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토지이용계획. 출처=서울시 부동산종합정보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증권가에서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입주했던 오피스 빌딩을 허물고 주거용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 대표 금융가에서 이 같은 실험이 과연 현실화될 지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 따르면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마스턴투자운용이 지난 17일 선정됐다. 당시 라임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KTB자산운용이 촉각을 다퉜지만 마스턴투자운용으로 최종 결정됐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마스턴투자운용이 NH투자증권 사옥을 멸실한 후 주거용 오피스텔로 리모델링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간 수많은 오피스 매입매각 사례에서 인수 후 개조를 통한 ‘밸류애드’(Value-add) 기법이 사용돼왔지만 기존의 빌딩 저층을 개조해 상가로 활용하는 사례가 주를 이뤘을 뿐 오피스의 오피스텔 리모델링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의 대지면적은 3707㎡이며 연면적은 4만5499.06㎡, 건축면적 1338.4㎡, 용적률 산정용 연면적은 2만5091.03㎡이다. 현재 건폐율은 36.1%, 용적률은 676.86% 이다. 현재 NH투자증권 본사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지난 2005년 LG투자증권이 매입해 본사로 사용됐으며 이후 우리투자증권을 거치는 등 금융기업의 본사 역할을 해왔다.

마스턴투자운용은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을 2800억원에 매매하기로 확정했다. 연면적이 4만5499㎡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가격이 2030만원으로 2000만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여의도권(YBD)에서 거래된 오피스 거래 건수는 총 5건으로 평균 3.3㎡당 1600만원~165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최고가를 기록한 SK증권빌딩(3.3㎡당 2060만원) 매각금액과 근접하다.

업계에서는 매각금액이 다소 높지만 오피스텔로 공급할 경우 오피스와 오피스텔의 평당 분양가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공실률이 아직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크원을 비롯해 공급물량이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오피스 매물이 나와도 큰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라면서 “다만 오피스텔로 리모델링해 공급한다면 이 지역은 신규 주거상품이 극히 드문 만큼 평당가가 다소 높더라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의도에 공급된 오피스텔은 총 5247실로 지난 2016년 9월을 마지막으로 신규공급이 끊겼다. 아파트의 경우 1만121가구로 2005년 이후 10년 이상 신규공급이 되고 있지 않다.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값에 거래가 되고 있는 오피스텔은 지난 2007년에 공급된 여의도동 여의도파크센터로 전용면적 72㎡가 최근 7억1000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전용면적 기준 3.3㎡당 매매가격은 3260만원으로(계약면적 기준 3.3㎡당 1848만원) 인근 롯데캐슬엠파이어(전용면적 기준 3.3㎡당 3502만원)아파트와 다소 비슷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기업이 밀집된 여의도에 과연 오피스텔이라는 주거용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이다. 서울시에서 여의도를 금융 중심지로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는 만큼 허가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현재 법상으로 NH투자증권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오피스텔로 변경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NH투자증권이 위치한 여의도동 23-4번지는 현재 도시지역, 일반상업지역, 특정개발진흥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중점경관관리구역(한강변) 으로 되어있다. 원래 개발된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할 경우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제약을 받기 때문에 현재 어떤 지역 혹은 지구로 확정됐는지는 개발 시 가장 중요하다.

일반상업지역은 오피스에서 오피스텔로 변경이 가능하며 중점경관관리구역이라고 해도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3가지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정하게 반영했다면 변경은 어렵지가 않다.

문제는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일 경우 건축 시 지구단위계획에 맞게 건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단위계획 내용에 따라 건물의 권장용도와 불허용도가 있기 때문에 만약 권장용도에서 오피스텔을 불허한다는 내용이 게재됐을 경우에 오피스텔 건립은 어려워진다. 최근 김포시의 경우 주거공급이 대거 이뤄지면서 일부 업무지구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포함, 업무지구 내에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용 건축물은 불허용도로 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이 위치한 토지는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포함이 돼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제약을 받는 사항은 따로 없어 오피스텔 건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전략계획과 전략계획팀 관계자는 “NH투자증권 빌딩이 위치한 곳을 비롯해 여의도 금융권 일대가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이달에 용역을 발주했기 때문에 정해진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라면서 “여의도를 적극적으로 금융글로벌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용역을 발주했지만 아직 용역계약도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말에 용역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는 금융 분야 기능을 가진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인센티브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건물(주거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 도시계획과 관계자 역시 “해당 지역은 세부지침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고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면서 “만약 건축을 한다면 건축법이나 주차장법, 국토계획법 등 관련법령이 적용되며 일반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오피스를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발 방향을 비롯해 수익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시각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이제 막 용역을 발주했다고는 하지만 큰 그림은 정해져있을 것”이라면서 “이에 맞지 않는다면 건축허가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다 건물매입비와 철거비용, 신축비용, 용적률 및 오피스텔 전용률을 고려하면 수익을 내기 위한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