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과 부대끼고 살며 성장한다고 생각되는 일이 5월이라 유독 많이 일어나는 걸까요?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사람 좋고, 에너지 많고, 친구들에 헌신적이기까지 합니다. 세 가지 모임을 함께 하는 친한 사이지만, 조심스레 집에 너무 소홀하지 마라는 걱정도 건넸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우리 친구들 보고 집에 잘하라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미국 아들집에 아이들 봐주러

아내 혼자만 보내려는 친구에게 함께 갈 것을 충고도 하고 말이죠. 우리네들 옅은 생각에는 이 친구가 집에 아무래도 뭔 일이 생긴 거라고 짐작했지요.

‘무신 사연이?’하고 정식으로 물었더니 자기 대학 친구의 얘기를 해주는데, 순간 우리가

무안해졌지요. 부부 동반모임을 하는 대학 친구 중, 한 친구 부인이 알츠 하이머 병에 걸린

겁니다. 그러니 부인은 말할 것도 없이 친구도 모임에 못나오는 딱한 형편이 된 겁니다.

35년 동안 시모 모시고 살았고, 교사 생활도 은퇴해서 이제 좀 쉬나 했는데 이런 병이 덜컥 찾아왔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친구들이 의견을 모아 이모임 장소를 그들의 집 근처로 잡고, 부부를 모임에 초대한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이들이 참석하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친구들 부인이 환자를 돌보아주고, 화장실도 함께 하고.. 그사이 남자 친구는 모처럼 여유를 가지겠지요. 모임을 같이 하는 남자 친구들의 집과 아내에 대한 생각도 많이 깊어졌음은 물론이겠지요. 이모임과 관계없는 나로서 그 친구 분들의 따듯함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아픈 분과 그 남편 분에게도 잘 견디길 진심으로 비는 마음도 보내면서 말이죠.

날이 좋았던 얼마 전 집사람과 치과를 허겁지겁 찾았던 소동도 생각됩니다.

식당에서 받아와 식탁에 놓아두었던 호박엿을 집사람이 씹어 먹다가 이빨을 씌운 금잇빨이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그대로 끼우는 상태로 봉합되었습니다.

그 며칠 후 매주 한번 씩 만나는 탈북자 어르신들을 뵈었는데, 그분들 중 92세 할머니께서

커다란 호박엿을 한 입에 넣는 것을 본 겁니다. 놀라서 말렸더니 귀가 어두운 할머니 곁에

있던 그분의 따님이 말해줍니다. ‘빨아서 드시기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최고로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로 자주 즐겨서 선물로 가끔 사드린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문득 얼마나 한이 많았을 할머니의 92년 인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세월을 녹여(?)드시는 할머니가 새삼스러워 보였습니다.

씹어 먹으려는 우리네에게 빨아먹는 지혜가 오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가야할까요?

회사 다니는 아들과 어버이날 근처에 가졌던 져녁 모습도 기억납니다.

택시로 식당을 가는데 식당 근처의 고물상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녀석이 중학교 때, PC방 가려고 세 친구와 함께 길에 있던 자전거를 거기에 갖다 주고,

PC방 갔다는 겁니다. 집사람과 내가 기막혀 하는 사이에 택시 기사분이 ‘아들이 일찍부터

경제를 알었군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며 당신 얘기를 합니다. 지금은 군대 간 아들이

초등학교 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도 못 사주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과 친구를

데리고 다른 동네 가서 자전거 세 대를 끌고 왔더라는 겁니다.

매섭게 혼을 내서 즉시 돌려다 놓게 하고는 바로 자전거를 사주었다는 얘기였지요.

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기사님의 아들은 일찍부터 정치를 했군요‘

난감한 두 아버지가 장군 멍군하며 겸연쩍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