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배터리 업계가 소리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배터리 완제품 제작 기업부터, 소재를 만드는 기업까지 리튬 확보를 위해 가시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산화리튬은 전기차에서 주행거리를 300km이상으로 가능케 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업계의 관심이 높다.

▲ LG화학이 제작한 배터리 양극재. 출처=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의 리튬은 크게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구분된다. 탄산리튬은 주로 단거리 주행에 사용되는 소형 전기차용 배터리를 포함해 스마트폰, 노트북, 전동공구용 등 에너지 용량과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보다는 에너지밀도와 용량이 높은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주로 장거리 주행거리를 필요로 하는 전기차 양극재에 들어가는 리튬이다.

수산화리튬은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 니켈’ 양극재와 합성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 니켈 양극재는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니켈은 높은 온도에서는 리튬과 합성이 잘 되지 않는데, 이런 이유에서 탄산리튬보다 녹는 온도가 낮은 수산화리튬이 니켈과의 합성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산화리튬의 녹는 온도는 섭씨 462도고, 탄산리튬의 녹는 온도는 섭씨 723도다.

▲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LG화학·포스코 ‘수산화리튬’ 확보 드라이브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초 수산화리튬 대량 확보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텐치리튬의 자회사 텐치리튬퀴나나(TLK)에서 수산화리튬을 올해 7월 1일부터 2014년까지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5만톤이고 이 분량은 약 70GWh(기가와트시)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될 수 있는 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수산화리튬은 한 번 완충시 500km이상 주행거리가 나오는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에 최적화된 리튬이라서 언제나 공급선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원가절감 측면에서도 중요하기에 항상 다양한 공급선을 통해 수산화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작년 7월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캐나다 네마스카리튬과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0년 하반기부터 매년 7000톤의 수산화리튬을 2025년까지 공급받기로 했다. LG화학에 따르면 7000t의 수산화리튬은 한번 충전으로 320km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14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LG화학은 작년 하반기에는 중국 장시 간펑리튬과 4만 8000t규모의 수산화리튬 장기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포스코도 작년 4월 연산 15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라인을 광양 PosLX 공장에서 준공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수산화리튬을 폐2차전지에서 수거한 인산리튬을 통해 만든다. 인산리튬을 전환농축 작업을 거쳐 수산화리튬으로 만드는 공정인데, 리튬 회수율이 80%이상이라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제조 과정에서 고형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고, 불순물 함량도 경쟁사 제품대비 3분의 1수준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 인증절차를 거쳐 LG화학, 삼성SDI등 국내외 배터리제조사에 수산화리튬을 판매할 계획”이라면서 “국내 업체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품질의 수산화리튬을 국산화해 공급해 국내 리튬이온2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 최근 3년간 리튬 가격 추이. 출처=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성장성이 기대되는 수산화리튬 시장

한편 수산화리튬 시장은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전 세계적으로 수산화리튬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탄산리튬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보다 적다는 점도 수산화리튬 가격이 상당 기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하이니켈 양극재인 NCM811, 파나소닉이 전기차용으로 만드는 NCA양극재에는 수산화리튬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배터리 용량이 커질수록, 1회 완충시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배터리일수록 수산화리튬이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용량 배터리 탑재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레 수산화리튬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현재 세계적으로 수산화리튬 공급사가 매우 적은데, 이는 중국을 포함한 주요 배터리 수요처에서 탄산리튬 수요가 더 컸기 때문”이라면서 “수산화리튬의 가격 역시 탄산리튬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산화리튬의 가격은 톤당 1만5000달러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