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면접을 보는 이 방이 몇 평이나 될까요?”
“혹시 지금 면접을 보러 오신 이 건물이 몇 층일까요?”
“회사 가까운 곳에서 택시 탔을 때 요금은 얼마나 되었나요. 그렇다면 택시가 주행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필자가 면접관으로 초대받은 어느 공기업에서 던진 면접질문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자산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기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면접관이 집중 점검을 해야 할 핵심역량과 NCS(국가직무표준)항목이 ‘수리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질문은 업무관련 지식과 수치감각, 그리고 관련 분야에 대한 호기심 등을 감안한 종합적인 질문으로 만들어 질문을 한 것이다. 수학문제, 시험지 풀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약간 비틀어서 만든 질문들이다.

그런데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심지어는 같이 앉은 면접관들도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서 일할 인재들의 핵심역량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면접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싣는다.

 

질문의 의도 해석

우선 위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의도를 정리해 본다. 이 컬럼을 통해 늘 하는 말이지만 몰라도 되고 틀려도 상관없다. 그러나, 알고 답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취업은 ‘보다 나은 사람’을 고르기 때문이다.

- 이 방의 크기? : 그냥 가로,세로를 몇 미터인지 짐작하면 된다. 곱해서 나온 숫자를 3.5로 나누면 금방 나온다. 평(坪)척도법을 못 쓰게 하지만 아직도 실생활에서의 대화에서 많이 쓰는 것이다. 1미터를 눈대중으로 헤아리는 일들은 실생활에서 부지기수로 닥치는 경험이다.(수치감각,공간감각)
- 지금 이 건물의 층수? : 일하고 싶은 직장에 대한 작은 관심이다. 입구나 엘리베이터에 걸린 안내판을 한 번 보았다면? 혹은 내가 취업하고자 면접 온 회사의 조직구조와 내가 합격하면 일하게 될 사무실은 몇 층일까하는 기본적인 호기심일 있을 것이다.(공간감각, 조직이해)
- 택시로 이동한 거리? : 택시를 이용하며 요금과 거리를 헤아리는 것은 본인 업무로나 생활으로나 비용 추정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일할 회사의 업무가 해당 지역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직업관,거리감각)

 

페르미 추정법의 의도

이런 방식의 숫자를 추정토록 하는 면접을 ‘페르미 추정법’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지두력(地頭力) 테스트’라고도 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인?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가 물리량 추정에 뛰어났고 그가 학생들에게 이런 문제를 자주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게스티메이션(Guestimation) 또는 브레인 티저(Brain Teas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정답이 없고 수없이 많은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낼 수 있으며 지원자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에 유용하여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등에서 면접문제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맥킨지, 보스톤컨설팅 등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들어오는 시점에 ‘마이크로 소프트’사(社)가 이런 류의 질문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도구로 쓴다고 하며 크게 유행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은 한국 기업들도 많이 영향을 주었다.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 질문법으로 중요한 인사이트를 받은 것이다.

 

실제 면접에서의 활용과 의도

질문을 해 본다. 조금 복잡하게…“국제규격의 수영장이 있다고 치자. 그 안에 축구공을 넣는다면 몇 개나 넣을 수 있을까? 10초 시간 줍니다. 면접자 순서대로 대답해 보세요”
3명의 답은 “5천 개입니다, 하나도 못 넣습니다, 만 개입니다”
“계산 근거는 어떻게 됩니까?”

- 면접자 1 : “대충 추정을 해 보니 5천 개 정도입니다”
- 면접자 2 : “수영장에 물이 차 있기 때문에 하나도 못 넣습니다”
- 면접자 3 : “깊이 3미터, 길이 50미터, 폭 20미터로 가정하면 수영장은 3천세제곱미터입니다. 축구공은 지름이 30센티미터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강계산을 하면 3천세제곱센티미터로 0.3세제곱미터입니다. 그래서 약 만개로 본 것입니다” 이어지는 질문 “수영장 크기는 어떻게 안 것인가요?” “얼마전 올림픽의 수영경기에서 본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또다른 일을 시키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영장이나 축구공의 규격을 알고 있는지 혹은 암산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다.

 

기업 경영에서의 활용

페르미 추정법은 논리적인 가설과 가정을 통해 짧은 시간에 대략적 추정치를 얻어 활용하는 것에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실제 경영에서는 정교한 숫자는 그 다음에 이어 계산하게 된다. 혹시 인터넷에서 찾으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모든 것이 인터넷에 있지도 않고 좀더 빠른 판단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작은 차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면접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일하려면(정확하게는 취업하여 직장 생활을 하고 창업도 하고 하려면) 숫자가 몸에 붙어 다녀야 한다. 눈에 보이는 간단한 계산에서부터 막연하기 그지없는 부분이라도 억지로 스크리닝한 다음에 좁혀 나가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활에서 이런 추정을 많이 해봐야 한다. 실제이든 연습이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과 준비를 점검하는 것이다. 취준생들의 모습이 고만고만하고 큰 차이가 없어 보일 때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차별화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결정적일 수도 있는 강점(强點)이 된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등에서 활용

일반 면접의 경우는 위에서 보인 바와 같다.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프레젠테이션면접, 토론면접에서 활용하는 법 등은 다음 글에서 소개를 하겠다. 자기소개서에서도 보여주는 방법도 포함하여… 
꼭 명심할 것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숫자에서 시작하여 숫자로 끝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필히 명심해야 한다.

 

수치 추정이 기업에서 쓰일 예시들

* 한국에서 1년에 소비하는 소고기량?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이슈일 때)
* 우리 나라에서 깔려있는 전기송배전용 전봇대는 몇 개?(한전이나 전기용품 취급회사)
* 우리나라에서 1년에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 인원?(관광공사나 여행,항공관련 회사)
* 한국에 주유소가 몇 개?(정유사 혹은 전기차 관련 회사, 주유소 네트웍을 활용한 마케팅 행사 같은 것을 전개하고자 하는 경우)
* 어린이 날을 맞아 전국의 초등학생에게 피자를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한다면 몇 판이나 필요하며 비용은 어느 정도? (어린이관련 사업이나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인 경우, 인구의 추이가 영향이 큰 경우)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특히 창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

* 지금 이 집의 한달 평균 매출과 이익은 어느 정도일까?
* 이 당구장의 경우는 월세가 어느 정도일까?
* 이 집은 하루에 어느 정도 팔아야 유지를 할까? 사람을 한 명 더 쓰면 영향은?
* 이 신제품을 만들어 팔면 자금 수요가 얼마나 될까? 최고로 월 매출 5억원정도를 목표로 해야 하는 데, 대개가 외상거래 관행이고 우리가 매입하는 원자재나 부품은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전제이다.

문제를 만들자고 작정하면 밤을 새고도 남을 정도이다. 그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