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공항 격납고의 두 배는 돼 보이는 널찍한 아마존의 창고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로봇 고속도로’라고 불린다.

콜로라도주 덴버(Denver)에 있는 아마존의 분류 센터(sortation center)에는 몸 위에 소형 컨베이어 벨트가 달린 대형 여행 가방 크기의 오렌지 로봇 군단이 콘크리트 바닥을 미끄러지듯 가로지르며, 상품을 픽업하고 우편번호에 따라 모든 상품을 분류하는 수 백 개의 활송장치까지 운반해서 고객 배송차로 전달되게 한다.

창고 내부의 업무를 설명하는 아마존의 한 블로그에 따르면, 외부 세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페가서스(Pegasus)라는 로봇들의 운행 거리가 이미 150만 마일(240만 km)을 넘었다.

아마존은 지난 주 라스베가스에서 머신러닝, 자동화, 로봇, 우주라는 주제로 처음 열린 이른바MARS(Machine Learning, Automation, Robotics, and Space)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페가서스를 처음 공개했다. 아마존은 이날 처음으로, 이미 전 세계 수십 곳의 유통 시설에서 20만 대의 로봇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브래트 포터 로봇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매년 수십억 개의 상품을 분류하는데, 상품 분류에서는 어떻게 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한다.

"당일 배송 프라임 서비스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입니다. 컨베이어에서 상품을 떨어뜨리거나, 몇 시간 동안 추적하지 못하거나, 더 나쁜 경우 상품을 잘못된 목적지로 잘못 정렬하거나, 떨어뜨려서 상품 내부를 손상시킨 다면, 고객에게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 로봇은 아마존의 창고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출처= Amazon

아마존은 전세계에 40개의 분류 센터를 가지고 있지만 페가서스 기술은 아직 일부에서만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센터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창고에 800대의 바퀴 달린 로봇이 살고 있지만 창고 운영은 전적으로 인간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덴버 창고와 같은 분류 시설에서 인간 근로자가 얼마나 많이 고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존은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달라 정확한 숫자를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회사는 또 로봇이 없는 창고에 고용된 노동자의 수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다만 로봇을 운영하고 있는 센터에서도 여전히 인간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인간의 작업 범위는 지역 관리자와 정비 기술자에서부터 안전 기술자, 그리고 현장에서 로봇을 수리하거나 바닥에 떨어진 상품들을 집어 올리는 ‘로봇 지원 직원’들까지 다양하다.

덴버의 ‘분류 센터’에는 5명의 ‘흐름관리 전문가’(flow control specialists)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상품의 입고와 출고를 감독한다.

로봇 한 대가 스테이션에 도착하면 인간 ‘동료’가 상품을 스캔해 로봇 위에 올려놓으면서 물류 과정이 시작된다. 상품을 실은 로봇이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출발하고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는 활송장치까지 2분 정도 걸리는 여행 도중에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창고 내 교통 혼잡은 흐름관리 전문가들에 의해 감시된다. 그들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이용해 건물 내에서 이동하는 상품의 유동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혼잡 지역을 확인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로봇들을 찾아낸다. 아마존에서 제작한 동영상에서, 흐름관리 전문가 캐서린 카츄라는 이 로봇들을 ‘자신의 아기들’이라고 불렀다.

"열살짜리 아이에게 내 직업이 매일 로봇과 씨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믿지 않을 거예요.”

▲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타조 모양의 바퀴 달린 로봇이 창고 바닥을 쉽게 가로지르며 긴 목 끝의 흡착판 같은 것을 이용해 대형 박스를 들어 올려 나르는 능력을 선보였다.   출처= Boston Dynamics

아마존은 올해에도 다른 분류 센터에 로봇을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창고 안에서 로봇들이 상품을 분류하는 곳은 아마존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타조 모양의 바퀴 달린 로봇이 창고 바닥을 쉽게 가로지르며 긴 목 끝의 흡착판 같은 것을 이용해 대형 박스를 들어 올려 나르는 능력을 과시했다. 키 6피트(1.8m), 몸무게 231파운드(104 kg)의 ‘핸들’(Handle)이라는 이 로봇은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면서 33파운드(15 kg)의 물건을 나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