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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색 온 탄소배출권 시장... 이월 제한에 "근본 조치 필요"

전문가 “파생상품 도입, 목표관리제도 등 제반정책 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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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정부가 탄소배출권 시장 유동성 확대를 위해 꺼내든 ‘배출권 이월 제한’에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확실하고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이에 대해 파생상품 조기 도입과 제반 제도정비 등을 제안하고 있다.

16일 환경부는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변경했다. 이로써 591개에 이르는 배출권거래제도 참여업체는 지난해 배출권 순매도량의 3배를, 내년 배출권은 순매도량의 2배만을 이월할 수 있게 됐다. 본래는 이월 수량 제한이 없었다.

배출권 시장 내 거래량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배출권 시장은 경색증에 걸린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배출권등록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권 거래량은 총 4281만3549톤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했지만, 아직 제2차 계획기간(2018~2020)의 온실가스 배출권 1년 평균 할당물량 5억9237만톤의 7.2%에 불과한 수준이다.

장내거래로 한정하면 거래량은 더욱 적어진다. 지난해 장내거래는 전체의 30.7%인 1313만6116톤에 불과했다. 장내거래 비중은 전년보다 약 25.5%포인트나 감소했다. 장외거래만 늘어난 셈이다.

   
▲ 한국 탄소배출권거래량. 출처=배출권등록부시스템

물량도 적고, 장내거래 비중도 축소되는 중에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은 상황이다. 상당수의 업체들이 배출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격 변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시장의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한 전문가는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도 많으며 설령 남아서 판매한다고 해도 이득이 크지 않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리스크를 대비해 배출권을 보유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숨통 트일 것” vs “기업 투자의지 꺾일 것”

현재 정부의 배출 이월 제한 조치에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배출량이 대체로 부족한 발전, 석유화학, 철강 등 섹터의 대기업은 이월 제한 조치에 긍정하는 분위기다. 이월 제한으로 배출권 거래 시장에 물량이 풀리게 되면 부족분을 비교적 쉽게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웬만한 발전사, 석유화학 등은 대체로 배출권이 부족하며 우리 회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기업 규모나 종류에 상관없이 배출권이 부족한 회사에게는 유리한 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배출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거래에서 기업은 리스크가 높은 외부에 의존하기보다는 먼저 자체 해결을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정부 조치로 시장 유동성은 확대될 것이며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가격은 기업의 탄소배출 내부감축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출권 이월 제한이 ‘제도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배출권 거래제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도우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는데, 이번 조치는 결국 기업의 친환경 투자의지를 꺾게 되는 것이라는 논리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 내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기업 임원진들이 꺼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배출권 가격을 낮추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결국 기업은 쉽고 편한 방법을 택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 최근 일부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 맹그로브 숲 조성에 힘쓰고 있다. 맹그로브는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밀림보다 5배 이상 높아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진=미디어SK

정부의 이번 정책시행이 다소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다. 배출권 이월 신청기간이 6월 10일이었는데, 이월 기준 변경은 사흘 전인 7일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이월 신청기간을 3개월 연장하고 계획 변경 전 구매물량은 전량 이월을 허용하는 조처를 취했지만 다소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은 “기업들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에 일정 이상의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이번 조치가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책 발표가 다소 급작스럽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년 단위 사업 전략 수정에 따른 혼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혜지 기후변화센터 팀장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게 되면 시장에 혼란이 생기고 기업은 사업계획을 급히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라며 “시장은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되도록 두고 대신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 등의 투자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유동성 확대 근본 조치로 파생상품 조기 도입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배출권 거래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 도입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파생상품은 제3차 계획이 시작되는 2021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현물시장만 존재할 경우 실수요 기반의 거래만 이뤄지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의 배출권 발생 시기, 서류 제출기간 등이 대체로 유사하므로 거래일이 축소될 수 있다. 또한 시장과 반대 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우므로 가격변동성이 높아져 공급물량은 줄고 유동성 위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파생상품이 도입되면 기업은 선물거래 등을 통해 리스크 헷징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기관·개인투자자도 참여해 거래량은 더욱 늘고 정보 공유도 이뤄져 시장 가격변동성 축소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 한 화력발전소에서 매연이 나오고 있다. 출처=pxhere

실제 유럽은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배출권 거래제도 시행(2005년)과 거의 같은 시기에 파생상품을 도입했다. 현재 유럽의 선물·옵션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기준 80%가 넘는다.

한 전문가는 “한국 탄소거래제는 유럽 모델을 벤치마킹했지만 선물의 투기적 성격만을 과도하게 걱정하다보니 파생상품을 도입하지 않았다”라며 “그 결과가 지금같은 유동성 악화”라고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3차 계획기간부터 장내파생상품 도입 계획이지만 기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파생상품은 미래 시점의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제3차 계획기간 배출권에 대한 헷지·투자 수요는 지금도 존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금융공학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2021년 예정된 파리협정에 발 맞추려면 자본시장 통합법에 근거한 파생상품 도입을 더욱 앞당길 필요가 있다”면서 “파리협정 이후 배출거래 경험이 풍부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 배출권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이에 맞서 한국 IB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리를 조금이나마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나라의 배출감축량 완화성과가 다른 나라에도 이전되는 협력적 접근이 명시된 파리협정 제6조 제2항, 제3항등 등의 유연한 해석에 의거해 동북아 탄소거래 시장이 조성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해외 IB의 개입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파생상품 조기 도입은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라며 “배출권시장의 거래활성화 및 안정적 운영기반을 마련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 발전소에서 매연이 나오고 있다. 사진=pxhere

“목적 잃지 말아야… 기업 투자 활성화 위한 제도 정비 필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본래 목적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단체 등이 지적한대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투자 의지를 일부 꺾기보다는 오히려 기업들을 독려하는 편이 좋은데, 현재 제반 제도는 기업들의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등의 탄소배출 축소 투자를 늘리려면 외부감축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부감축사업은 간단히 말해 기업이 의무 외의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수행하고 이를 배출권으로 보상받는 개념이다. 외부사업을 통해 인증실적(KOC)를 발행받으면 이를 상쇄배출권(KCU)로 전환해 할당배출권(KAU)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외부감축사업 제도 정착이 잘 될 경우 배출권이 부족한 대기업은 배출권이 남는 중견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설비 투자 등을 거들고, 이 실적을 인정받아 배출권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라는 설명이다.

현재 외부사업 실적 자체는 대폭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배출권등록부시스템에 따르면 제1차 계획기간(2015~2018) 한국 총 배출권거래량 중 KOC 거래 비중은 35.7%를 기록했지만, 2차 계획기간은 약 15%인 477만9471톤을 기록 중이다. 외부감축사업으로 자기 할당량의 최대 10%만 메울 수 있는데, 총량으로 계산하면 10%는 커녕 0.5%도 못 채우고 있는 셈이다.

   
▲ 한국 KOC 거래량. 출처=배출권등록부시스템

특히 KOC로 바꿀 수 있는 상쇄배출권의 거래량은 2차계획 진입하면서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외부사업을 통한 배출권 확보에 치열하다는 의미와도 맞닿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KOC 거래 유동성 경색 원인으로 ‘외부감축사업’과 중견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관리제도인 ‘목표관리제도’가 현행 제도상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목표관리제도’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5만 톤 이상인 중견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제도로 감축 계획은 자율이지만 제도 적용은 의무다.

따라서 대기업이 목표관리제도 참여 중인 중견기업에게 투자를 해도 의무이기 때문에 배출권을 받지 못하고, 반대로 중소기업은 드는 품에 비해 얻는 양이 너무 적어서 참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목표관리제도를 통해 벌금을 낸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제도가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목표관리제도 자체가 의무이기는 하지만 모든 기업이 목표를 달성할 만큼 규제가 강한 것도 아니다보니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참여할 동인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도 “목표관리제도가 배출권거래제도 안착에 상당히 큰 역할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후 목표관리제도는 중견기업 대상 제도로 변했기 때문에 현재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충국 센터장은 “목표관리제도의 초과감축실적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혹은 목표관리제도를 자발적협약제도로 변경해 대기업의 중견기업 내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라며 “현재 한국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해외에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는 활동 등을 펼치고 있는데, 목표관리제 등이 정비되면 기업들은 국내투자를 지금보다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 발전소에서 매연이 나오고 있다. 사진=pxhere

실제 한국 기업들은 파리협정에 앞서 동남아 지역에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미얀마 양곤에서 국제환경단체와 미얀마 맹그로브 조림 CDM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으로 한전은 향후 20년간 총 17만톤의 배출권 확보가 가능해졌다. 

SK이노베이션도 그룹의 사회적가치 투자 기조에 힘입어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11헥타르(ha) 부지에 묘목 3만5000여 그루를 심었고,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22ha 부지에 약 7만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김태호 기자 teo@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6.16  17: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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