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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50돌 낙원상가, 변신 그리고 새 변화

상인·방문객·예술가 어우러진 이벤트 활발…온라인 마케팅 배워 매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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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낙원악기상가 전면부. 출처= 낙원악기상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낙원악기상가는 1969년 조성된 이후 변함없는 가치로 명맥을 이어왔다. 50주년이 된 올해는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향후 50년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변함없는 가치로 명맥 이어온 낙원상가, 이젠 변화로 운명 이어갈 때

상가는 1980년대까지 당시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밴드, 라이브 공연 등 수요를 동력으로 모여 인연을 맺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랑방’ 노릇을 했었다. 1980년대 말 노래반주기가 보급된데 이어 1990년대 노래방이 전국에 확산됨에 따라 낙원상가의 존재적 의미는 바래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300개에 달하는 악기 점포가 모여있다는, 유례없는 특징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명성은 상가의 보존가치로 자리매김했다.

낙원상가 건물은 한강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모래와 자갈로 시공됐다고 한다. 이 자재들은 바다에서 채취한 것과 달리 염분이 없어 콘크리트가 갈수록 단단해지는 강점이 있어 당시 건설현장에서 흔히 쓰였다. 다만 전례없던 규모의 낙원상가가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요인으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혼합물을 첨가해 어느 자재로든 단단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낙원상가는 작년까지도 정부 허가를 받은 사설업체가 실시한 건물 안전성 검사에서 B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정밀 검사 결과 50년 이상 현 상태로 버틸 수 있는 건물에 부여된다. 도심에 덩그러니 세워진 근대식 건물이라는 이유로 2000년대 들어 서울시 등 지자체의 ‘도심재창조’ 명분에 철거될 위기에도 놓였었다. 하지만 건물의 안정성을 인정받아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낙원상가는 이 같은 굴곡진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혁신’의 추진력을 얻고 2010년 중·후반 시기를 ‘변화의 태동기’로 써내려가고 있다.

   
▲ 작년 10월 낙원상가에서 진행된 나만의 우쿨렐레 만들기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작업하는 모습. 출처= 낙원악기상가번영회

상인들 모인 번영회, ‘반려악기 캠페인’으로 외부인과 소통 강화

변화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00년대 재개발 이슈를 거친 이후 2010년대에 상인들은 상가 활성화를 위한 묘안을 활발히 마련하기 시작했다. 홍보 대행사에 외주해 그간 전무했던 온라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블로그를 만들고 SNS 공식 계정을 생성해 홍보하는데 활용했다. 2016년부터는 ‘반려악기 캠페인’을 앞세워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상가 알리기 활동’에 본격 착수했다.

당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개념을 줄여 부르는 ‘소확행’이 트렌드로 막 부상하던 때다. 거창한 비용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일상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나 활동에 대한 사람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악기와 연주도 주목받는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악기를 배우는 행위가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상가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구축했다. 다른 사람들과 화음을 만들고 협연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 같은 발상을 토대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악기를 평생 친구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반려악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캠페인의 세부 활동은 크게 강습·복합문화·사회공헌(CSR) 등 세가지 프로그램으로 구분됐다.

   
▲ 올해 5월 낙원악기상가 4층 아트라운지 멋진 하늘에서 열린 낙원 콘서트에 참가한 모습. 출처= 낙원악기상가번영회

강습은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새 열정이 솟게 해준다는 목표로 상가 상인들이 직접 실시해오고 있다. 연주 및 보컬연습, 악기 관리 교육, 낙원 투어 등이 진행된다. 복합문화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이나 외부 예술가들이 상가 상인들과 함께 진행하는 플리마켓, 영화 상영회, 작품 전시, 소규모 콘서트 등이 있다. 낡은 악기를 기부받아 무상으로 수리한 뒤 문화소외계층에 전달해주는 CSR활동도 전개됐다.

이번 캠페인은 상가 상인들이 주최하지만 ‘주축’에는 방문객과 예술가 등 외부인들도 포함됐다. 상인들은 이제 ‘악기들이 모인 성지’의 주인으로서 우월 의식을 내려놓고 바깥 사람들과 함께 상가를 이끌어나가겠다는 자세를 갖췄다.

낙원악기상가번영회 회장을 맡고 이는 유강호 유일뮤직 대표는 “전세계에서 드문 악기전문상가를 지켜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낙원악기 상가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며 “전통성과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큰 공간인 만큼 시민들이 편안히 즐기러 오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블로그, SNS로 고객 접점 강화…점주 바뀌니 매출도 쑥쑥

번영회 차원에서 규모 있는 행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개별 점포에 대한 고객 접근장벽을 낮추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그간 성행해온 포털사이트 ‘키워드 검색’ 외주 마케팅에 투자하는데서 벗어나 직접 고객과 진정성 있게 온라인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

점주 16명은 최근 매주 화요일마다 상가 4층 실내공간에서 경영 컨설팅 업체 케이스타트업센터 김상미 대표로부터 온라인 마케팅 요령을 배우고 있다. 12주간 진행되는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게시글 작성 방법이나 블로그를 상위에 노출시킬 수 있는 실전적 기술들을 학습한다.

상인들은 하루 종일 이벤트 준비 또는 거래처 관리, 매장 운영 등 업무를 처리한 뒤 가게 문을 닫고 지친 몸을 이끌어 와 오후 6시 30분부터 교육받는다. 교육비는 각자 부담한다. 오랜 세월 상가를 지켜오며 방문객들이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발산하던 상인들이 사비를 들이고 한 곳에 모여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있다.

   
▲ 장민선 엔젤음향 대표(왼쪽)가 점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상가 2층에 위치한 엔젤음향의 장민선 대표는 과거 국내 유수 종합악기점인 코스모스악기에서 13년 가량 근무하며 권위적이었던 악기판매업계를 몸소 경험했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상가 콧대가 높던 시절 ‘판매자는 갑’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한 걸 실감한다고 한다.

장민선 대표는 “이번 교육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많이 배운 한편 온라인 쇼핑몰의 위력을 이제야 제대로 실감하기도 해 부끄러워질 지경”이라며 “이제는 손님이 갑인 세상을 감당하기 위해 새 전략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권영진 솔로몬뮤직 대표가 심벌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상가 3층에 위치한 솔로몬뮤직의 권영진 대표는 대학교 4학년생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점포를 운영하다 아예 매장에 자리잡았다. 점포가 2대째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권 대표도 물론 이번 교육을 받으면서 그간 행해왔던 것과는 크게 다른 방식의 손님 응대법을 익혔다. 이와 함께 블로그와 SNS를 배운대로 운영해온 것이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온라인 마케팅 활동을 새롭게 실시한 결과 교육받기 8주 전과 비교해 매출이 30% 향상됐다. 권 대표의 목표는 현재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는 대로 점포를 물려주는 것이다.

권 대표는 “지금 새롭게 배우고 있는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기만 한다면 매출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아들이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좀 더 좋은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매뉴얼 같은 걸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 전사웅 악기박사 대표가 본인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전사웅 악기박사 대표도 온라인 시장의 기세에 눌려 거의 체념한 상태로 지내왔었다. 대형악기회사에 근무하다 낙원악기상가에 창업한 뒤 음악을 전공한 동기나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실적을 쌓아왔다. 온라인 시장 확대에 맞서 키워드검색 마케팅에 돈을 부었지만 갈수록 방문객은 줄어들었고 해결책은 찾아내지 못했었다.

전 대표는 다른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관습에 찌들어온 본인을 변화시킴으로써 상황을 얼마간 타개했다. 매장을 홍보하는 방법과 대표로서 이미지 메이킹하는 요령을 비롯해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화법 등을 열성적으로 내재화했다. 온라인 마케팅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전 대표는 “이번 교육을 받는 동안 어떻게 장사해야 하는지를 정리할 수 있었고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다”며 “아직 블로그 초보지만 이웃을 늘리고 타겟 고객을 위한 상품 선정 및 마케팅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 “매출 증대 중요, 상가 활성화에도 기여하고파”

악기 상인들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아직 발전하기에 늦지 않았음을 확인한 계기도 됐다. 이 같은 일말의 성과는 상인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들이 변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일차 목표는 물론 매출 증대다. 다만 50~60대로 ‘어리지 않은’ 상인들이 모험적 시도로 점포를 눈부시게 번창시키며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는 것은 아니다. 공통적인 소망은 낙원상가가 지금보다 외부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해지고 더 많은 발길을 이끄는 것이다.

장민선 엔젤음향 대표는 “오랜 기간 음향 관련 사업에 몸담아와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길을 가고 있어 좋다”면서 “인생이 60부터라지만 내 나이 벌써 50대 중반이 넘었다. 계속 도전만 할 수 없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잘될 거라 믿고 있다. 낙원악기상가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동훈 기자 cdh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6.11  10: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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