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회생절차에 돌입한 웅진에너지의 명운이 ‘계속기업가치’ 산출에 달렸다. 구조조정업계와 태양광 업계는 웅진에너지의 계속기업가치와 관련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3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웅진에너지의 대표자 심문기일이 이날 법원청사 303호실에서 열린다. 법원은 이날 신종진 대표이사를 소환한다. 재판부는 심문결과를 토대로 회사의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본격적인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소환된 신대표를 상대로 ▲회생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 ▲자산 및 채무 내역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에 대한 전망치 등을 조사한다.

회생절차에서 산출되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넘지 못할 경우 회사의 법정관리는 철회되거나 파산절차로 이행한다. 앞서 잉곳•웨이퍼 생산량 1위를 자랑했던 넥솔론도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의 벽을 넘지 못해 최종 파산했다.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Going concern value)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이어갈 경우 기업과 채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에게 돌아가는 가치다. 이 가치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를 계산해 산출한다. 회계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이 회사의 재무구조 등을 조사해 계속기업가치를 법원에 보고한다.

이와 달리 청산가치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파산할 경우 채권자에게 배분할 수 있는 가치다. 

태양광 업계는 웅진에너지가 회생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폴리실리콘 – 잉곳•웨이퍼 – 셀 –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제조업 밸류체인이 흔들릴 것으로 내다봤다. 회생절차에서 산출되는 웅진에너지의 계속기업가치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 구조조정 업계 “웅진에너지 기업가치, 특단의 대안 나와야 산출 가능”

구조조정 업계는 웅진에너지의 계속기업가치 산출에 회의적이다. 수치적으로 나타나는 계속기업가치가 과거 재무상황을 기초로 산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보면 외부적 요인에 의한 매출부진의 원인이 해소될 가망성이 적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1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13억원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누적결손금은 3642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226억원 초과하고 있다. 

웅진에너지의 이 같은 영업부진은 중국제품의 저가공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태양광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18년 4분기 태양광 산업 동향에 따르면 잉곳•웨이퍼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지난 2018년 1월 kg당 17달러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9년 1월 기준 kg당 9.5달러를 기록했다. 보고서에서는 가격하락의 원인이 ‘중국발 공급과잉’이라고 적시했다. 

현직 조사위원인 S회계법인의 K회계사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저가 전기료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게 국내 태양광 부품 산업계의 상황이라”며 “정부가 태양광 부품산업에 대해 전기료를 인하하거나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대안이 나와야 계속기업가치의 수치에 반영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모 제조기업의 계속기업가치 산정표. 구조조정 업계와 회계업계는 웅진에너지의 최근 몇 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고려해 계속기업가치 산정을 시물레이션하고 있다. 회계업계는 관련 법률 개정으로 등으로 전기료 인하와 당장 시행 가능한 대안이 있어야 계속기업가치 산정에 유리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료=이코노믹리뷰 DB

◇ 태양광 업계 “그리디 패러티 다가온다...업황 살아날 것”

웅진에너지는 향후 발생되는 영업이익으로 채무를 10년 동안 분할 상환하는 회생계획을 짜겠다고 밝혔다. 시장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태양광 업계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그리디 패러티가 도달하는 시장상황이 웅진의 계속기업가치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디 패러티(Grid parity) 전통적인 에너지인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단가와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이다. 이 시점은 태양광 발전단가가 석탄 및 가스발전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해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수요층이 확산되는 국면을 의미한다. 앞서 수출입은행의 보고서에서도 “세계 태양광 수요가 지난 2018년에 전년대비 9% 증가한 108GW를 기록해, 세계 태양광시장은 100GW 시대로 진입하게 됐다”며 “그리드패리티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고 밝혔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회장은 “2025년이면 그리디 패리티 시점이 도달한다”며 “이 시기부터 건물일체형, 고속도로형, 휴대전화기 부착 플렉서블형 등 기능성 태양광의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적어도 600조달러의 태양광 시장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태양광 수요가 웅진에너지 계속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웅진에너지는 향후 조사위원을 상대로 계속기업가치 산출을 위한 근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파산법조계는 웅진측이 조사위원의 조사에서 로펌과 회계전문가를 내세워 계속기업가치 산정에 전사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법인 태평양(최승진, 허승진, 진선미, 정민경 변호사)이 이번 웅진에너지 회생 전(戰)을 진두지휘한다. 

업계에서 한화큐셀과 M&A설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에 잉곳과 웨이퍼 분야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웅진에너지는 회생절차 M&A 가능성도 폭넓게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다. 한화큐셀은 앞서 넥솔론과 한국실리콘의 회생과정을 관망했다.

웅진에너지 관계자는 “회생신청 앞서 인수 예정 기업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한화큐셀과 M&A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만 알아본 바로는 한화큐셀이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웅진에너지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2006년 설립한 태양광 잉곳·웨이퍼 생산업체다. 회사는 지난달 27일 외부감사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도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약 160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CB)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