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사회생활 초년생들이 설레는 첫 월급을 타기 전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어떤 금융상품에 가입할까?’다. 앞으로 매달 들어올 소중한 월급을 잘 관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느 은행의 어떤 상품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지 꼼꼼히 따져본다. 그리고 내리는 결론은 ‘다 비슷한 것 같으니, 그냥 이걸로 가입해야지’다.

개인이 은행들의 모든 상품을 일일이 알아보고 비교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인에게 금융사가 가진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뿐더러 은행마다 상품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가 갖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를 만든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를 지난 4월의 마지막 날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34살의 젊은 대표다.

김태훈 대표는 금융상품의 미래는 ‘개인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2년 대학생이던 김 대표는 ‘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개인은 자세히 알 수 없지?’라는 막연한 궁금증을 가졌다. 그는 “통상 금융시장은 라이센스가 없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했던 것 같다”면서 “나도 금융권에서 일했다면 이런 궁금증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의 마이금융, 신용관리, 금융비서, 카드추천 화면. 출처= 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는 개인 소비자의 결제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개인 자산관리 앱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카드 결제내역 등을 뱅크샐러드에 제공하면, 소비자의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개인별로 가장 합리적인 신용카드, 대출, 적금, 보험 등 금융상품을 추천해 준다. 또 개인의 수입과 지출을 분석해 금융생활에 대한 조언도 제공한다.   

과거 자산관리는 5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개인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모든 금융사의 기록을 한데 모아 분석하기란 엄청난 노동과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빨리 더 많은 데이터가 한데 모인다. 이 덕분에 뱅크샐러드가 빛을 발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출시 2년 만에 320만명을 기록했으며, 현재 관리하는 모든 금융상품 연동 관리금액은 약 87조원으로 늘어났다. 많은 소비자들이 느끼던 불편함을 해소해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IT는 정보다. 정보가 계속 연결되면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즉 정보시장이 성숙하면서 발생하는 최종 문제가 ‘개인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IT는 대부분 시장에서 성숙해졌으며, 남아있는 시장은 라이센스가 데이터를 지배하고 있는 금융, 법률, 의료시장 등”이라고 말했다. 금융, 법률, 의료시장은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정보화하지 않아 IT기술이 성숙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앞서 진출한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은 정보공개에 대한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뱅크샐러드 역시 사업 초반에는 금융기관의 데이터 없이, 소비자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는 직접 금융당국과 국회 등을 찾아가거나, 오픈뱅킹을 알리는 행사 등을 열어 정부를 설득해왔다. 김태훈 대표는 “노력 끝에 현 정부가 정보화를 시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송금 등의 기록이 핀테크 회사에 공유되는 것이 소비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실제로 금융당국은 오픈뱅킹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 혁신성과 이용자 편익을 고려해 혁신금융서비스 일부에 대한 규제적용을 유예 또는 면제하기로 했다. 김태훈 대표는 “지금까지 은행, 카드, 보험사 등이 각 산업 안에서만 경쟁을 했기 때문에 경쟁 풀이 크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번 금융당국의 오픈뱅킹 시스템으로 경쟁 풀이 확대되고 시장이 커질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쟁이 시장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그는 “현재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이 좀 더 과감해져 작은 핀테크 업체들과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금융사가 데이터를 내줘야 소비자 중심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서비스가 경쟁한다”고 말했다.

레이니스트는 올해 100명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현재 직원 수 90명보다 많은 인원을 충원하는 것은 김태훈 대표가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그만큼 크게 진단했음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뱅크샐러드의 핵심은 누구보다도 공정하게 개인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하고 있다”면서 자부심을 나타냈다.

소비자만을 생각하는 레이니스트는 모든 직원이 입사 후 2일 동안 소비자 상담 등의 서비스 업무를 한다. 소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해결하며 업무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해결해보면 자신의 본 업무로 돌아갔을 때에도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