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 유통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출처= Targ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 유통업계를 괴롭히기 시작하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정부는 2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25%까지 인상했다. 이 관세 인상은 가방, 매트리스, 핸드백, 자전거, 진공청소기, 에어컨 등 거의 모든 소비재에 적용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장난감, 의류, 신발, 가전제품 등 3250억 달러에 달하는 나머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들은 지금까지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최근의 무역전쟁 확전은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그 비용의 많은 부분을 부담할 것이다.

월마트, 타깃(Target), 홈디포(Home Depot), 콜스(Kohl’s), 메이시스(Macy’s) 등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들은 지난 주, 새 관세로 인해 재무 전망을 바꾸거나, 그동안 잘 운영되어 오던 공급망을 재설계하거나, 궁극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관세를 우려하는 이유는 미국 가정의 일상용품 가격을 들썩거리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건축자재 판매업체 홈 디포도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회사에 1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약 20%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콜스 백화점도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올해 수익 전망을 낮췄다.

나이키와 오토존(AutoZone)도 피할 수 없어

소매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비용이 상승하면 힘든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것이냐, 아니면 비용을 자체 소화해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할 것이냐. 당연히 대부분의 회사들은 가격 인상을 선택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의 가격이 언제 얼마나 인상되는 지를 보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가 되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풋락커(Foot Locker), DSW의 모기업 디자이너 브랜드(Designer Brands) 같은 신발 업체들은 지난 20일 미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신발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 미국 신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며 “중국에서 들어오는 신발에 대한 관세 부과는 소비자와 신발 산업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거의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관세가 인상되면 가격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 capitalismisover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 오토존(Auto Zone)의 윌리엄 로즈 CEO는 관세로 인해 자동차 부품 구입 비용이 증가하면 즉각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면, 우리로서는 그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월마트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의 브렛 빅스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지난 주 실적발표회에서 "저렴한 가격 유지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 하겠지만, 관세 인상은 가격 인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세 영향 없다는 정부

관세는 소매업체들의 최근 실적보고서의 마지막 칸을 결정하는 중요한 초점이 되었다. 팩트셋트(FactSet)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석 달 동안 S&P 500에 올라 있는 소매기업 29곳이 애널리스트와의 상담에서 ‘관세’를 언급했는데, 지난해에는 불과 7곳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관세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2일 하원 청문회에서 “관세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큰 비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디 액슨(민주, 아이오와) 의원이 관세가 소비재 가격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압박하자 므누신 장관은 "나는 반드시 그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세계적인 공급망을 가지고 있고 대량의 물량을 취급하는 월마트, 타깃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부분의 다른 회사들보다 관세에 대응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타깃의 코넬 CEO는 타깃의 다양한 상품 구색이 ‘경쟁력 있는 강점’이라며 "타깃은 단일 카테고리 소매업체라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그렉 멜리히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면 향후 12개월 동안 모든 소매 업체의 수익 성장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 무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매업체들의 겨울 할리데이 성수기 시즌 재고 계획도 어려워지고 있다.   출처= KMIZ

중국은 공급망의 주요 연결 고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소매업체들은 대개 향후 몇 달 분의 재고를 미리 확보한다. 투자증권회사 노무라 인스티넷(Nomura Instinet)의 시메온 시겔 애널리스트는 "무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매업체들의 겨울 할리데이 성수기 시즌 재고 계획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기업들은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 위해 늘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아마존 등 온라인 회사들로부터의 시장 파괴와, 인건비와 운송비의 상승으로 소매업체들이 최악의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관세까지 덮친 것이지요.”.

중국의 노동력과 공장은 미국 소매업체들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다. 기업들은 그런 복잡한 공급망을 신속하게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UBS은행의 유통전문 애널리스트 마이클 래서에 따르면, 월마트는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26%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타겟은 34%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포츠 용품, 자동차 부품, 가구 판매업자 등 그 외 단일 카테고리 회사들은 중국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용품 회사 딕스(Dick's Sporting Goods)는 51%의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주방 및 욕실용품 판매회사 베드배스앤비욘드(Bed Bath & Beyond)는 53%의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신발 회사들은 중국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소매업계 관련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으로 수입된 모든 신발류 제품의 72%는 중국에서 수입됐다.

나이키는 증권당국에 보내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우리의 생산국이자 소비시장"이라고 말했다.

신발회사들은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신발류는 매우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며, 제품 조달 결정을 내리는데 수년간의 계획이 필요한 산업이다. 기업들이 단지 (관세 같은) 상황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공장을 옮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