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4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입점한 상생스토어의 외부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소비심리 위축, 비용 상승 등 요인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마트 3사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지속 도모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업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개선해주는 ‘물가에 데려가기’ 지원 방식으로 소상공인 성장을 돕고 브랜드 입지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소상공인 경영애로 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500명 가운데 77.4%인 387명이 올해 들어 매출액이 작년 동기에 비해 줄었다고 응답했다.

매출 규모가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한 응답자는 94명(18.8%)이었고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소상공인은 19명(3.8%)에 불과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거나 세부담 감축 혜택을 받길 원하거나 대기업의 동일 분야 진출을 제한하길 원했다. 이와 함께 판로가 더욱 개선되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결과보고서에서 소상공인 500명 가운데 83명(16.6%)은 경영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물류, 상권환경 개선 등 인프라 지원’을 꼽았다. 자금지원 확대 및 세 부담 완화(51.8%), 대기업의 소상공인 영역 진출 제한(25.2%) 등 직접적 지원 방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응답률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들도 당장의 한계기업 연명을 위한 지원책보단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매장 등 영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달 14일 행정안전부와 상생협약을 맺고 전국 주요 매장 안에 ‘마을기업 상생장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마을기업은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역 특산물로 수익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지역 주민 5인 이상이 출자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마을 단위 기업이다. 소득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되며 현재 대구, 전북 등 전국에서 1555곳 운영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달 14~16일 사흘 간 대전 유성점에서 전국 마을기업 43곳의 상품들을 판매한다. 향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해나갈 계획이다. 행안부는 홈플러스와의 이번 협력을 통해 판로가 마땅찮지 않았던 마을 기업의 우수한 상품들이 활발히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전통시장에 뛰어들어 상품 거래를 활성화 시키거나 자영업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5월 전통시장 안에 입점한 8번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충북 제천 소재 ‘제천 중앙시장’에서 개점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2016년부터 설립돼오고 있다.

이마트는 상생스토어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주로 취급하는 품목으로 고객 분산을 막으려는 취지다. 대신 잡화 같은 비식료품의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이와 함께 시장에 비교적 젊은 고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카페, 키즈 라이브러리 같은 콘텐츠들을 구축한다. 이에 드는 비용은 이마트가 전액 부담한다.

상생스토어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장 상인들과도 적극 소통하며 상호 발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번 제천 상생스토어는 시장 상인 요청에 따라 기존 상생스토어 운영 방침관 다르게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당초 중앙시장의 신선식품 취급 비중이 적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신선식품을 사러 상생스토어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시장도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반목 대신 시너지를 도모하는 사례다.

롯데마트도 2017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 가을에도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고 시장 운영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앞서 작년 10월 4~7일 나흘간 구리점, 계양점 등 점포 59곳과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 전통시장 64곳에서 ‘렛 추 고(Let 秋 go) 가을축제’를 진행했다. 이벤트를 통해 이벤트 사은품 등을 제공하고 롯데마트 매장 내에 축제 홍보 부스를 설치하는 등 적극 마케팅했다.

또 앞서 2015년부터는 ‘1점 1전통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마트 지점과 인근 전통시장 양측 간 결연을 맺어오고 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장 내 노후 시설을 보수해주거나 사업 컨설팅을 실시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마트와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동종업계 간 분열보다는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전통시장 지원은 자칫 자기파괴적 행보로 보이지만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가에 따라 매장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묘안이 될 수도 있다”며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협력은 향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