는데, 이처럼 ​보증계약 당시 전체 보증금액이 얼마일지 확정할 수 없는 경우까지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와 주채무자 간에 발생한 채권채무관계 전체를 보증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보증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5년 개정되고 1년 후 시행된 민법에 따르면, 보증계약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만 효력이 있다고 보고 있고(제428조의 2 제1항), 이번 사건과 같이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해서도 보증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 보증하는 최고액은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428조의 3 제1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보증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아니할 경우 채권자는 보증 최고액과 관련하여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제428조의 3 제3항). 결국 이 사건에서의 A업체는 보증 최고액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의 서류도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당시 A업체가 B건설사와 C주식회사 사이에서 발생하게 되는 채권채무 관계 중 어느 범위까지를 보증할 의사가 있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이를 청구하는 C주식회사가 입증할 사항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의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 없이 A업체가 B건설사와 C주식회사 사이에 발생한 채권채무액 전액을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으니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인 것입니다. 참고로 최근 많은 분들이 ‘연대보증계약’은 사라졌다고 알고 계신 경우가 많은데, 엄밀히 말하는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의 결정사항에 따르면 폐지 대상이 되는 연대보증은 금융위에 등록한 대부업자가 2019년 1월 1일부터 신규로 취급하는 개인에 대한 대출계약으로, 법인에 대한 연대보증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개인 간의 연대보증 역시 허용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법과 우리 법원은 채무액이 확정되지 않는 ‘근보증’의 보증 범위에 대하여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고, 일부 연대보증이 폐지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빚보증은 애당초 서지 않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