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샘이 프리미엄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의 무상보증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했다. 출처= 한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가구업계를 주도하는 두 업체인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지난 1분기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중저가 브랜드 인기 등 대외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두 기업은 새로운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아 차별화를 시도함으로써 현상에 대처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리퍼브·중저가 가구 인기에 한샘·리바트 매출 하락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과 현대리바트 두 업체의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각각 4247억원, 3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9.1%, 9.4%씩 감소했다.

두 업체의 지난 1분기 실적이 하락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이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년동기(23만3000호) 대비 37.7% 감소한 14만5000호로 집계됐다. 관련 규제나 경기 불확실성 같은 요인으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가구, 생활용품 등 가구업계 주요 아이템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최근 가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성비를 최우선 기준으로 둠에 따라 중고 시장, 리퍼브 시장 등이 활성화한 점도 두 업체를 위협하는 요소다.

리퍼브는 재공급품을 의미하는 영단어 ‘refurbished’에서 비롯된 단어로 제조사의 유통 과정에서 작은 흠집이 생기거나 구매자로부터 반품된 상품 등을 가리킨다. 미미한 수준의 하자는 감수하더라도 크게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본 상품에 준하는 품질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고가구나 리퍼브가구를 취급하는 매장에 대한 문의와 다녀온 후기 등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리퍼브 가구 거래 매장 SI퍼니처는 지난 4월께 지상파 방송을 통해 소개돼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박상일 SI퍼니처 사장은 “중고 및 리퍼브 가구에 대한 관심은 10년 전부터 이어졌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며 “신제품에 비해 상품 다양성은 적지만 제품에 대한 개인 취향보다 가격만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오시는 분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고 말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도 이에 대응해 저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적극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거나 가성비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시장 입지를 굳히는데 힘썼다.

다만 수많은 온·오프라인 중저가 브랜드가 양호한 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매출을 올림에 따라 두 업체의 전략은 희석되는 모양새다. 중저가 가구를 취급하는 브랜드 가운데 지난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무인양품의 지난해 가구 관련(생활 잡화) 매출은 전년동기(552억원)대비 17.0% 증가한 646억원에 달한다.

▲ 현대리바트 판매사원이 홈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출처= 현대리바트

한샘·현대리바트,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로 정면 돌파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이 같은 중저가 브랜드들과 가격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대신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공들이고 있다. 출혈 경쟁보다 기존 정체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 시장에 차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한샘은 프리미엄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Kitchen Design)의 제품에 대한 무상보증 기간을 기존 2년의 5배인 10년으로 늘리는 파격적 혜택을 이달 중순부터 제공하고 있다. 부엌 도어 및 몸통 목자재 휨, 레일경첩 등 작동불량, 연결밸브 누수 등 구매 후 발생한 하자를 점검해주는 것이 주요 서비스다.

키친바흐 제품 고객을 응대하고 제품을 시공하는 역량을 강화하는데도 더욱 주력한다. 한샘은 키친바흐 전담 키친 디자이너(kd) 100명을 선정하고 주기적인 디자인 교육을 실시해 상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키친바흐 전담 시공팀에 최우수 시공사원을 투입하고 고객 전용 A/S센터도 개설해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끌어올려나갈 방침이다.

한샘은 앞서 지난해 하반기 부엌, 수납가구 등 제품 전반의 품질을 향상시킨 점도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 현행법상 가구 원자재가 충족해야 할 친환경성 기준인 ‘E1’보다 강화한 ‘E0’ 등급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 항균, 방부 효과가 있는 동시에 유해물질은 발생하지 않는 황토 나노 표면자재를 자체 개발해 출시품에 적용하는 등 방안으로 고품질을 도모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고객 감동을 실현하고 시장에 최고 품질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 하에 일련의 프리미엄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고급화 방안을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에 점진적으로 적용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는 국내 독점유통 계약을 맺은 미국 프리미엄 가구업체 윌리엄스 소노마(WSI)의 제품에 대한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가구업계에서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현대리바트가 처음이다. WSI가 앞서 미국, 영국 등 해외 시장 9곳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국내 도입했다.

이번 서비스를 위해 국내 출점한 WSI 매장 6곳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 가운데 10여명을 홈스타일링 컨설턴트 ‘디자인 크루’로 선발했다.

이들은 기존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고객의 홈스타일링 서비스 요청이 들어올 경우 쇼핑 도우미로 나선다. 고객이 선호하는 색상이나 스타일, 공간 콘셉트 등에 대해 상담한 뒤 홈스타일링 제안서를 1~2일 이내 작성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필요한 경우 고객 집을 직접 방문해 2차 상담도 진행한다. 이 서비스는 무상으로 이뤄진다.

현대리바트는 디자인 크루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WSI 본사로부터 디자인 크루 교육을 받은 직원이 해당 판매사원을 국내에서 교육하기도 했다.

현대리바트는 이번 서비스를 브랜드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한다.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영식 현대리바트 영업전략사업부장(상무)은 “앞으로도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프리미엄 전략을 두고 현재 성장세가 한계에 도달한 가구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행보로 분석한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인만큼 성과는 지켜봐야하지만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불황의 돌파구로 어느 정도 기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 업체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자체 조사해본 결과 각종 측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가구 사업만으론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 업체가 그간 시장 입지를 굳혀올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전략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