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과거 판옵티콘(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성된 용어)은 감시의 기능을 했다면 유통 4.0시대에서 판옵티콘은 ‘개인의 편의’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높은 만족도를 주는 유통 4.0은 선택을 넘어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중요 요소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9일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상품을 가상으로 체험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AR·VR 서비스 전문관 ‘핑거쇼핑’을 선보였다. AR뷰를 통해 가전·가구 가상 배치를 해보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실제 매장에 있는 것처럼 쇼핑을 하는 새로운 쇼핑 방식이다.

유통 4.0은 ‘맞춤화’다. 유통 4.0은 핑거쇼핑처럼 말초적인 부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 맞춤화부터 고객 맞춤화, 재고 맞춤화, 배송 맞춤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벨류체인 과정에서 효율을 ‘극대화’한다. 고객뿐만 아니라 노동자까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유통의 매출 극대화를 꽤하는 시대가 바야흐로 유통 4.0시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4.0시대의 세 가지 특징을 △산업 내/산업 간 융합에 따른 업태 간 경계의 붕괴 △기술혁신에 따른 가치창출 원천의 근본적 전환 △국경간 장벽의 완화로 인한 국내외 시장 통합으로 설명했다.

유통 4.0이란 유통산업에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들이 활용되면서 유통 서비스의 초지능·초실감·초연결화가 실현된 현상을 말한다.

▲ 유통산업 개념도. 출처=산업자원통상부

 

유통 혁명의 과정

유통의 첫 번째(1.0)혁명은 화폐의 등장이었다. 현물을 교환하던 물물교환의 시대에서 통화의 등장은 혁신이었다. 유통 2.0은 ‘유의미한 시장의 형성’이다. 시장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통화로 물물교환을 했기에 탐색 및 거래비용이 크게 줄었다. 유통 3.0은 인터넷과 PC 그리고 모바일을 바탕으로 생겨난 혁신이다. 마지막으로 유통 4.0은 AI,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기반을 둔 개인 맞춤화, 초정밀 재고관리 등이 특징이다.

 

의사결정부터 고객 관리까지

유통 4.0은 △의사결정 △재고관리 △마케팅 △지급결제 △배송 △향후 고객관리까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단순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넘어서 유통산업은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것까지 역할이 확대됐다.

기업은 매입한 재료에 부가가치를 더해 매출을 일으키는 집단이다. 부가가치는 매출에 의해 나타난다. 인공지능 기술은 회사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점포의 위치, 제품 진열뿐만 아니라 판매 아이템 결정, 인력 채용 등 유통 기업의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쓰이고 있다.

유통4.0 특징인 허물어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상품을 검색 주문하고, 퇴근하는 길에 근처 오프라인 상점에 들러 픽업한 후, 며칠 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해당 상품을 반품하는 ‘옴니채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대형 백화점과 마트의 e커머스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달 롯데그룹은 ‘롯데ON’서비스를 출범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지난해 말 ‘쓱닷컴’을 따로 분할해 독립적인 법인으로 두며 사업을 확장했다.

한 회계사는 “시간대별 교통상황 데이터, 보행자 수 등의 빅테이터는 널리 활용 중”이라면서 “실제로 빅데이터는 유통 기업들의 점포 입지 선정, 수요예측, 소비자 분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고객이 로그인을 할 때 마우스를 사용하는지, 키보드 Tab버튼을 사용하는지 여부로 고객의 나이, 성향 등을 추정하고 이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고나 매장 관리는 실시간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 중이다. RFID(무선전파인식) 태그의 가격이 하락하고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정적이고 순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재고 관리 시스템은 동적인 ‘실시간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바코드의 리더기를 가져다 댈 필요가 없는 수준의 실시간 시스템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이 익일배송에서 새벽배송, 당일배송까지 이르기 위해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류창고를 늘리고 직원을 추가 채용한 것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자동발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사전 예측을 통해 자동 발주가 돼서 품절된 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쿠팡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을 매출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에도 활용 중”이라며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 수가 100개에서 500만개로 늘어난 것은 재고 관리 시스템의 고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유통 벨류 체인별 변화. 출처=삼정회계법인

 

마켓컬리 역시 새벽배송을 위해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인프라의 핵심은 빅데이터로 축적된 수요예측이다. 마켓컬리는 수요예측을 통해 트럭에 고객이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을 싣은 후 고객 주문이 있을 때 바로 배송한다.

더불어 개인 맞춤화된 상품·서비스를 추천 기능, VR을 통한 결제 간소화도 인공지능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드론, 블록체인 그리고 자율주행을 통해 무인 배송과 물품 추적 기술도 고도화됐다. 사후 서비스 역시 빅테이터를 활용해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