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다시 암호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다소 조정기가 찾아오고 있으나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시세는 올해 초 대비 큰 폭으로 올랐으며 알트코인도 빠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실물경제의 위기가 암호화폐의 시세 상승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1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여전히 상징적인 지위를 유지할 것이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가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다소 도발적인 평가도 나왔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메신저’이자 ‘소식통’으로 잘 알려진 김경수 이더랩 대표를 만났다.

▲ 김경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비트코인, 왜 꿈틀거리나?

김 대표는 암호화폐 투자 커뮤니티 운영을 시작으로 처음 시장에 진입했으며 초반 ‘수익률’에 크게 욕심을 내지않는 안전한 관리로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이끄는 이더랩은 암호화폐 업계의 마케팅 등을 돕는 곳이며 ICO(암호화폐 상장)을 지원하는 코인 마케팅도 운영하고 있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뉴스와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코인소식닷컴도 김 대표가 관리한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올라가며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지막 고비는 넘지 못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상승세가 보인다. 여기서 시세가 오를 때 ‘왜 오르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이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의 매력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의 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대표는 “4월 암호화폐 매체의 만우절 농담으로 비트코인 시세가 올라가는 한편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에 돌입했고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증권거래소 호재가 제기되는 등 다시 시장이 꿈틀대는 분위기”라면서도 “냉정하게 말해 이러한 분위기가 암호화폐의 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올랐다고 볼 호재는 아니다. 결국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터키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단숨에 세계 6위로 오르고, 연금개혁 이슈가 불거졌던 브라질의 한 거래소가 거래량 기준 깜짝 세계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면서 “실물경제가 어려워지면 디지털 자산으로 시선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진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국면이 비트코인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1세대인 비트코인의 가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비트코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알트코인이 나오고 있으나, 비트코인은 대장주이자 시장을 선도하는 화폐”라면서 “비트코인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5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이 역설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허술함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비트코인의 약점을 보완한 알트코인이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아직도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간다는 것은, 아직 암호화폐 시장이 건전한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몸 담고 있는 김 대표가 투자에는 신중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 김경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 규제는 제대로 해야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 블록체인은 발전이라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살아야 블록체인 업계가 발전하며,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김 대표는 “정부가 규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불필요한 규제는 반대하지만, 규제를 할 생각이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아예 방치를 하고 있어 문제”라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어떻게 움직여야 불법인지, 혹은 합법인지 정해진 것이 없다. ICO를 규제한다는 이야기가 2년 전에 나왔으나 규제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으니 꼼수만 판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60대 이상 디지털 취약 계층의 피해방지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항상 강조하지만 코인 투자를 할 때 주변인의 권유를 받으면 절대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면서 “특히 60대 이상 디지털 취약 계층은 말도 안되는 폰지사기(Ponzi Scheme) 등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는다. 역시 정부의 개입이 적극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언론도 폰지사기에 가까운 일부 거래소의 불법행위를 기계적으로 보도하지 말고, 왜 문제이며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했으면 한다”면서 “뿌리 뽑아야 할 적폐들을 확실하게 조명해 시장의 건전성을 살려야 한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니 언론이라도 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지자체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역 ‘페이’들을 보면 유동성도 없고 인프라도 전무하다. 사람들이 쓰지 않는데 무슨 화폐란 말인가”라면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화폐가 된다. 아직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가치판단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치적 쌓기를 위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시장을 차분하게 살피며 건강하게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암호화폐 투자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최근 실물경제의 위기로 암호화폐 시세가 오르고 있으나 여기에 필요 이상 현혹되면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세워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내부의 기업들은 한탕주의가 아닌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