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C 신제품 마라칸 치킨. 출처= BHC 광고영상 캡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교촌에프앤비, 비에이치씨(BHC), 제너시스비비큐(BBQ) 등 국내 3대 치킨 업체가 최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국내 업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공들이는 모양새다. 그간 해외 사업을 영위해오면서 브랜드 파워를 어느 정도 입증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치킨 시장을 선도하는 세 업체가 해외에서 더욱 이름값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국내 ‘치킨 빅3’의 최근 경영실적 및 급여.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은 레드오션, 더 넓은 무대서 활로 모색

세 기업의 작년 별도 기준 경영실적을 종합한 수치는 매출액 7981억원, 영업이익 9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지불해야 할 인건비가 늘어난 점을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요소로 지목한다.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세 업체별 ‘급여’ 규모는 교촌에프앤비 128억원, BHC(인건비) 124억원, BBQ 74억원으로 일제히 전년보다 늘어났다. 세 업체가 지불한 급여의 총액은 412억원으로 전년(330억원) 대비 24.8%나 상승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상승률 16.4%보다 큰 폭이다.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기타 종업원 관련 비용을 감안하면 업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밖에 치킨 업종이 국내 외식업 가운데 브랜드 및 가맹점 수 측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추고 있는 점도 각 기업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가맹산업 현황’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외식업종 가운데 치킨 업종 가맹점 수가 2만4602곳으로 최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이를 뒤집어볼 때 세 업체는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데 본격적으로 힘을 실기에 좋은 시기를 만난 셈이다. 레드오션인 국내 시장의 선두주자에 오름으로써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한 상태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별화한 서비스로 내수 점유율을 높이는 것 외에 새 시장을 개척하는데 승부를 걸어볼만한 상황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췄을 때 해외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치킨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이 입소문의 근원지가 돼온 점도 빅3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고무시킨 현상”이라고 말했다.

▲ BBQ가 5월 16일 라마다 시애틀에 새로 입점시킨 치킨&펍 매장. 출처= 제너시스BBQ 글로벌 홈페이지

BBQ, 해외 사업 ‘맏형’…규모 확장으로 선두 유지

각 업체는 이미 순차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업체 고유의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힘 쏟고 있다.

BBQ는 세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BBQ가 내세우는 브랜드 강점은 ‘비밀 소스’와 ‘사업 역량’이다. 제작 방법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 ‘시크릿 비비큐 소스’와 레시피를 앞세움으로써 잠재 가맹점주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메뉴 개발 및 프랜차이즈 교육을 담당하는 ‘치킨 대학’을 운영하는 점으로 어필한다. 치킨 대학은 박사 학위를 보유한 연구원 30여명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현재 출시 가능한 메뉴를 연구·개발(R&D)하고 교육생에게 프랜차이즈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치킨대학을 통해 그간 출시된 메뉴는 1000여개에 달하고 치킨대학을 거쳐간 프랜차이즈 분야 교육생은 2만명을 넘는다.

국내와 유사하게 해외에서도 프리미엄·카페·패스트 캐쥬얼 다이닝·치킨&맥주·익스프레스 등 5가지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유동인구나 소비 특성 등 사업 여건을 고려한 매장을 도입해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 치킨 뿐 아니라 짬뽕, 부대찌개, 떡볶이 등 한국 고유 음식을 ‘케이-푸드(K-Food)’로 소개해 최근 현지 음식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한류 열풍을 이어가는데 주력한다.

BBQ는 2002년 미국에 진출한 뒤 이달 현재까지 35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는 영업기밀을 이유로 세부적인 가맹점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국가별 매장 1곳만 운영한다고 가정해도 다른 두 업체의 매장 수를 상회한다.

BBQ는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에서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발을 뻗은 업체로 귀감이 돼왔다. 다만 매장 수가 늘어난 점이 기업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BBQ는 지난 2016년 매출액 2198억원을 기록하며 교촌(2911억원), BHC(2326억원)에 밀려 빅3 가운데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메뉴 소비자가를 높인 데다 가맹점 상생을 이유로 식재료 공급가 인상 시기를 늦춘 것이 매출 감소 원인으로 꼽혔다.

BBQ는 그간 규모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효과를 입증한 ‘한국형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브랜드 차별화를 이룩하고 수익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치맥문화, 후라이드 한 마리 치킨, 세트메뉴 등 한국적인 가치·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형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지속 구축하고 강화해 현지 소비자 뿐 아니라 사업자의 만족도도 제고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배달 전문 매장, 소규모 투자, 높은 투자금 회수율 등 대표 요소를 갖추고 있다. BBQ는 그간 해외 사업 규모를 넓히는데 이 시스템이 일조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BHQ는 오는 2025년까지 전세계 매장 5만곳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여러 진출국에서 꾸준히 가맹 문의를 접수하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입지를 구축한 상태라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BBQ 관계자는 “최근 사내에서 해외 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되고 있고 해외 매장 수도 현재 늘어나는 추세”라며 “BBQ는 각 시장에 사업 역량을 더욱 투입해 규모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교촌치킨의 해외 진출 현황. 출처= 교촌에프앤비 공식 홈페이지 캡쳐

교촌, 철저한 현지화에 주력 ‘양보단 질’

교촌은 BBQ에 이어 2005년 해외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인 해외사업 총괄법인 ‘교촌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이 법인은 해외시장 개척, 가맹정 개설 및 운영, 무역업 등 기능을 이행하고 있다. 교촌은 이후 2007년 미국에 매장을 여는 것을 시작해 이달 현재까지 6개국에서 2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간장, 허니, 레드 등 주력 메뉴 라인업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최대한 많은 단골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데 공들이고 있다.

교촌의 해외 사업 규모는 국내 치킨업체 가운데 BBQ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지만 그간 해외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교촌이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은 미국 시장은 사업 개시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2017년에는 재중교포와 가맹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납품 대금 이자나 판관비를 부당하게 떠넘겼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앞서 2015년에는 일본 도쿄 매장을 열었다 1년 만에 폐점시키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교촌은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교훈을 토대로 해외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매장 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양적 확장은 지양한다. 해외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현지 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한 현지화를 이룩한 뒤 매장을 설립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은 최근 시장성이 좋은 동남아 지역이다. 특히 현지 사업자와의 시너지 효과가 큰 말레이시아에서 호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추가 출점을 실시하는 등 여건이 조성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촌 관계자는 “교촌의 해외 사업은 아직 초기 내실 강화에 주력해야 할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지 파트너들과 직영점을 운영해 현지화에 성공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고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BHC 전속 홍보모델 배우 전지현. 출처= BHC 광고영상 캡쳐

BHC, 홍콩 소재 첫 해외 매장서 ‘한국 맛’으로 호평

BHC는 세 업체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해외 사업에 발을 들였다. 외국 진출이 늦어진 이유가 현지 사업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사업성 검증을 거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앞서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앞서 외국계 자본으로 운영돼온 BHC가 꾸준히 매각설에 휩싸이거나 결국 주인이 바뀌는 등 불안정한 경영 기조를 다스리는데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그럼에도 최근 오픈한 첫 직영점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BHC는 지난해 8월 홍콩 가우룽 북부 번화지역 몽콕에 첫 해외 매장을 직영점 형태로 설립했다. BHC가 홍콩을 첫 진출국으로 선정한 것은 현지 법령 상 외국 프랜차이즈 업체의 진출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관련 당국에 사업자 등록을 하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BHC에 따르면 홍콩 직영점의 매출액은 하루 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BHC는 홍콩 사업이 성황을 이룬 요인으로 국내 인기 메뉴가 현지에서도 호평받는 점을 꼽는다. 뿌링클, 맛초킹 등 주력 상품의 국내 조리법을 그대로 현지 매장에서도 이용해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서 맥주를 판매하며 한국의 ‘치맥 문화’를 전파하는 등 한류에 편승한 점도 성공 요소다.

BHC는 이 같은 성과에 자신감을 얻어 현지에 매장을 추가 설립하고 이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사업 확장은 다소 소극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모든 매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박현종 대표이사 방침에 따라 발빠른 규모 확장 보다는 내실을 강화하는데 기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BHC가 즉각 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된 점도 사업 확장 속도를 늦춰야 할 이유로 지목된다. 작년 별도 기준 BHC의 유동자산은 전년(1235억원) 대비 35.0% 감소한 80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영향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 BHC 내부에서도 아직 사업 외연을 넓힐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홍콩 직영점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 외연을 넓히는데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BHC 관계자는 “현재 홍콩 매장이 성황을 이룸에 따라 경영진들이 해외 사업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사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여러 이슈를 지켜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그간 해외에서 다양한 대내외적 변수에 직면해 사업 상 부침을 겪어왔지만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 입증한 사업력을 바탕으로 그간 중단없이 사업을 이어온 만큼 사업을 전개할 저력은 여전히 갖추고 있다는 관측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통상 해외에서 수년 간 가맹점 3~5개 이상을 운영할 경우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버틸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프랜차이즈 업계 내에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 업체가 앞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면 더욱 긍정적인 전망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