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투기등급 상태인 주요 계열사에 대한 두산그룹과 웅진그룹의 행보가 서로 상반돼 주목받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하고 있지만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과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다. 다만 웅진그룹은 거리 두기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23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웅진그룹에서 산업은행이나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려고 작업을 하고 있다"며 "부실징후 기업에 관한 공시는 산업은행이 웅진그룹의 웅진에너지 회생에 관한 의지를 확인할 시간을 준 것"이라고 해했다. 

웅진에너지는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 평가 업무세칙’과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 평가 업무처리 지침’에 의거해 실시한 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징후 기업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20일 공시했다. 같은 날 웅진에너지는 해당 내용과 함께 경영악화로 인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는 공시도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징후 기업에 관한 공시는 사실상 '청산' 과정에 있는 회사가 내는 공시"라며 "금융기관의 더 이상 지원이 어려울 때 내는 공시가 맞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웅진측 관계자는 "채권단과 협의 중으로 알고 있다"며 "또한 산업은행 지원에 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웅진에너지 자금 지원 여부를 떠나 웅진그룹은 현재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웨이 지분 인수 과정에서 재무부담이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코웨이 인수 이후 그룹합산 차입규모는 2조 5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웅진 자체적으로도 웅진씽크빅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차입금을 늘렸다"며 "하지만 인수금융 약정상 웅진 코웨이의 배당으로 받기 힘든 구조라 단기 상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웅진에너지의 위험이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걸 원천 차단하는 경영 방식도 선택 가능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끊는 건 웅진에너지의 실적 위험, 재무 위험이 그룹 차원으로 전이되는 걸 막는 것"이라며 "현재 수준의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흐름 만으로는 코웨이 인수 관련 금융비용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영업 확대 및 재무 구조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현 재무구조 상으로는 꾸준한 자금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웅진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끊는 경영 노선을 걷는 경우 산업은행도 난처해질 수 있다. 담보권 실행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원금과 이자는 보장받을 수 있으나, 회수 시기 역시 늦어질 개연성이 크다. 청산 후 잔여재산 분배까지 꽤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채무불이행 이력이 있고, 재무 부담이 큰 회사에게 지원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사뭇 난처할 것"이라며 "웅진 그룹의 선택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자금 지원에 대한 불신이 생긴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웅진에너지가 연체 중인 상황은 맞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22일 현재 웅진에너지는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등급 상 'CCC/부정적'이다. BB등급 이하인 경우 '투기'성이 짙은 채권으로 본다.  나이스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정의상 CCC등급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매우 투기적'임을 의미한다. 또한 평균 누적 부도율도 좁게는 11.24% 크게 볼 때는 19.50%에 이른다. 쉽게 말해, 담보가 없는 경우 원금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채권이다. 

▲ 두산건설 일산 제니스. 출처= 두산위브 홈페이지

◆두산그룹, 두산건설 지원에 올인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두산 그룹은 웅진 그룹과 행보가 180도 다르다. 두산 그룹은 계열사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금융비용 없이 자기자본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두산건설은 지난 2월 '일산 제니스'로 대표되는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며 5517억원에 달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모회사의 연결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두산건설 지분 73.4%(우선주 포함)를 보유한 두산중공업은 관련 지분을 손상처리하면서 6387억원의 비용이 발생, 72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두산그룹 역시 34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관련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는 1847억원 흑자였다. 

손실에 따라 줄어든 잉여금만큼 두산(주),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부채비율은 덩달아 상승했다. 늘어난 부채비율은 그룹의 신용도 하락을 불러왔다. 두산그룹은 A-에서 BBB+로, 두산중공업은 BBB+에서 BBB로 한국신용평가 기준 신용도가 한 단계씩 낮아졌다. 

기업신용등급이 BB등급부터는 '투기수준'으로 채권자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BB등급의 3년차 평균 누적부도율은 공식적으로 8.64%, 출자전환, 원리금감면 등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11.92%에 이른다. 

종합적인 수준에 대한 평가로 따져본다면 웅진에너지와 두산건설의 경영상 의사결정 차이는 나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현재 두 회사의 신용등급은 5단계가 차이난다. 2015년 말 기준으로는 9단계까지 차이가 났었다. 

웅진에너지는 2014년 6월 이후 CCC등급을 꾸준히 받아왔다. 쉽게 말해 5년 전부터 꾸준히 부도확률이 20%에 육박하는 회사였다. 

2017년의 실적이 반영됐을 때를 제외하면 CCC등급을 거의 벗어나질 않았다. 실적은 거의 나지 않는데 관련 사업 전망도 어둡다. 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공급 과잉이 커진 상태다. 주 생산품 중 하나인 단결정(Mono-Si) 웨이퍼의 가격은 2년 새 반토막 났다. 

'BB+'와 같은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이다. 그 전까지는 BBB등급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15년 말 5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이후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회사의 선택은 경영상의 선택"이라며 "판단의 결과는 앞으로 두 회사의 실적과 재무 상태를 통해 세간이 판단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