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미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이어 드론의 DJI, 이번에는 CCTV 최강자 하이크비전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만 압박이 이뤄지는 화웨이 및 DJI 이슈와는 더 휘발성이 크다. 국가 안보는 물론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권적 측면에서의 압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국이 일단 미국의 압박에 대비해 관세 맞대응을 고려하는 한편 희토류 전략 무기화를 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스티븐 므느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관세 부과 일정은 최대 45일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강대강 대치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다.

中 빅브라더 급소 노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 정부가 중국의 CCTV 업체 하이크비전을 상무부 기술수출 제한목록에 올리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은 중국 최대의 CCTV 업체며 소위 정부의 ‘빅브라더 전략’ 선봉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순히 CCTV를 잘 만드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안면 인식과 소소한 버릇, 신체특성을 고려해 특정 인물을 식별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소수민족 감시 및 사회통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하이크비전 제재 카드는 중국 화웨이, DJI에 대한 제재 방침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 화웨이는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접근 차단, 인텔과 퀄컴 등의 칩 공급 중단 조치를 겪으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와 거래하는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는 의도로 제재를 180일 유예했으나, 당분강 강공모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운영체제인 훙멍을 단말기에 탑재하는 한편 TSMC와의 협력, 나아가 추후 협상 여지를 열어두며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하다.

글로벌 민간 드론 시장을 석권한 DJI도 고민이 많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에 보내고, 중국 정부가 여기에 접근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백도어 논리와 비슷하다. CISA는 이를 두고 "기관 정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CISA는 특정 드론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 DJI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DJI는 즉각 "우리 기술은 안전하다"고 반박했으나, CISA는 자국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드론을 구입할 경우 신중해야 하며 인터넷 장비를 꺼야 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와 DJI에 대한 압박과, 하이크비전에 대합 압박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하이크비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된다는 점이 새롭다. 화웨이와 DJI에 대한 압박은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의 불안감이 대외명분이지만, CCTV의 하이크비전에 대한 압박은 국가 안보는 물론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도 경계하기 때문이다.

천안문 30주년, 신장 위구르 사태 10주년

올해는 천안문 사태 30주년이며 티베트 봉기 60주년, 5.4 운동 100주년, 신장 위구르 사태 10주년 등 중국 정부 입장에서 민감한 정치적 사건의 기념일이 겹쳐 있다. 중국 정부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정치적 행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사회 통제를 시작한 가운데, 최근에는 자국의 위키디피아 접근을 막고 개인교회를 급습해 교인을 체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는 물론, 인권 탄압의 전위대로 활용되고 있는 빅브라더 CCTV 업체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것은 일종의 다중포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적 효과까지 가져가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CCTV 업체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한편, 이를 통해 중국 ICT 기술굴기를 차단하면서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권 문제를 정조준할 수 있는 많은 기대효과가 있다.

최근 미국이 10주년을 맞은 신장 위구르 사태를 두고 중국 당국의 강력한 검열을 지적한 장면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3일 미 하원 의원 40명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신장 위구르의 책임자인 천취안거 당서기를 겨냥한 행보다. 천 당서기는 중국 정계에서도 전형적인 매파로 분류되며 현지 감시와 보안을 철저히 구축하기 위해 각 구역마다 경찰 조직을 설치하는 한편 강압적인 통치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CCTV 등 다양한 ICT 보안 기술을 동원해 위구르인의 인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 셈이다.

중국 내부의 다양한 정치적 기념이 겹쳐있는 상황에서 하이크비전 제재 카드는 미국의 국가 안보는 물론 중국의 인권 문제까지 노릴 수 있는 결정적 카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을 단순히 경제적 충돌로 보지 말고 정치, 군사, 외교 등 다양한 전선에서 이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당분간 난타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ICT 기업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는 한편, 최근에는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반 화웨이 전선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은 화웨이에게 코어 네트워크를 맡기지 않는 선에서 사실상 반 화웨이 전선에 발을 빼는 분위기다.

반 화웨이 전선에 균열이 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을 장기화 국면으로 끌며 강대강 대결국면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별 전략을 수립해 플랜B를 가동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화웨이 장비를 채용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통신사들이 나서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정황이 나오는 이유다.

모든 문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 달린 상태에서, 당분간 장기화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므느신 미국 재무장관은 22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중국 관세에 대한 결정은 최대 45일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관세 폭탄 로드맵이 예정대로 흘러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