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74

[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당신은 지금 안전 하십니까?”

공유
   

급기야 한국인을 멸종위기종이라고 걱정하는 수준까지 왔다. 월별 출생아 수가 36개월째 최저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2019년 1분기에 출생아 수가 8만3,000명 정도에 그쳐 1분기 기준 역대 최소로 떨어졌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달에 태어난 아기가 2만7,100명으로 작년 3월달보다 2천900명이나 감소했다 한다. 1981년 월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월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3월달에 태어난 애들이 3만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는데 심각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출생아 수는 계절이나 월별 선호도 등에도 영향을 받기에 통상적인 추이가 형성된다. 나는 2월 하순, 큰 애는 3월 21일, 막내는 3월 4일에 태어났고, 가족들 중에서도 3월 또는 봄에 출생한 사람들이 많은 집안이다. 3월에 아기가 태어나려면 그 전년도에 어떤 일이 있어야 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연 초에 태어난 아이일수록 또래 집단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성공한 스포츠 선수들 대부분이 1월, 2월, 3월 생이라고 밝힌 이유와 다르지 않다.

한 명의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2019년 1분기에는 1.01명을 기록해 지금까지 역대 1분기 중의 최저다. 작년 1분기 1.08명보다 또다시 0.07명이 줄었다. 2018년 연간 수치는 0.9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사람들을 놀래켰는데, 올해 예상은 이 기록을 또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한 한국인, 발전 위해 스스로 자초

정부에서 내놓는 그 어떠한 출산장려방안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지구상에서 한국인들이 멸종되는 것 아냐?’하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 이라고 한다. 맹수들에게 쫓기는 불안한 상황에서는 동물도 번식을 하지 않는 것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살아 가는 데에 계속 불안하기 때문에 번식 보다는 생존이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성인이 되어서 직장을 구하거나 하면 그럭저럭 살아가기에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여러 자녀들을 낳고 길렀다. 그런데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직장을 구하긴 했어도 끊임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눈치를 봐야 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제대로 생존조차 할 수 없다. 낳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낳는 순간부터 끝도 없이 돈이 계속 들어간다. 가정을 꾸리긴 해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안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가 번식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멸종 위기종’으로 전락한 한국인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택한 사회 발전이라는 ‘진화’의 결과로, 스스로 멸종의 길을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의 달인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가끔 볼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 홈런 타자인 이승엽 선수도 그의 방망이를 써서 홈런 기록을 세웠다는 야구 방망이 장인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숭고함까지 느껴졌는데, 무려 40년 이상을 오로지 손기술로만 완벽한 모양의 방망이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칼질 한 번이면 원하는 그램 수만큼 무게를 조절하는, 귀신도 놀랄 기술을 가졌다. 매회 이렇게 깜짝 놀랄만한 여러 장인들이 소개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첨부터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매진해오면서 노력해온 결과다. 그래서 잘해서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하면 잘 하게 된다는 나의 지론에 딱 들어 맞는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느 직종에 근무하든지 일을 잘 한다고 평가 받는 사람 중에는, 한 두 달 만에 그런 경지까지 오른 사람은 없다. 최소 몇 년에서 십 수년 이상을 거기에 쏟아 부은 결과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십 년을 훌쩍 넘겨 직장 생활을 해 오면서, 이사는 신물이 날 정도다. 커뮤니케이션팀은 자질구레한 자료들이나 제작물에서부터 온갖 살림살이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팀들보다 이사가 힘들다. 다녔던 곳들은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이 늘 있었기에 수시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짐 싸고 이전을 해야 했다. 한번은 차장 시절이었는데, 그룹 지원본부의 각 팀들이 모기업이 있던 인근의 사옥으로 이전해야 했었다. 재무팀부터, 기획팀, 인사팀, 총무팀, 사장실, 부회장실 등등의 짐들과 집기들이 먼저 옮겨졌고, 마지막 순서로 이전할 때였다.

총부팀 직원에게서 ‘마지막 한 팀 남았다’는 얘기를 듣고 온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버럭 화를 냈다.

“한 팀 밖에 남지 않았다던데, 왜 거짓말을 하세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한 팀만 옮기면 끝입니다.”

“이건 팀 하나의 짐이 아니라 거의 웬만한 회사 하나의 짐 수준인데요.”

“……….”

 

이사가 잦으면 이삿짐을 풀지 않는다.
사실, 풀지 않는 이삿짐은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결국 트럭 한 대를 더 수배해서 두 대로 나르고는 이전이 마무리 됐다. 그런데 그런 일을 몇 번 겪게 되자, 수시로 그 많은 짐을 싸고 정리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싸놓은 짐을 풀지도 않고 창고에 보관하기만 했다. 언제든 이전하라는 지시가 있으면 바로 싣고 가기 위함이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과거 자료들을 참고하거나 샘플을 봐야 했는데, 어느 박스에 담겨 있는지도 몰랐다. 아예 이전 자료를 참고하지 않게 됐다.

이사 할 때면 신주단지 모시듯 잘 가지고 다니기는 했다. 그 이유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잘 참고를 하기 위한 소중한 자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전이 빈번해지자 참고는 전혀 하지 않게 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실 더 이상 참고하지 않는 자료라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온오프라인 보안문제가 날로 심각해 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사원증을 패용하고 사무실 출입 시에 찍고 다녀야 한다. 예전에 전체 임원회의에서 실적 부진 때문에 죄다 깨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최고 경영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든 임원들이 이건 아니다 싶은지 자동적으로 옆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실적이 개판이면 직원들 일이라도 더 하게 만들어. 출입증 왜 찍냐? 인사팀에 물어봐. 직원들이 하루에 몇 번 어디를 들락거리는지 파악이라도 해서 쪼아야지.”

보안을 위해, 외부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며 내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기가 내부 직원들을 감시 감독하고 들들 볶아댈 기기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믿고 같이 일하는 선후배가 서로를 감시해야 하는 불편한 관계가 됐다. 가뜩이나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눈치만 보는 터라, 맘 붙이고 눌러 앉아 진득하게 일 하지를 못했다. 여차하면 튀기 위해 일 하는 척 하며 구직 사이트를 헤매고 다녔다. 덕분에 임원회의 때 고개 숙이고 있던 임원진들부터 먼저 탈출러시가 이어졌다.

성북동 부자 동네에 큰 맘 먹고 집 샀다가 우울증에 걸리다시피 한 선배가 있었다. 산비탈을 끼고 이쁘게 지어진 큰 집들이었기에 공기도 좋고, 주변 경관도 좋아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선배 집은 축을 쌓은 곳에 지어졌는데, 단단히 다지지를 못했는지 집 짓고 난 후에 좀 꺼져버렸다. 때문에 집이 약간 기울어져 버렸단다. 물건들이 방바닥을 굴러다닌다고 했다. 벽에 금도 가고, 알 수 없는 누전에 누수까지 생겼다. 죽여주는 뷰를 가진 집이, 주인을 화병으로 죽여주는 집으로 바뀌었다.

지반이 불안한 곳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의 안전이 위협받는 조직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기란 불가능이다. ‘거짓말 하지 않고 회사를 구하는 법’에서 나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투철하게 하고 싶다면 먼저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인 대접부터 해야 한다’고 썼다. 회사에 나와서 눈치 보며 나갈 생각만 하면, 시간과 비용만 축낼 뿐이다. 손님은 잠시 머물다 떠나면 그만이지만 주인은 바뀌지 않는다. 주인은 눈치 보지도 않는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응당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지닌 구성원들로 구성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소통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그것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안전하다는 믿음의 공유를 바탕으로 한다. 소통하는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안전과 안정이 보장되지 않고 생존의 문제가 자꾸 불거질 때, 직원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6.11  14:55:49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필자의 견해는 ER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의 기사더보기

ad73
SPONSORED
ad61
ad62

헤드라인

ad63

중요기사

default_side_ad1

최근 전문가칼럼

ad66
default_side_ad2
ad36

피플+

1 2 3
set_P1
1 2 3
item4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7
default_setNet2
ad67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