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중국 화웨이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칩 공급도 중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사실상 중국 통신 기업과 자국 기업의 거래를 막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상태에서 화웨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씨넷 등 외신은 구글이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접근을 조만간 막는다고 20일 보도했다. 애플을 누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선 화웨이에 안드로이드가 철수한다는 뜻이다. 구글의 발표에 따르면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통해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순정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화웨이는 훙멍이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일부 웨어러블 기기에 전용 운영체제인 라이트를 탑재하며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스마트폰에도 훙멍을 통해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다.

구글과 화웨이가 결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인텔 등 미국의 칩 공급자들이 화웨이에 대한 물량 공급 중단에 나서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화웨이의 주력인 네트워크 장비 영역에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화웨이의 전체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낮으나, 화웨이는 지난해 약 13조1000억원의 퀄컴 및 인텔 칩을 구입한 바 있다. 이 물량이 중단되면 화웨이의 네트워크 산업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당장 5G 경쟁에서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구글 및 미국 칩 업체의 반 화웨이 로드맵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장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2위 사업자기 때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철수는 곧 안드로이드 입지 약화로 이어질 것이며, 칩 공급이 중단되면 미국 기업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화웨이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않다. 삼성전자가 바다 및 타이젠으로 스마트폰 독자 운영체제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한 사례가 있으며, 당장 칩 공급이 원만하지 않으면 화웨이의 5G 전략이 뿌리부터 뽑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화웨이가 당분간 자체 확보한 물량을 소비하며 시간을 버는 한편 새로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 단숨에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