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지방 분양단지 청약 경쟁률 추이.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거세지고 있다. 인기지역의 청약률은 고공행진을 보이는 데 반해, 비인기지역 하략이 장기화된 지역의 청약률은 모두 미달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지역 내 수요가 흥행의 무게추가 된다는 전제 아래 ▲개발 호재 여부 ▲입지 대비 분양가 ▲실수요 적합 여부 ▲규제·비규제지역 여부가 청약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수요자들이 시장 흐름을 학습하면서, 한 지역 내에서도 ‘될 곳’에 더욱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한다는 내용이다.

2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청약을 진행한 광주, 세종과 부산, 이천, 아산 지역 다섯 단지의 청약률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지역인 광주와 세종의 경우 1순위 내에서 예비당첨자의 10배까지 접수된 데 반해, 같은 광역시급인 부산에선 2순위까지 넘어갔지만 청약률 미달이 발생한 모습이다.

광주광역시 ‘주월 대라수 어썸브릿지’는 전체 68가구 모집에 1060개의 청약통장이 모이면서 평균 경쟁률 15.59:1을 기록했다. 기타지역의 수요가 높은 타지역과 달리 1순위 해당지역의 수요가 더욱 높은 것이 특징이다. 26.29: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84㎡B의 경우 14가구 모집에 해당지역에서 368명이 신청한 것과 달리 기타지역은 35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다른 평형 역시 310:40, 183:23 등 광주지역 내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단지가 광주 시장 전체를 대변하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기획부동산의 분위기가 잔류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흥행 성적은 좋지만, 광주 구도심에 위치해 빼어난 입지도 아니고 워낙 공급량이 적은 ‘나홀로 아파트’라 광주 전체를 이 안에서 분석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광주지역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지난해 연말과 올초 들어 조금 식은 느낌이 없지 않다”면서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공급 자체는 뜸했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어느 정도 시차를 기회 삼아 청약을 넣으면서 분양률이 호조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는 아니지만, 광주와 전라남도 지역 내에서 매년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 건설사라는 점이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권일 팀장은 “광주지역은 지역색이 강한 건설사들의 공급이 주를 이루고, 타 지역에 비해 대형건설사의 진출 비중이 적은 곳”이라면서 “이를 인지한 수요자들이 알음알음 찾는 브랜드가 됐고, 입지도 광주남구청을 접하는 등 나쁘지 않아 흥행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세종 린스트라우스(행정1-5H6블록)’은 111가구 모집에 8740명이 몰리면서 평균 78.74: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평형별로 최소 2가구가 공급되는 등 원체 공급량이 적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만 53가구를 공급하는 101㎡A는 1순위 해당지역에서 2345가구, 기타지역에서 2554가구가 청약을 접수한 점은, 적은 가구수임에도 대기 수요가 높음을 보여준다.

제반 환경이 프리미엄을 누리기 용이해 지역 외 수요가 다수 유입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세종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 인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고 공급도 많은데 수요가 충분히 받쳐주는 곳”이라면서 “세종시의 장기적인 시장방향성이나 전망도 나쁘지 않아, 인구유입 뿐만 아니라 투자 유입도 많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 '오션파라곤' 동쪽 부산광역시 남구 우암동 지역의 시세는 단위면적당 약 600만원~8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반면 같은 15일 청약을 접수받은 부산 ‘오션파라곤’은 220가구를 모집했지만 84가구만 신청하는 데 그쳐, 현재 36가구의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면적 59~74㎡로 이뤄진 전체 10개 주택유형 가운데 4개 유형만 2순위까지 청약을 진행한 뒤 마감이 가능했고, 나머지 6개 유형은 적게는 1가구에서 많게는 29가구까지 미달인 채 남아있다.

오션파라곤은 부산항 제7부두를 낀 입지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구도심 지역에서 분양된 것이 청약 미달의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우암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와 마주보는 호재도 잠재하고 있지만, 주변 시세의 두 배에 해당하는 3.3㎡당 1270만원에 분양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양상이다. 네이버 부동산 기준 주변 구축 아파트의 시세는 단위면적당 500만원대 후반에서 800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같은 부산 지역에서 지난 5월 10일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명륜 2차’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해당 단지는 전체 686가구 일반 분양에 2126가구가 청약을 신청하면서 평균 3.1:1의 경쟁률로 1순위 해당지역 내에서 마감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에서도 입지에 따라 나눠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서울도 분양가와 입지 특색에 따라 될 곳만 되는 양상이 이어지는 것처럼, 규제지역인 명륜동과 비규제지역인 우암동 사이의 간극이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부산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꺾인 채 유지되고 있고, 해당 지역 안에서도 세분화가 이뤄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팀장 역시 “부산 내의 해운대, 동래는 규제지역이다보니, 얼어붙은 분위기가 비규제지역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라면서 “통상적이라면 비규제지역의 청약률이 양호하겠지만, 시장의 위축된 상황을 보여주는 일례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권 팀장은 “부산 지역의 매매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수요자들의 적극성도 떨어지고 있다”면서도 “명륜동의 준수한 성적에서 보다시피 잠재수요도 있고, 이렇게 두세 군데 좋은 단지가 연속해서 나온다면 분양시장에 여지가 있다고 해석한 수요자들이 다시 적극성을 띨 것”으로 예측했다.

이천 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분양한 ‘증포3지구 대원칸타빌2차 테라스’는 302가구 모집에 234가구의 미달이 발생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본래 철도 인프라가 없다가 경강선이 생기면서 지역 내의 편차가 새로 발생했다”면서 “증포3지구는 경강선 호재지역과는 관련이 없고, 입지 평가가 썩 좋지 않아 미분양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지방 분양시장의 향방을 두고 “지역 내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 조건 속에서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수요자들로 말미암아 외부 유입의 결과도 썩 좋지 않다”면서 “현재 부진을 보이는 부산 규제지역도 예전엔 활발한 시기가 있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대기 수요가 있고, 언제든지 규제가 해제되는 등 분위기가 바뀌면 수요가 집중될 수 있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 역시 “해당 지역의 분위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분양가나 입지 등 개별 요인도 크기 때문에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과천과 광명처럼 서울 인접 지역은 우호적인 상황이지만, 이외의 지역은 큰 변수가 없는 한 꺾인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