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렉트 샵 어반 아웃피터스가 새 법인 눌리(Nuuly)를 설립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의류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다.   출처= Urban Outfitter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고객에게 영감을 주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셀렉트 샵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Inc.)가 의류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객들의 쇼핑몰 방문 감소 없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 시장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프리피플(Free People), 앤트로폴로지(Anthropologie) 같은 유명 의류 체인을 소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올 여름부터 소비자들이 자사 브랜드는 물론, 갤미츠 글램(Gal Meets Glam), 리복(Reebok) 같은 타사 브랜드, 벼룩시장이나 딜러로부터 조달한 빈티지 제품 등을 한 달에 6벌까지 빌려 입을 수 있는 월 88달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눌리(Nuuly)라고 명명된 이 새 사업은, 회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아들이자 디지털 담당 최고 책임자(CDO)인 데이비드 헤인이 별도로 운영하는 법인 형태가 될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매장에서 셔츠를 접는 일부터 시작한 헤인은 2001년부터 프리피플 브랜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포함해 회사의 여러 직책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에 따르면, 미국의 의류 렌탈 시장은 이른 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하는 패션사업 트렌드)과 온라인 쇼핑의 호황으로 연간 20% 이상의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데이터는 영화나 연극용 의상 대여를 제외한 일반 의류 렌탈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10억달러였으며 2023년에는 2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헤인 CDO는 어반 아웃피터스의 임원들이 사업 다각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렌탈 모델이 집중 거론됐다고 말했다. 주방용품과 화장품도 함께 판매하는 이 회사는 이전에도 의류 판매업체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적이 있다. 지난 2015년에 피자 체인점을 인수해 의류 매장에서 피자를 판매한 것이다.

회사는 눌리 사업이 기존 사업부 매출을 잠식하기 보다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의 구매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헤인 CDO는 1년 이내에 눌리가 5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연 5천만 달러(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는 필라델피아 본사에서 가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렌탈을 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제품은 구매가 적절할 것이고,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 제품은 렌탈이 더 타당하겠지요.”

누리의 웹사이트에서 고객들은 6벌의 의류를 선택할 수 있다. 고객이 선택한 의류는 요금 선납 라벨이 붙은 재사용 가능한 백에 담겨 고객에게 배송될 것이다. 그 옷들을 한 달 동안 입어 본 뒤 반납해야만 다음 6벌을 또 렌탈 주문할 수 있다. 물론 입어보고 만족하면 그 옷을 완전히 구매할 수도 있다. 반납된 의류는 또 다른 고객에게 렌탈하기 전에 세탁, 드라이클리닝, 회사 검사를 거친다.

▲ 월 139달러에 무제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렌트더런어웨이 웹페이지.   출처= Rent the Runway

어반 아웃피터스는 온라인 매출 성장에 힘입어 최근 분기에 비교적 양호한 매출 실적을 보고했다. 그러나 3월 매출이 예상보다 밑돌면서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약 19% 하락했다.

의류 렌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의 나오미 브레이스와이트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새 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욕구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의류 렌탈 사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그리 비싸지 않은 물건은 굳이 렌탈을 하지 않고 구매하는 성향을 보임에 따라 중저가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게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에는 패스트패션이나 일상의 물건들을 사는 것이 너무 편리한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현재 의류 렌탈 사업의 최강자는 2009년 설립된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다. 이 회사는 리포메이션(Reformation), 래근앤본(Rag & Bone), A.L.C. 같은 디자이너 옷과, 프로엔자 슐러(Proenza schouler),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 같은 명품 브랜드의 드레스, 상의, 코트 등을 대여해 준다. 고객들은 월 139달러에 무제한으로 옷을 교환할 수 있는 등, 회사는 유연한 렌탈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이 회사는 10억 달러(1조 2000억원)의 가치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앤 테일러(Ann Taylor), 익스프레스(Express),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등 몇몇 쇼핑몰들이, 소매업체에 웹 플랫폼을 제공하고 배송과 세탁 등 물류를 대행하는 스타트업 카스틀(CaaStle)을 이용해 의류 렌탈 사업을 시작했다. 앤 데일러는 월 95달러를 내면 한 번에 세 벌씩 옷을 빌려 입을 수 있으며 회수 제한이 없다. 아메리칸 이글도 월 50달러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스틀의 창업자이자 CEO인 크리스틴 헌시커는, 그런 소매회사들이 처음에는 렌탈 사업으로 매출이 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이 서비스로 인해 새로운 고객들이 생겼으며, 기존 고객들의 지출도 늘어나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헌시커는 의류 렌탈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면 약 25%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의류 렌탈이 옷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수익성이 좋은 사업입니다."

어반 아웃피터스는 렌트더런웨이 처럼 자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제품 개발자를 고용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필라델피아 외곽에 드라이 클리닝을 할 수 있는 세탁 시설을 갖춘 창고 와 고객 센터를 짓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 회사의 직원들은 세탁 컨설턴트와 함께 일하며 세탁 방법에 따라 옷의 수명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 하는 것들을 배우고 있다.

헤인 CDO는 눌리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의류를 중심으로 시작하기로 했으며, 계획이나 가격, 그리고 옷의 구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사업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우리의 운명을 통제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