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T브로드와 합병할 경우 SK브로드밴드가 큰 효과는 누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T브로드가 보유한 현금은 재무적 투자자(FI)의 유상감자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즉, 합병이 간접적인 금융비용 감소에는 영향을 줄지 몰라도 직접적인 금융비용 감소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5일 전자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K브로드밴드는 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영업이익은 138억원 기록했지만 금융비용이 195억원 발생한 탓이다. 

이번 1분기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차입금 의존도는 50.1%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산 대비 차입금이다. 50.1%의 의미는 쉽게 말해 보유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빌려서 샀다는 의미다.

사업의 특성상 자본적 지출(Capex)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시설 장비를 구입하고, 설치를 해야 운영되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기계장치 합계는 2조2941억원이다. 전체 유형 자산의 84.1%수준이다. 

한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유형 자산의 구성은  토지, 건물 비율이 높지만, SK브로드밴드는 시설장치 투자가 많아 구조가 다르다"면서 "이동통신산업 성격이 장치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 SK브로드밴드의 1분기 기준 유형자산. 출처=DART

다만, 영업력과 차입금의 상관관계를 비교해 볼 때는 차입규모는 큰 편은 아니다. 지난 3월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2.4 수준이다. 3년 평균은 2.0이다. 이는 2년 동안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현재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해당 지표가 2.0 미만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등급 상향을 고려한다.  

한편 순차입금은 차입금에서 보유한 현금을 제외한 것을 의미하고,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T브로드와의 합병, 다방면으로 유리 

SK브로드밴드는 1분기 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3일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변경했다. 향후 실적,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등급 전망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후방산업에서 교섭력이 강화된다. SK브로드밴드는 T브로드와 합병을 할 경우, 가입자 수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말 기준 T브로드 가입자 수는 311만 명이고,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는447만명이다.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포함시 473만 명이다. 합병을 가정해 단순 합산시 780만명을 넘어선다. 이는 24.4%가 되는 수치로 KT·KT스카이라이프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사업에서 중요한 건 가입자 수"라며 "가입자 수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영업이 가능해 가격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방송사업 가입자 수. 출처=DART

이는 전후방 산업의 교섭력으로 이어진다. 패키징 상품을 통한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 놓을 수 있다. 게다가 후방산업인 홈쇼핑 사업자 등에게 지금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받을 수 있다.  

한 회계사는 "홈쇼핑 사업자가 어느 정도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수수료의 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비 투자의 효율성도 커질 전망이다. 즉, 합병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는 영업비용 뿐만 아니라 영업외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향후 설비투자에 대한 효과를 공유함에 따라 기존의 설비투자로 인한 차입 부담이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고정비 부담이 높은 설비사업 특성상 일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 확보 이후에는 영업효율성이 빠르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효율화가 진행되더라도 사업 구조 상 꾸준한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재무구조가 건전한 T브로드와의 합병할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뿐만 아니라 재무적 시너지까지도 기대된다. 다만, T브로드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 대한 활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T브로드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604억원이다. 만약 합병시 SK브로드밴드가 T브로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일부라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운전 자본에 대한 부담이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재무적 투자자의 유상감자 재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기준 T브로드의 최대주주는 태광산업이다. 최대주주와 그의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79.73%다. 0.29%의 소액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20.13%는 토르원와 JNT 제1호 사모투자전문화사라는 투자목적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두 투자목적회사가 나갈 경우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회계사는 "현재 인수금액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라면서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합병 시점의 재무구조 개선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 T브로드의 주요 주주. 출처=d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