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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었나

스타트업이 만든 그룹, SNS 집중 전략 세계 진출 교두보 삼아 K-팝의 또다른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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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964년 2월, 비틀즈(Beatles)라는 영국 남성 밴드가 미국 텔레비전에 데뷔했다.

이 멋진 4인조 그룹을 향한 강렬한 광풍 비틀즈매니아는 온 미국을 사로잡고 있었고 급기야 에드 설리번 극장(Ed Sullivan Theater)에서의 공연은 관객들의 열렬한 비명소리에 간간히 중단될 정도였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5월, 또 다른 외국인 밴드가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아마도 비틀즈를 연상케한 시각적 연출은 의도적이었던 것 같다.

한국의 신예들은 비틀즈와 같은 스타일의 몸에 꽉 맞는 정장과 바가지 머리에 비틀즈가 썼던 것과 같은 글자체로 그룹 이름을 드럼에 새기고 심지어 흑백으로 방송하는 등 비틀즈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틀즈가 아니라 현재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년 그룹인 한국의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BTS)이었다.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차트에서 12개월도 안 돼 3개의 1위 앨범을 내면서, 비틀즈와 더 몽키스(The Monkess)에 이어 50년 만에 세 번째 기록을 세웠다. 5월에,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아티스트 100차트에서 5주 동안 1위를 차지한 그룹이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대부분은 한국어로 되어 있고 이 그룹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인데도, 그들은 미국인들에게 뚜렷한 아시아 브랜드의 섹스 어필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BTS는 에드 설리반 극장 공연에서 비틀즈를 연상케 하는 의상과 스타일을 연출했다.   출처= CBS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 캡처

미래가 불확실했던 K-팝 그룹 BTS

6년 전인 2013년 6월, 방탄소년단이 뮤직비디오 데뷔작 '노 모어 드림'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들이 미국에서 K-팝으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태형(이하 예명 뷔), 정호석(제이홉) 김남준(RM) 김석진(진), 박지민(지민), 전정국(정국), 민윤기(슈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반항적인 '나쁜 소년'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금 목걸이, 반다나(bandannas, 목이나 머리에 두르는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 짙은 블랙 아이라인으로 치장했다. 공격적인 리듬에 랩이 많은 이들의 음악은 젊은이들에게 부모의 바람에 따라 살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팝은 그룹 엑소, 빅뱅, 샤이니 같은 아이돌 그룹이 장악하고 있었다. 15세에서 20세 사이였던 방탄소년단에게 한 가지 차별성이 있었다면, K팝이 시작되던 1990년대 후반에 생겨난 빅3 기획사(SM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스타트업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개발됐다는 것이었다.

47억 달러 규모의 K-팝 산업에서 빅3는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줄 인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아이돌 그룹 공장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다른 아이돌 그룹들처럼 방탄소년단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생 브랜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빅3와의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 뭔가 다른 것을 해야만 했다.

업계의 인맥과 자금에서 빅3에 비해 열세였던 이 회사는 방탄소년단을 홍보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크게 의존했다.

토론토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동아시아학 교수 미셸 조는 "방탄소년단은 트위터에서 볼 수 있었던 최초의 K팝 그룹이었다"고 말했다. 이 밴드는 유튜브와 한국의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 TV와 V Live에 자신들의 일상 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끊임없이 올렸다.

인터넷에는 멤버들이 잠을 자면서 껴안고, 식사를 하고, 택시에 앉아 서로 장난을 치는 등 평범한 방탄소년단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일상의 모습, 라이브스트림 비디오 다이어리, 리얼리티 TV 같은 웹 쇼 "달려라 BTS!"의 에피소드를 제작한다.

동영상에서 이들은 각 멤버들 별로 진짜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뷔는 유별난 캐릭터, 지민은 바람둥이 캐릭터, 정국은 초자연적인 재능을 가진 막내 멤버다. 제이홉은 에너지 충만 캐릭터, 슈가는 잘 생긴 뮤지션, 진은 종종 말장난 좋아하는 모자란 미남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RM은 성숙한 만능 그룹 리더다. 온라인 팬들 사이에서 멤버들은 각기 다른 동물 이모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K 팝을 분석하는 유튜브 채널 DKDKTV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김은 "그들은 팬들과 그렇게 거리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저 자기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그대로 보여줄 뿐입니다. 그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보여주지요. 그것이 다른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장이 방탄소년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방탄소년단의 소셜미디어 팬클럽인 BTS ARMY가 이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었다.

   
▲ 업계의 인맥과 자금에서 빅3에 비해 열세였던 이 회사는 방탄소년단을 홍보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크게 의존했다. 인터넷에는 멤버들이 잠을 자면서 껴안고, 식사를 하고, 택시에 앉아 서로 장난을 치는 등 평범한 방탄소년단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출처= BTS 트위터

드디어 유명세를 타다

안방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던 방탄소년단은 2014년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 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K-팝 컨벤션(KCON)은 대성공이었다. 그들은 남학생 복장을 하고 공연을 했으며 이들의 음악은 서양에서 한 때 유행했던 힙합과 전자댄스뮤직(EDM)을 연상시켰다.

2017년에, 이제는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하고 빌보드 200차트 10위 안에 든 최초의 K-팝 가수가 되면서 큰 한 해가 되었다. 2017년 11월, 그들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에서 공연하면서 미국 TV에 데뷔했다.

방탄소년단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최초의 K-팝 그룹은 아니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빅뱅도 2011년 MTV 유러피언 뮤직 어워드(European Music Awards)에서 베스트 월드와이드 어워드(Best Worldwide Act)를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2012년에 K-팝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한 적이 있다.

그러나 토론토대학교의 미셸 조 교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축된 팬과의 개인적인 인맥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BTS ARMY는 무보수 통역사 네트워크로 활동하며, 이들의 콘텐츠에 대해 영어 자막과 텍스트를 제작해 방탄소년단과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시청자를 연결해 주었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게시물 대부분은 영어로 되어 있지 않지만, 오늘날 이 그룹은 비욘세나 영국의 히트 메이커 에드 시런보다 많은 2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두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개인들은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기 때문에, 이 그룹의 팬들이 플랫폼당 하나의 계정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셸 조 교수는 미국의 TV 쇼들이 BTS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그룹의 엄청난 소셜 미디어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BTS는 뒤에 든든한 기업의 힘을 갖고 있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그들의 팬들에게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트위터 팔로워 수의 힘, 그것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들이 유명해지도록 도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BTS 멤버들. 출처= CNN 캡처

팬의 생태계

방탄소년단은 소셜 미디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그들은 K-팝 장르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개척자들이다.

K-팝 히트곡들은 대부분 밴드 멤버들이 직접 만든 곡이 아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노래들은 이미 작곡가나 프로듀서로 인정받는 멤버들, 특히 제이홉과 전 언더그라운드 래퍼인 슈가와 RM이 만든 곡이다. 그들의 노래가 팬들의 인기를 더 끄는 또 다른 이유는, 특히 초기 작품에서 노래의 가사가 다른 팝 히트곡들 같은, 애틋한 사랑 타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발표한 '스핀 브레이커'에서는 부모의 돈으로 비싼 물건을 사는 청년들을 맹비난했고, 2015년 '뱁새'에서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질타한다. 2018년작 '아이돌'에서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파한다.

그들은 또 문학이나 철학을 참고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앨범인 ‘맵 오브 더 소울: 퍼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는 정신과 의사 칼 융의 작품을 언급하고 있고, 술 취하는 것을 찬양하는 듯한 가사의 또 다른 히트곡인 ‘디오니서스’(Dionysus)는 그리스 신화의 술의 신을 언급하고 있다.

새로운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채널을 볼라치면, 그들은 정교한 뮤직 비디오와 실험적인 패션을 입고 있는 그룹을 발견하곤 한다. 적어도 서양인들의 눈에는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 무대 안팎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남성성에 대한 전통적인 서구식 개념과는 맞지 않는 방식인, 목에 꼭 끼는 목걸이(choker)와 블라우스 같은 실크 셔츠, 반빡반짝 빛나는 돋보이는 화장을 한다.

   
▲ K-팝 그룹 BTS가 1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가졌다.   출처= London Korean Links

또 다른 BTS 나올까?

방탄소년단의 성공 효과는 단지 K-팝의 보급이라는 차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 DKDKTV의 데이비드 김은 자신의 채널을 보는 50만 명의 가입자들 중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의 자존심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나라 출신의, 게다가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이 작은 그룹이 한국 문화를 이처럼 퍼뜨리고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김석영 공연연구센터 소장은 방탄소년단을 K-팝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보는 데에는 조심스럽게 반대했다.

"BTS와 K-팝을 함께 묶으면 안 됩니다. BTS는 어떻게 보면 기존의 K-팝 틀을 많이 깨고 있습니다.”

일부 팬들도, 방탄소년단이 한국에서 특별히 인기를 얻지 못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온라인 팬 층에 의존해야 했던 점을 지적하며 김 소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김소장은 또 다른 방탄소년단 같은 존재는 조만간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BTS를 비틀즈와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비틀즈는 세계사에서의 최고의 그룹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K-팝은 이제 그 사다리에 막 올랐을 뿐입니다. 적어도 수십 년 동안 비틀즈는 경쟁 상대가 아닐 것입니다.”

 

홍석윤 기자 syho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6.03  14: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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